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깊은 밤, 사울진은 아무도 모르게 웃날 만을 데리
고, 라함을 찾아간다. 라함과 레첼을 데려다 놓은 곳은
지파 마을에서 꽤 멀리 떨어진, 산골 깊은 곳에 위치해
있는, 누구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찾아갈 수 없게 숨겨
진 곳이다.
한때 어린 사울진이 그를 돌봐주던 하녀와 어미개를
잃고, 무작정 걸어와서 닿은 곳이 이곳이었다. 이곳은
제대로 생활할 수 없는 자들, 즉 원인 모를 질병을 앓고
있어 치료가 안 되는 자들, 가족, 혹은 마을이나 공동체
에서 버림받은 자들 혹은 잃은 자들, 그저 떠도는 자들
억울하게 살인이나 강도질의 누명을 입고, 정당하게
도움을 받지 못해 도망 다니는 이들 혹은 정말 사람을
해쳐 도망 다니는 이들이, 이곳을 어떻게 알고 오는지
도 모른 채, 그저 오다 보니, 우연히 닿아 잠시 머무를
수 있는 몇 채 안 되는 집들이 있고, 그곳에 머물던 이
가 죽거나,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다시 그곳에 다른
이가 들어와 잠시 머물다 가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마
을이라고도 할 수 없고, 관리하는 이도, 다스리는 이도
없고 머문 이들의 억울함과, 불안함, 분노가 또 다른
폭력과 잔인함, 죽음이 일상인 듯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 사울진도 우연히 이곳에 닿아, 며칠 동안 죽은 듯
이 잠만 잤다. 그리고 잠에서 깬 그는 마음을 다 잡고,
약초를 캐며, 돈을 벌고, 사람들을 모아 마을을 이루고
5지파 수장 까지 된 것이다.
수장이 된 후 부터, 사울진은 웃날을 시켜 이곳에 곳간
을 하나 만들고, 먹을 것과 약초를 넉넉히 두고는, 누
구든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다스리는
자도, 지키는 자도 없으니, 어떤 때는 머물던 이가 모
두 털어서 도망을 가기도 하고, 서로 더 많이 가지겠다
싸울 때도 있고, 힘 좀 쓰는 이가, 자기 곳간 인양 행패
를 부릴 때도 있지만, 사울진은 필요한 만큼 늘 넉넉히
가져다 놓게 한다.
이곳을 5지파에 속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우연히 닿
은 이곳에 잠시 머물며 그들에게 피난처가 되고 도피
처가 되게 해 주고 싶었고, 사울진처럼 사람마다 다 태
어난 이유가 있으니 살으라고 했던 그 말에 의지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는 것처럼 이 곳에 머물던 이들
도 일어설 힘이 생겨, 그들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게 해
주고 싶다.
사울진은 라함을 이곳에 데려다 놓은 것이다. 그에게
그가 살던, 세상과 다른 세상을 보여주며, 그런 세상에
서 살아남아,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저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여 거저 얻어 누리고 산 그
의 삶을 비난하고 조롱도 해주고 싶다.
사울진이 라함이 있는 낡고 허름한 집의 방문을 열고
들어 가자, 라함은 바닥에 등을 굽히고 앉아 어디서 구
해 왔는지,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레첼은
방한 구석에 쪼그 리고 앉아 있다. 들어오는 사울진을
본 그녀는 머릿속으로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머리를
잡고, 그녀의 손으로 그의 가슴을 후려 치고, 상스러운
욕을 하는 상상을 하지만, 지금껏 누구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한적 없고, 궂은일도 당하거나 해본 적 없는 그녀
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주먹을 쥔 채 몸을 바르
르 떤다.
그런 레첼을 본 사울진은 그녀를 무시하듯 힐끗 보고
는, 라함 앞에 앞으며 둘 다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말한다. “여기 있어 보니 어때? 그저 1지파라는 지붕
아래서 곱게만 살았으니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상상
이라도 해 봤을까?”
라함은 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사울진을 바라
본 후, 레첼에게 다가가 그녀를 진정시키고 안심시키
듯 바르르 떠는 그녀의 손을 잡는다.
사울진은 둘을 보며 비웃더니 말을 잇는다. “거저 얻
은 데다, 더 가지려 욕심까지 냈지.”
