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Twenty Nine 아비갈

by Hye Jang

방안에 여람, 밧세, 사엘이 누워 있는 수아 주변에 둘러

앉아 있다. 이틀이나 지났지만, 수아는 여전히 정신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수아는 괜찮은 거겠지?

내가 뭘 잘못 한건 아닐까?”라고 말하며, 책을 뒤적거

리며, 다시 읽어 보고 있다.


밧세가 수아의 얼굴과 손 그리고 가슴에도 손을 대 보

고는 , “심장도 잘 뛰고, 몸의 체온도 좋은 거 같아.” 라

고 말하며 사엘을 안심시키려고 하지만, 그도 걱정되

기는 마찬가지이다.


여람은 사엘이 보고 있는 책을 뺏으며 “ 그만 봐” 라고

말한다. 사엘은 그녀가 뭘 잘못했을까 해서, 그날 이후

수십 번도 넘게, 책을 보고, 또 보고 있는 중이다.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하긴 했는데, 혹시 뭘 놓쳤을까

봐.”


여람이 사엘의 손목에 그의 손을 얹으며 말한다. “괜찮

을 거야. 너도 그랬다며, 며칠 동안 잠만 자는 것처럼

누워 있다가 정신이 돌아왔었다고.”


그때, 지난번 문 앞에 서 있던 자가 들어오더니, “저기

저 친구도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라고 말한다.


밧세는 어제 방 안에서 일어나다가 어지러워 잠시 방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는데, 그 자가 그걸 본 것이다. 그

는 비밀 통로에서부터 지금까지 수아 옆에 한시도 떨

어지지 않고, 수아를 돌봤으니, 그도 많이 지쳤을 것이

다.


사엘이 밧세를 보며 말한다. “그래 밧세야. 너도 나가

서, 바람도 쐬고, 좀 씻고 와. 여긴 내가 있을게.”


여람도, “그래. 사엘 말대로 해.”라고 말하지만, 밧세가

주저 하자, 여람은 그의 팔을 잡고 일어나면서, “나랑

같이 나갔다 오자. 사엘아. 잠시만 수아랑 있어. 금방

올게.”라고 말하며, 그를 끌고 방 밖으로 나간다.


여람도 사엘에게 괜찮을 거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사

실 그도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고, 그런 그의 감정을 그

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잠시 방 밖을 나오고 싶었던

참이었다.


밧세와 여람은 집 마당 뒤쪽으로 난 길을 잠시 걷는다.

서로 말은 없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

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여람은 비밀 통로에서부터 지금까지 그의 의지와는 상

관없이, 사람들을 이끌고 왔다. 여람은 지금껏, 무엇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서 해 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수

아가 늘 무슨 일이든 주도적으로 해 왔고, 여람은 거들

거나, 혹은 이러쿵저러쿵 하며 참견하는 편이었다. 그

래서 수아랑 티격태격 다투기도 많이 했는데, 여람은

지금 그때가 너무 그립다. 밧세라도 함께 이끌어 주면

좋겠지만, 그도 수아가 하는 일에 따르는 편이었고, 지

금은 수아를 돌보는 것만도 벅찰 것이다. 그래서 여람

은 걱정과 불안에, 부담감과 책임감까지 더해져, 어찌

할 바를 모르겠지만, 또 그와 있는 이들을 더 불안하고

걱정하게 할 수는 없어, 괜찮다라고 말은 하지만, 매일

매일이 그저 캄캄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밧세는 사엘이 수아를 고칠 수 있다고 믿지만, 마음 한

편에 자꾸 만약에, 그렇지 못하면, 이라는 생각도 들어

불안하고 두렵다. 수아가 고쳐질 방법도, 리만투어로

돌아갈 방법도, 엄마 하갈을 다시 만날 방법도, 모두 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떠한 방법도 없어 보여, 숨도 쉬어

지지 못할 만큼 가슴이 답답 할 때도 있다.


여람과 밧세가 방을 나가자, 문 앞에 서 있던 자가 오

늘은 웬일로 사엘 옆에 앉으며, “오늘은 질문이 없네.”

