둘이 함께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한 마음

by Hye Jang


나는 레스토랑으로 돌아와 한 자리를 예약하고,
예약된 코스를 준비하며 그녀의 음식도 함께 준비한다.


헤드 셰프는 특별한 친구가 오는 거냐며 농담처럼 물었지만,
나는 그저 한국의 지인이 소개해서 오는 분이라,

대접하는 거라고 설명했다.


저녁 7시 반쯤,
메트르 디가 예약 손님이 도착했다는 말을 전하다.


준비한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가고,
메인 메뉴가 나갈 때쯤 나도 홀에 나갔다.


그녀는 나를 보자
아침과 마찬가지로 손을 번쩍 들어 반가워하다
이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린다.


“지금까지 음식 괜찮으세요?”


“네. 정말 맛있게 먹고 있어요.”


나는 준비해 온 와인을 그녀의 잔에 따라 주며,

"메인 디시는 이 와인과 함께 드시면 풍미가 더 좋아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정말 꿈같은 대접을 받는 기분이에요.”


“만족하신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그녀는 내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파우치를 만지작거린다.
아침에 보았던, 그 퀼트 파우치이다.


"그럼 디저트까지 준비해 두었으니 천천히 드세요.

와인도 여기 놓고 갈 테니 더 드시고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온다.

주방에서 왠지 그녀가 계속 신경 쓰인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파우지도 생각이 난다.

지나가 들고 다니던 비슷한 모양과 패턴의 파우치도 생각이 난다.


주방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음식을 하고 있다니.

나는 잠시 화장실에 가, 찬물로 얼굴을 씻는다.


다시 돌아오자
헤드 셰프가 오늘은 이만 퇴근하라고 한다.


그동안 휴가도, 병가도,
하루 제대로 쉰 적도 없지 않느냐며
오늘은 그냥 일찍 들어가라고 한다.


손님도 왔는데.

혼자 저렇게 식사하게 두지 말고,

나가서 근처 다른 레스토랑에 가 뭐라도 같이 먹으라는 말까지 한다.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자,


헤드 섀프는 알아. 한국에서 오신 지인이 소개로 오신 분.

그래서 잘 대접해 드리는 거고.

그러니까 이제 퇴근해.라고 말하다.


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은둔처에서

꽁꽁 숨어 산 줄 알았는데

나에 대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잘 알지 라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더 버틸 수 없어
옷을 갈아입고 홀로 나간다.


그녀는 디저트를 한입 크게 먹고 있는 중이다.


“파인 다이닝이면 조금씩 예쁘게 먹어야 하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냥 한입에 먹어버렸네요.”


“그렇게 드시는 게 맞아요. 잘 드셨어요.”


“이제 남은 와인 한 모금만 하고 가려고 했어요.

가기 전에 인사드릴 수 있을까 했는데 마침 나오셨네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그럼 같이 나가시죠.”


“네?”


“저도 퇴근이에요.”


“아— 어쩐지 옷을 갈아입으셨더라니. 신난다.”


"뭐가요?"


"네?"


"신난다고 하셔서."


"아.. 며칠째 혼자 다니고,

혼자 밥 먹고,

그런데 레스토랑 문은 둘이 나가니까 그냥 신나는 것 같아요."

그녀는 또 환하게 웃는다.


참 밝고 명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밖은 이미 어둑어둑하다.


“묶고 계신 호텔이 이 근처세요?"


"네."


밖으로 나오니 서로 할 말이 없다.


"셰프님은 식사 안 하세요? 배 안 고프세요?"


배가 고픈지 몰랐는데,

그녀의 말에 갑자기 배가 고프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커피 한잔,

중간에 삶은 달걀 하나 먹은 게 다다.


"여기 근처에 pup도 있던데 거기 가서 식사하실래요?"


그녀는 이 근처를 아주 꼼꼼히도 돌아다녔는지,

나보다도 이곳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다.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pup에 들어가,

피자 한판을 시키고,

그녀는 맥주 한잔을 시킨다.


"이건 입가심이에요. 아 미국 생맥주 맛있어요."


그녀는 첫끼를 먹는 것처럼

맥주도 한 컵 들이켜고,

배 부르다면서 피자도 한 조각 더 먹는다.


내가 음식을 너무 적게 드렸나 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녀는 아침때처럼 그녀의 제안서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렇다고 나에 대해 이런저런 묻지도 않는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각자의 맥주를 마시고,

피자 한입을 베어 물고,

pup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거나,

어두워진 바깥을 창을 통해 바라보다,

창에 비친 각자의 얼굴을 잠시 응시하는 시간들이 편안하다.


나는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앉는다.


단단하게 묶여 있던 것 같은 몸과 마음이

느슨해지는 기분마저 든다





어떤 만남은 큰 사건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풀어놓습니다.


그날 밤,
그는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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