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웃음소리, 환한 얼굴
“Good morning. 송원 셰프님.”
카페에 먼저 와 있던 그녀는 나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손까지 흔들며 반긴다.
나는 환영이 쑥스러워 어깨를 한껏 움츠린 채,
“네. Good morning.”
하고 인사를 한다.
우리는 커피 한 잔씩을 앞에 두고 마주 앉는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 카페에 자주 왔었어요.
커피가 엄청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가져갈 커피 빈도 좀 샀어요.”
“법카를 많이 쓰시네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소리까지 내며 웃으며,
“아~ 네. 이번 출장에 법카를 좀 비싸게 쓰긴 했어요.
하하하. 커피는 제돈제산 한 거예요.”
“제돈제산이요? 그런 사자성어가 있어요?”
“네?”
그녀는 눈까지 동그랗게 뜨며 말을 잇는다.
“아, 맞다. 미국에 오래 계셔서 모르실 수 있겠네요.
내 돈 주고 내가 산다는 말이에요.”
“내돈내산 아닌가요?”
“맞아요. 아시네요. 그런데 왜 모르는 척하셨어요?”
“피디님이 잘못 말씀하셔서요.”
“제가요? 제가 뭐라고 말했죠?”
“제돈제산이요. 전 내돈내산의 존댓말 버전이 있나 했어요.”
“아~ 하하하. 너무 재미있으세요.”
“제가요?”
“요리만 하신 것 같진 않아요. 말주변도 너무 좋으신데요.”
그녀는 연신 웃음 띤 얼굴로 소리까지 내며 웃었다.
나는 멋쩍은 듯, “그럴 리가요.” 라며 나지막이 말한다.
나는 오랜만에 밝은 기운이 스며드는 느낌을 든다.
살아 있는 사람의 생생한 웃음소리.
나를 보며 웃는 사람의 환한 얼굴.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다.
갑자기 불쑥 찾아온 행복한 느낌의
밝은 기분을 느끼면 안 될 것 같아서이다.
그녀는 아이스커피를 찬물 한 잔 마시듯 단숨에 들이켜더니,
갑자기 비장한 표정으로 훅 들어와 묻는다.
“읽어보셨어요?”
“아... 네.”
“콘셉트 괜찮죠?”
내용은 상당히 도전적이면서도 흥미로웠다.
“네. 좋았어요.”
“그러니까요. 제가 만든 기획안이에요.”
“그런데…”
“알죠.”
“네?”
“요리만 할 줄 알지, 경쟁적인 구도는 안 맞고,
말주변도 없고, 방송에 나갈 모습도 아니라는 말씀 하시려는 거죠?”
“그게… 그렇죠. 어떻게 그걸 또…”
“셰프님, 요리하실 때 어떤 마음으로 하세요?”
그녀는 갑자기 기획안이 아닌 다른 질문을 한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글쎄요. 주방은 늘 전쟁터에 있는 기분이죠.
요리 하나를 완성하기 위한 전투요.”
“누구를 위한 전투요? 손님을 위한 전투인가요?”
“글쎄요. 저 자신과의 전투인 것 같아요.
그 시간, 그 재료로 얼마나 완성도 높은 음식을 만들 수 있을지.
그 음식이 얼마나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늘 나 자신과 싸우는 거죠.”
“바로 그거예요, 셰프님.”
“네?”
“제가 생각한 콘셉트에 정확히 맞으세요.”
나는 말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저는 셰프님들을 모아 놓고 누가 더 잘하나 경쟁만 그리고 싶지 않아요. 물론 우승은 있겠죠. 하지만 각자의 요리, 각자의 열정, 자신과의 싸움을 담고 싶어요.
한국인 요리사들이 각 나라의 요리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요.”
그녀는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요리 프로그램이지 토크쇼가 아니에요.
말주변이 없어도 괜찮고요. 지금처럼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 주시면 돼요.
그리고 셰프님, 외모도 너무 좋으세요.
훤칠하시고 훈남이세요.
훈남이 무슨 말인지는 아시죠?”
나는 그 말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콘셉트는 요리사라면 누구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는 하다.
나 자신과의 싸움
내 요리를 하는 이유
게다가 각 나라의 요리를 함께 한다는 설정도 매력적이다.
“셰프님.”
“네.”
“완강하게 거절하시면 더 부탁드리진 않아요.
촬영은 세 달 뒤고, 이번 달 안에 섭외를 마쳐야 해요.
저는 내일 오후 비행기로 귀국하고요.
이번 주말까지만 더 생각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파우치를 꺼내 립밤을 바르며, “
엄청 긴장했나 봐요. 입이 다 마르네요.”
나는 물컵을 건네며, "섭외하는 일이, 쉽지 않죠?”
“네. 그래도 주말까지 기다릴 수 있으니 보람 있네요.”
그녀는 파우치를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퀼트로 만든 파우치.
패턴과 모양이 낯설지 않다.
지나도 비슷한 퀼트 파우치를 여러 개 가지고 있었다.
“그 파우치, 직접 만드신 거예요?”
“네. 도안 보고 만들었어요. 스트레스 해소에는 바느질이 최고예요.”
“그 패턴은 흔한 건가요?”
“퀼트에 관심 있으신가 봐요. 셰프님도 바느질 좀 하세요?”
“아니요. 그냥… 많이 본 것 같아서요.”
“가장 기본적인 파우치예요. 제가 처음 퀼트 배울 때 만든 거라서요.”
“아….”
나는 지나의 파우치와 그녀의 파우치를 연결 짓는 것이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파우치를 가방에 다시 넣으며,
“오늘 오후에는 이 근처 좀 구경하려고요.
미팅도 끝났고, 귀국 전 휴식이랄까요.”
“저녁에 식사하실 곳 없으시면 레스토랑으로 오세요.”
“오~ 안 돼요. 이제 법카는 그만 써야 해요. 사비로는 너무 비싸고요.”
“셰프 찬스 드릴게요. 오늘 해산물이 좋아요.
괜히 저 때문에 마음 상하셨을까 봐… 사과의 의미로요.”
“혹시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뜻은 아니죠?”
나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에요. 그냥 맛있게 드시면 돼요. 몇 시가 좋으세요?”
“제일 안 바쁘신 시간으로 제가 맞추어서 갈게요."
"7시 반 어떠세요? 너무 배고프실까요?"
“아니요. 딱 좋은 시간이에요. 감사합니다.
아~~ 신난다."
그녀는 오후의 일정과 저녁 식사에 들떠 보인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나는 다시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흔든다.
새로운 만남 속에서
그날밤 저녁 식사,
그리고 송원의 마음에 스며드는 밝음.
그의 마음과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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