라고 말을 건넨다.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을 거잖아. 그래서 당신 스스로

말할 때까지 그냥 잠잠코 있기로 했어. 당신이 뭐든 말

해 주지 않아도 할 수 없고.”


사엘의 말에 그녀가 피식 웃자, 사엘은 고개를 돌려, 그

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하갈 수장 나이 정도로 보이고,

야생 생활을 많이 한 듯, 까무잡잡한 얼굴에, 잔 주름이

많아 보이지만, 넓은 이마와, 시원하게 생긴 눈매, 그리

고 야무지게 다물고 있는 얇은 입술이 한눈에도 멋있

게 생긴 얼굴이다 라고 느껴진다. 게다가 꽤 호리호리

하게 큰 키이고, 꼿꼿이 앉아 있는 그녀의 어깨와 등 그

리고 팔도 그동안 검술을 많이 했는지, 넓고 단단해 보

인다.


“내 이름은 아비갈이야. 내가 있을 때는 남자 제사장이

었는데, 그새 그곳도 많이 바뀌었나 봐. 젊은 여자 제

사장은 처음이야. “


“역시 리만투어를 아는군. 그곳에서 살았어?”


20년도 더 된 그날, 라함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

녀를 찾아와, 평소와 달리, 말없이 한참을 그녀를 바라

보고 있었다. 아비갈이 먼저 그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이 괜찮다는 것이냐며, 슬픔이 가득한 눈으

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비갈은 언젠가는 그와 헤어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그날이 오늘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매일매

일 경전의 신에게 빌었다. 하지만 이제 그날이 온 것이

라 짐작한 것이었다. 둘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고,

라함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집안에서 정해놓은 여인

과 혼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집안의 뜻을

따르고 싶지 않다며, 같이 가서, 허락을 받고, 혼인 하

자며, 금가락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라함은, 그녀에게

“나는 네가 정말 좋아. 평생 너와 함께 하고 싶어.” 라며

고백도 했다.


아비갈은 라함이 내민 반지를 받아, 손가락에 끼어 보

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끼어 볼 그녀의 손에서 반

짝이는 반지였다. 그리고 이대로, 그가 하자는 대로 하

고 싶었다. 하지만, 라함은 앞으로 1지파의 수장이 되

어야 하고, 그는 그 수장이라는 자리에 아주 잘 어울리

는 사람이라고 아비갈은 생각 했었다. 앞으로 지파를

잘 이끌어 가야 할 그의 곁에 그녀가 함께 하기에는 어

울리지 않다는 생각도 늘 했었다. 끼고 있던 반지를 빼

어, 라함의 손에 다시 쥐어 주며 그렇게 말했다.


“라함 오빠. 오빠가 있어야 할 자리로 이제 가세요.”


라함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아비갈은 그만하라

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만

남이 될 그에게, 그녀는 미소 짓는 모습으로 그에게 남

고 싶었다.


그렇게 서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라함은 떠났다.


그녀의 방 안에는 라함이 읽고, 놓고 간 책 한 권과 그

위에 돌려준 금가락지가 놓여 있었다. 책과, 옷가지 그

리고 그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챙겨, 얼마 후 그녀도 그

곳을 떠났다.


아비갈은 라함이 그녀를 찾아올 때 다니던, 비밀 통로

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날들을 길잡이 돌에 의지해

걸었다. 라함이 비밀 이라며 알려준 곳이었다. 라함도

어디로 어디까지 가나 하고 걷다가 나온 곳이 그녀가

있던 곳이었고, 둘은 그렇게 만난 것이었다. 라함이 오

던 반대 방향 길로, 라함도 아직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

는 곳으로 그렇게 걸었다.