라함이 몸을 레첼의 앞으로 움직여, 사울진이 그녀를
보지 못하게 막고 앉는다. 라함은 지금 레첼에게 이 상
황이 얼마나 비통하고 못 견디게 힘든지 알기 때문이
다.
“자네 말대로 거저 얻었다 하세. 하지만 더 가지려 욕
심을 내진 않았어.”
“대대로 1지파 수장 이더니, 제사장과 짜고, 아들을 왕
으로 까지 만들려고 한 게 욕심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
것도 거저 얻은 거라 말할 셈인가?”
“거저 얻은 것도, 욕심도 아니네. 그건 자네의 오해야.
내가 말하지 않았었는가. 어느 날 제사장님이 수아를
신전 으로 부르셨고, 수아가 경전의 신의 음성을 들었
다고. 나나, 수아 모두, 그 모든 것에 놀라, 어떻게 해
야 할지 몰랐어. 그래서 잠시 시간을 가진 것이고, 어느
날 모임때도 말하려고 하고 있었네.”
라함의 말에 사울진이 흥 하는 소리를 내고는 말을 잇
는다. “이젠 상관없어. 거저 얻든, 거저 얻지 못하든. 나
도 말하지 않았는가. 무엇이든 내가 가지고자 하는 건
나 스스로 가지겠다고..”
“지파 모든 사람들도 수장님들도 모두를 위험에 처하
게 해서, 결국 자네가 가지려는 것이 무엇인가?”
“힘이겠지.”
“힘이라.”
사울진은 방바닥에 라함이 쓰던 종이를 하나 홱 집어
들어, 훑어보고는 바닥에 집어던지며 말한다. “이런
거라도 쓰고 있으면, 처한 상황이 좀 견딜 만 하나 보
지? 이제 알겠나? 이런 세상도 있네. 이런 세상에서 어
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자들도 있어. 명문
가문에서 태어난 당신이 그동안 얼마나 세상에 무지하
고 어리석게 살았는지 알겠는가?”
“자네 말이 맞아. 세상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네. 지
파에서 가난하고 병든 자가 있으면, 우리가 함께 그들
을 돕지 않았었는가? 하지만 이곳은 어느 지파에도 속
하지 않았으니,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일
테고, 그러니 지파의 도움도 받지 못했을 테지. 1지파
지붕아래 갇혀 살면서, 보이는 세상만을 바라본 나는
어리 석고 무지 했던 게 사실이네. 그래서 지금 이곳 사
람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법도
와 규칙에 관한 것을 간단하고 쉽게 적어 본 거네. 이곳
에 잘 적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그동안
해 왔던 일이라,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걸세.”
“어이가 없군. 이런 곳에서도 수장 노릇이 하고 싶은
가 보지?”
“수장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무엇이
라도 내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걸세.”
사울진은 라함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으며 말한
다. “나한테 고통스럽다, 살려 달라 하며 원망하고 분
을 내야지. 뭐라고? 여기서 뭐라도 하는 거라고?”
라함은 레첼이 다치지 않게, 사울진을 밀어내며 말한
다. “원망? 분? 나지. 억울하기도 하고. 자네 말대로 거
저 얻었다 해.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니, 내 잘
못도 아니지 않은가? 자네 말대로 나는 그렇게 태어났
어. 그리고 그렇게 살았네. 나에게 주어진 대로 살았던
것뿐이야. 그리고, 지금도 내게 주어진 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사울진이 분이 나 언성을 높이며 말한다. “뭐라? 주어
진 대로 살아? 그래서, 선택도 잘못도 아니다. 이미 가
진 자들은 그렇게 말해. 없어 본 적도, 잃어 본 적도 없
으니, 가지고 있는 대로 그냥 살면 되거든. 그게 자네가
지금까지 거저 얻어서, 누렸던 특권이고 사치라는 것
이야. 아무것도 없고,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살아 보게. 그래도 지금처럼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사울진은 라함이 적은 종이들을 집어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는, 방문을 열고 나온다. 억울해서 분이 나야 할
이는 그가 아니라 라함이어야 하지 않는가, 라함의 고
통스럽게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 싶어 왔는데, 오히려
뭐라도 하며, 살겠다고 있는 그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사울진이 나가고, 라함이 레첼을 보니, 그녀의 얼굴이
분노와 억울함으로 시뻘게져 있고, 꼭 쥔 주먹을 바르
르 떨고 있다. 라함은 처음 보는 레첼의 이런 모습을 요
즘은 거의 매일 보고 있다. 라함이 그녀에게 다가가, 그
녀의 작은 어깨를 감싸 안는다. 지금껏 울어 본 적 없는
그녀는 우는 방법도 몰라, 흐느끼듯 가쁘게 숨을 몰아
쉰다.
