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다음날 아침,
박서우, 그녀가 레스토랑 문 앞에서 서 있다.
레스토랑의 오픈 시간은 아직 한참 남은 시간이다.
나는 그녀가 왜 이곳에 있는지 알 것 같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가볍게 목례만 하며, 지나가려 했다.
“셰프님. 안녕하세요.
잠시만,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나는 그녀에게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피디님.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
“셰프님, 일단 제안서부터 보시고 결정하시면 안 될까요?”
“아니요. 저는 방송에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하는 일도 바쁘고요.”
나는 이곳에서 이렇게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갈 생각이다.
그녀가 없는 세상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오신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 한번 오시는 것도
다음 여정에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오신 거예요?
방송국이면 개인 사생활까지 알아봐도 되는 겁니까?”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녀는 놀란 듯,
혹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좀 심했나 싶어,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제 말은… 만나기도 전에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오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전 방송에 관심도 없고, 말주변도 없어요.
요리나 할 줄 알지.”
“그러니까요. 요리만 하시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 제안서만이라도…”
나는, "죄송합니다. 다른 분을 알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하고 가려 하자,
그녀는 마음이 다급해졌는지,
“셰프님. 차가명가 차진우 대표님 아시죠?”
반년쯤 전,
명함을 건네던 얼굴이 떠오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요식업 기업
차가명가.
그리고 SNS에서도 유명한 젊은 CEO.
“대표님 소개로 왔어요.
이번 방송 주최도 차가명가이고요.
계약 종료 시점 이야기도 그분께 들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차 대표와는 그날 이후 형, 동생 하며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그가 이곳으로 출장을 올 때
그의 호텔방에서
그가 가져온 한국 술을 함께 마시기도 했다.
나는 처음으로
마음속에 꾹꾹 담아두었던
지나에 대해 이야기도 한적 있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차 대표는 가끔,
게약 끝나면 한국에 와서 나랑 일하자 라는 말을 하며,
세상으로 나와야 더 살아져라는
위로를 하기도 했다.
“그럼… 진작 말씀을 좀…”
내 태도가 누그러지자, 그녀는,
“그분 회사가 주최하는 것은 맞지만 기획은 제가 했거든요.
지인찬스, 후원자 찬스 그런 거 쓰고 싶지 않았는데,
차대표님 소개로 왔다고 하니 이렇게 반응을 해 주시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법카로 비싼 밥, 와인 먹기 전에
차대표님 이름부터 언급할걸 하는 후회도 되네요."
지인을 언급해서 반응을 보인 것도,
그전에 지나치게 거부한 것도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저는 이제 출근해야 해서요. 제안서 주시면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에 이야기한 것이지
방송에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나는 그녀가 나의 태도에 화도 좀 나고,
속상도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언제 무슨 일이 있어나 쉽게 활짝 미소를 지으며,
제안서를 주며 감사하다는 말까지 한다.
그녀도 나처럼 일중독, 직업병이 있나.
"제가 내일 오전에 좀 시간이 나는데,
그때 연락 드릴까요?"
나는 읽어 봤지만 하면서
제대로 거절할 생각이다.
"그럼, 저기 모퉁이 돌면 카페 하나 있던데
거기서 만나 봬도 될까요?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서 설명도 드리고."
나는 그녀와 내일 11시쯤 카페에서 만날 약속도 정해 버린다.
새로운 만남들 속에서,
그는 다시 세상으로, 사람들 속으로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멈춰 있는 시간 속에
세상과 단절한 채
그대로 머물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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