라함이 더 이상 그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온 것 같고, 통로 주변이 다른 곳과 달리 넓고, 시원한 바람도

들어오길래, 그곳으로 나갔고, 산길을 따라 좀 더 걸으

니, 주변에 먹을 만한 산나물도 많고, 조금 더 떨어진

곳에는 마을도 있어서, 그녀는 이곳에 터를 잡고, 산

에서 나물을 캐다가, 마을에 팔면서, 먹고살기 시작했

다. 어두운 밤, 산속에 있는 집에 홀로 누워, 떠나 올때

챙겨 온 라함의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들

면 꾸는 꿈 속에서, 라함은 책을 가져와 읽고 있었고,

아비갈에게 책을 읽어 주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

리는 듯했다. 글을 읽을 줄 몰랐던 그녀에게 그는 글을

가르쳐 주었고, 어느 날부터 아비갈도 그에게 책을 읽

어 주곤 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그의 말이 맴돌

았다.


“나는 네가 정말 좋아. 평생 너와 함께 하고 싶어.”


현실에서 아비갈은 속 마음과 다르게 말했지만, 꿈속

에서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도 오빠가 좋아요. 당신과 평생 함께 하고 싶어요.”


산속에서 홀로 살며, 산나물을 캐다가 팔던 그녀의 삶

에, 라함이라는 친구 같은, 연인 같은 이가 스며들었었

고, 산속을 함께 걸으며, 라함은 그녀에게 마을에서 일

어 나는 일,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었다.

아비갈은 그에게 산나물들에 대해 알려 주었었다. 그

러다 출출해지면, 우거짓국을 끓여 함께 먹고, 잠시 쉬

며, 새소리를 듣고, 함께 책을 읽으며 보냈었다. 아비

갈 에게는 짧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렇

게 날마다 그때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며, 낯선 곳에서

또 다시 홀로 그렇게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비갈이 마을로 갔을 때, 만삭의 어

려 보이는 소녀가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집

으로 데려와 출산을 돕고 보살폈다. 어느 집 여종이었

던 그녀는 같은 집에서 일하는 결혼한 남자 하인에게

강간을 당하고, 아이까지 생겼는데, 그 남자 하인의 모

함으로 일하던 집에서 억울하게 쫓겨났다고 했다. 그

녀는 아이를 낳을 자신도, 낳지 못할 자신도 없이, 그저

마을을 떠돌다 못 먹고 지쳐,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

녀를 아비갈이 도와준 것이었다.


아비 갈은 이름이 현 이라는 그녀에게 갈 곳이 없다면

어차피 그녀도 혼자니, 여기 살면서, 같이 아기를 키우

며 살자고 했다. 그렇게 아비갈, 현 그리고 태어난 아기

정하 세명은 가족이 되었다. 셋은 서로 가족이 생겨 행

복하고 애틋했다. 집안에 날마다 웃음이 그치지 않았

다.


그리고 정하가 세 살쯤 되었을 때, 함께 행복하게 웃던

현이 떠났다. 그녀는 출산 후에 피를 많이 흘렸었고,

그 뒤로 몸이 많이 약해지고, 자주 아팠었다. 아비갈이

약재도 구해다 먹이고, 약초도 캐다가 먹였지만, 현의

병세는 좋아지지 않았었다. 어느 날 아침, 현은 아비갈

과 정하가 잠든 곳에서 잠자듯 떠났다. 현이 떠나고 아

비갈은 삶의 희망을 잃었다. 라함을 떠날 때도, 모든 걸

잃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고 싶

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오는 상실과

헤어짐의 삶에 지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이 떠난 자

리에 누워 며칠을 보내는데, 정하가 다가와 그녀 옆에

누워 그녀의 작은 손으로 아비갈의 얼굴을 만지더니,

뭐가 우스운지 까르르 웃었다.


아비갈은 '그래 정하가 있지. 정하가 남아 있잖아.' 라

고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 일어섰다. 이제 그녀에게 남

은 것은 현이 남긴, 딸 정하를 잘 키우는 것이었다.


그 후로 아비갈은 버려졌거나, 갈 곳이 없는 사연이 가

득한 여인들을 집으로 데려 오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글과 검술과 무예도 가르쳤다. 라함은 아비갈 에게

스스로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며 검술과 무예도 가르

쳐 주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무예와 글에 뛰어난 자들

이 모인 가족 같은 작은 마을이 된 것이다.