사울진이 보연당으로 들어가니, 왕의 의자에 앉아 책
상 앞에 놓인 것들을 읽고 있는 라단이 보인다. 라단을
보니, 라함을 만났을 때 치밀어 오르던 화가 조금씩 가
라앉는 것 같다. 사울진이 숨을 고르게 내 쉬고 가다
듬으며, 생각한다.
’그렇지. 내가 무엇 때문에 그리 화가 치밀었단 말인가
내 아들이 저 자리에 앉아 있는데. 나는 그저, 내 아들
을 위해, 아들의 저 자리를 위해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사울진에 라단 앞으로 걸어가니, 그는 여전히 책상 위
에 시선을 머문 채, 건조하고 낮은 음성으로 말한다.
“남쪽 마을에, 땅이 내려앉은 곳이 있다 하여, 내일 인
력을 보내 보수하기로 했습니다. 동쪽 마을에 병든 자
들이 있다 하여, 바로 의원들을 보내, 치료하라 하였고,
전염병인지 아닌지 몰라, 일단 병든 자들이 있는 곳 주
변을 막아 놓으라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사울진의 말에 라단은 할 말을 다 했는지, 더 이상 아
무 말이 없다. 사울진도 말없이 라단을 올려다본다. 잠
시 후, 라단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사울진을 바라보며 묻는다. "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
까?”
“아닙니다. 그런데?”
“네.”
“즉위식은 언제 하실 건지요? 이제 사람들에게 이 나라
도 왕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왕으로 즉위식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지.”
“있지요. 사람들도 누가 이 온 마을을 지키고 다스리는
지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성대한 즉위식을 해
야, 사람들이 왕에 대한 경외감도 갖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라단은 다시 책상으로 시선을 옮긴다. 늘 따스하던 라
단의 눈빛은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을 만큼 건조하고,
표정은 싸늘하고 차갑기만 하다. 사울진 에게 그런 라
단의 얼굴이 낯설지만, 왕이라는 자리에는 오히려 적
합하게 보인다고 애써 생각하며, 몸을 돌려, 걸어 나가
려 하자, 라단이 묻는다.
“라함 수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살아는 계십니까?”
“네.”
“그럼 이제 놓아 드리세요. 원하시는 대로 제가 이 자
리에 왕으로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라함에 대한 신망이 두텁습니다. 아직 왕으
로 즉위식도 안 한 상태이고, 왕으로서 자리를 잡아가
는 중인데, 그의 존재는 없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그분을 죽일 실 수도 있다는 말
씀입니까?”
“왕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 라면, 그럴 수도 있지요.
다른 수장들도 마찬 가지입니다. 더 큰 힘을 가져야 해
요. 그래야, 그 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수장들의 존재는 위협이 될 뿐이에요.”
“죽여서 얻는 힘에 진짜 힘이 있습니까? 사람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자, 사람들이 여전히 믿고 따르는 자,
그런 자들과 함께 해야 그게 진짜 힘이지 않습니까? 아
버지가 원하시는 대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왕
노릇이라도 하길 바라신다면, 아버지는 아무것도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라단은 사울진이 말을 더 하려 하자, “전 남은 일을 마
저 해야 하니, 그만 가보세요.”라고 차갑게 말하고는,
책상으로 고개를 숙인다.
사울진은 잠시 그런 라단을 바라보다, 보현당을 나선
다. 사울진에게 늘 다정하게 대했던 아들이다. 정이 많
고 여린 아들이 내심 걱정 되고 못 마땅했는데, 지금은
그의 살가웠던 모습이 그립다. 하지만 이내, 사울진은
마음에 드는 아련한 생각들을 없애버리려, 머리를 세
차게 흔들며 다시 생각한다. 그렇게 꿈꾸던 왕으로 있
는 아들의 모습이 아닌가. 아들의 자리에 위협이 되는
자들 속에서 아들의 자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다짐한다.
보현당에 혼자 남은 라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주머
니에서 사엘이 준 단추를 꺼내, 손으로 만지작 거리자,
보현당 마루에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보인다. 한
참을 바라보다,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시간들이라 더
슬퍼진 그가 눈을 감자, 그들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
진다. 라단도 자리에서 일어나, 보현당 마룻바닥을 천
천히 걷는다. 매일 들어오고 나가는 이 길이 그의 무게
와 고통 만큼 끝나지 않는 길처럼 길게 느껴진다. 보현
당 밖을 나오니 밤하늘에 별이 떠 있고, 라단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엘과 함께 리만투어에서 바라보던 까만
하늘과 별을 떠올린다.
그때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단추가 둥 하고 뜬다. 라
단이 손을 들어 잡아 볼 새도 없이 단추가 하늘로 날아
올라간다.
하늘에 별처럼 떠있는 단추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왕
과 호가 라단에게 다가 오자, 라단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그들이 올 거야.”
“알겠습니다. 저희도 늘 주시하고 준비하고 있겠습니
다.”
그들은 이미 그전에 카야에게 지시를 받았었다.
한 달 정도, 수아와 여람, 밧세는 검술과 무예를 다시
연마하고, 카야는 그의 군사들과 아비갈의 무사들을
재정비했다. 사엘은 제단을 만들고, 경전의 신에게, 그
들과, 리만투어에 있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 했다.
마당 한편에 만들어 놓은 제단에 불이 일렁 인다. 제단
앞에 서있는 사엘 주변으로 여람과, 밧세, 수아 그리고
카야와 아비갈과 정하가 서 있다.
수아가 “준비는 다 됐어.” 라고 말하자, 여람도, “그래.
이제 떠날 날만 정하면 돼.” 라고 말한다.
수아가 아비갈을 보며,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당
신은 꼭 같이 안 가셔도 됩니다. 우리도 리만투어가 어
떤 상황인지 모르고 떠나는 길이라, 당신과 이곳 사람
들까지 위험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아비갈이 수아와 다른 이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말한다“우리는 이미 한 공동체 아닙니까? 남아도, 같이 남고,
가도 함께 가야지요. 이들도 모두 그렇게 한다고 했습
니다. 그리고 리만투어에는 나의 오랜 친구도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함께 가서 그를 구하는데도 돕고 싶
습니다.”
며칠 후 이들은 비밀 통로를 통해 리만투어로 돌아가
려고, 비밀 통로가 있던 해안 절벽으로 가 보지만, 어디
에도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이들이 그곳을 빠져나오
고 비밀통로가 사라진 것이다. 비밀통로를 통해 나온
이들은 이곳이 어디인지, 리만투어에서 어디로 얼마큼
멀리 있는 곳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도 주변을 둘러보
며, 길을 찾아보는데, 사엘은 해안 절벽에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마을로 돌아 가지도 그렇다고
방향도 모르는 길을 떠나지도 못한 이들이 잠시 해안
절벽 주변에 여정을 푼다.
꼼작도 않고 해안절벽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사엘 주변으로 여람과 밧세 수아가 다가온다.
수아가, “일단 오늘 밤은 이곳에 있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생각해 보자.” 라고 말한다.
사엘이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멀리, 반짝이는 거 보여?”
다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지만, 수없이 많이 떠
있는 별 속에서 무엇을 보라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라단이에게 주고 온 단추가 떴어. 저걸 따라가면
돼.”
다음날 아침이 밝았고, 이들은, 두 개의 조로 나누어,
수아와 단추를 보며 길 잡이를 해야 하는 사엘 그리고
카야와 그의 군대가 먼저 앞서고, 사엘과 가야 한다고
버티던 여람은 결국 밧세 그리고 아비갈과 그의 사람
들과 함께 이틀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길을 나선다.
그렇게 걷기 시작한 여정이 반년이라는 시간이나 흐르
지만, 여전히 리만투어는 보이지 않는다. 비밀통로로
걷던 길은 며칠 새에, 수백 리를 가는 길이었고, 그들을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갔던 것이다.
라단은 하늘에 뜬 단추를 보고 이들에 곧 올 줄 알았지
만 반년이나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그들을 곧 볼
수 있다는 그의 기뻤던 마음이 점점 걱정과 절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