그녀가 사엘의 질문에 대답하려는데, 수아가 나지막한

신음 소리를 낸다.


사엘은 수아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수아야. 나야. 정

신이 좀 들어?”


수아의 눈이 가늘게 뜨여지면서, 사엘을 쳐다 보고는,

몸을 일으키려 하자, 사엘이 수아의 등과 팔을 잡고 일

으켜 앉혀 준다.


사엘이 수아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 보여?”


수아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그때, 밧세와 여람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앉아 있는 수

아를 보고 놀라, 달려가 수아 앞에 앉는다. 아비갈은 이

들이 들어오자, 조용히 방을 나간다.


밧세가 수아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수아야. 이제 괜

찮은 거야? 정신이 들어?”


수아가 침을 한번 삼키고는 말한다. “응.”


수아의 “응"이라는 말 한마디에, 밧세가 수아를 부둥켜

안고 흐느끼며 말한다. “목소리도 그대로야. 이제 다

나았네 나았어. 잘 버텼어. 고생했어. 수아야.”


수아는 밧세를 살짝 밀쳐내며 말한다. “야. 숨 막혀. 방

금 전에 깨어났는데, 숨 막혀 죽겠어.”


밧세가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수아에게서 떨어지자,

여람도 수아를 보며 묻는다. “괜찮아? 어디 불 편한 곳

은 없어?”


수아가 여람과, 밧세 사엘을 한 명씩 찬찬히 보며 묻는다. “괜찮아. 너네들은?”


수아는 긴긴 시간, 보이지도 않고 말하지도 못했지만

그도 지금 까지 친구들을 걱정하면서 온 것이었다.


사엘이 고개를 떨구며 말한다. “미안해. 모두 다 나 때

문에 벌어진 일들이야. 수아. 너를 아프게 한 것도, 너

희들과 지파 모두 위험에 처하게 한 것도 다 나 때문이

야.”


여람이 말한다. “또 그런다. 너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

야.”


밧세도 말한다. “그래. 사엘아. 너 잘못이 아니야. 수아

의 눈과 목소리도 돌아왔잖아. 이제 마을로 돌아갈 일

만 생각하면 돼. 안 그래?”


여전히 사엘은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잇는다. “수아가

경전의 신에게 왕으로 지명받은 후, 내가 좀 더 조심하

고 경계했어야 해. 내가 그러지 못했어.”


수아가 사엘을 보며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사엘아.”


사엘은 대답이 없다.


“사엘아. 내 얼굴 좀 봐봐.”


잠시 후, 사엘이 고개를 들어 수아를 쳐다보자, 서로의

눈을 응시한다.


“이제 보여? 네가 고쳐준 눈?”


“응.”


“네가 고쳐준 목소리도 들리고?”


“응.”


“내 눈과 내 목소리를 고쳐줘서 고마워. 네가 해 줄 줄

알았어. 물론 처음에 너에 대한 원망이 없었던 건 아니

야.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너 잘못은 아니야. 그러니

더 이상 죄책감도 미안함도 갖지 마. 그래야 우리가 함

께 할 수 있어. 밧세 말대로 이제부터 마을로 어떻게 돌

아 갈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만 생

각하자.”


사엘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닦

는다.


그런 사엘을 여람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이제 리

만투어로 돌아갈 생각만 하자. 가서 수장님들과 마을

을 지켜야지. 우리가 다 같이 힘을 합쳐서 하면 돼.”


수아가 말한다. “그래.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다시

다 같이 힘을 합쳐서 함께 하면 돼. 그래서 말인데, 뭐

부터 할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지 않았어? 내 눈도

목소리도 다 멀쩡해졌는데 빨리 뭐라도 할거 생각해

봐.”


수아의 말에 사엘이 코를 훌쩍이다 말고, 피식 소리를

내며 웃는다. 밧세와 여람도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웃는다.


“왜 웃어? 그래서 우리 뭐부터 해? 응?”


“사엘아. 네가 수아를 원래대로 잘 고쳐 놨네. 그런데

좀 발전시켜서 고쳐 줄순 없었어? 그런 건 책에 안 쓰

여 있나?” 밧세도 이제야 안심을 되는지, 농담을 건넨

다.


“좀. 농담 그만하고. 그래서 우리 뭐부터 하냐고?”


이들 중 가장 키가 큰 밧세가 그의 긴 팔을 벌려, 양쪽

에 앉은 수아와 사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하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이거.”


그러자, 수아와 여람도, 양쪽에 앉은 사엘과 밧세를 잡

아당겨 안는다. 넷이 서로를 잡으며 안자, 그들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며, 모두 살아남아 여기까

지 와서 함께 있다는 안도감과, 고쳐진 수아에 대한 감

사함이 밀려와, 가슴이 뭉클하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은 서

로 맞잡은 팔이 서로 의지가 된다.


다음날 아비갈이 음식 상을 가지고, 수아와 밧세가 머

무는 방으로 들어온다. 사엘과 여람은 카야를 찾으러

나갔고, 밧세는 수아가 부탁한 것을 가지러 사엘의 방

에 있는 하디에게 잠시 갔다. 아비갈은 수아가 혼자 있

는 것을 알고 온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고, 알아내고

싶은 것이 있어서이다.


아비갈이 상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 먼저 먹어. 네 친

구들은 오면 따로 차려 줄게.”


상에 놓여 있는 국을 보며 수아는 며칠 전에도 먹으면

서, 익숙한 냄새와 식감의 음식이라 생각했었다.


수아가 한 입 떠먹으며 말한다. “제가 좋아하는 국입

니다. 이 국을 다시 먹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낯

선 곳에서.”


“이 국을 좋아한다고? 서민들에게는 흔하지만, 이 조

차도 흔하지 않은 국인데 어떻게 이 국을 알지?”


“우거짓국이지 않습니까.”


“맞아.”


“아버지가 좋아하세요.”


“아버지?”


“자주 드셨고, 늘 좋아하신다 했어요. 저도 좋아했고

요. 아버지랑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도 이 국이였는데

….” 수아가 라함 생각이 나서 말을 잇지 못한다.


“혹시 라함 수장님?”


아비갈의 말에 수아가 수저를 내려놓고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묻는다. “아버지를 아세요?”


“마을에 일이 생겨 도망 나왔다고 했지? 라함 수장님은

어떻게 되셨어?”


묻는 말에는 대답 없는 그녀는 또 질문만을 던지고, 수

아는 그녀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 느껴졌는지, 그 동안

의 일들을 비밀통로와 왕으로 부름 받은 이야기만 빼

고 간략하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잠시 피해 있으라고 하셔서, 여기까

지 온 거예요. 그날, 사울진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라

고 말하는 수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불과 얼마전에

일어났던 참담한 일들을 그래도 차분하게 설명 하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걱정과, 분노와, 끔직함으로 가

늘게 떨린다. “끌고 갔어요. 그때, 내 눈과 목소리가 그

렇지만 않았어도,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남아 었야 했

어요. 이제, 눈도 목소리도 돌아왔으니, 리만투어로 곧

돌아갈거에요."


그때, 밧세가 방으로 허겁지겁 들어오며 말한다.

“수아야. 카야가 왔어”


“뭐라고? 어떻게?”


수아가 벌떡 일어나, 방 문 밖으로 나간다.


아비갈도 뒤따라 나간다.


카야와 그의 병사들이 마당에 가득하다.


수아가 밧세를 보며 말한다. “이제 리만투어로 돌아가

면 되겠어.”


아비갈이 수아를 보며 말한다. “우리도 같이 가.”


“우리?”


“우리의 수도 꽤 돼. 여기 있는 모든 이들 다 검술에 능

한 자들이고.”


“그런데 왜?”


“한때 친구였던 자를 같이 만나러 간다고 하면 될까?”


“친구?”


“몸부터 빨리 추슬러. 이대로는 못 가. 싸울 일도 있을

텐데, 힘부터 길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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