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말해 보자고.” 오늘도 어김없이 수아는 엉뚱
한 질문을 가지고 와서 이들에게 묻는다.
“말해서 뭐 하게?” 여람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자,
수아는, “넌 꼭 내가 뭐만 하자고 하면 그렇게 반대를
하더라. 말이라도 해 보자는데 그게 뭐 어떻다고.”
“그러니까 말이라도 왜 하냐는 거지. 뭐 그런다고 바뀌
나?”
말없이 곰곰이 생각하던 밧세가, “수아 말대로 말이라
도 해 보면 좋을 거 같아. 우리 이런 생각 한 번도 안 해
봤잖아.”
사실 이들은 16년 동안 살면서, 태어난 이 땅, 그리고
가문, 그들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듣고
자랐기 때문에, 다른 무엇을 해 보거나,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엘은 모래 위에 뭔가를 그적거리더니,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는데, 제사장 가문에서는 태어나
지 않았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 그러면 뭐든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엘의 말뜻을 잘 알기에, 모두들 잠시 침묵한다.
수아는 안 되겠다는 듯 손을 들어 설레 설레 흔들며,
말한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난 이
런 거 하고 싶다, 이런 거 하면서 살면 재미있겠다 그런
거 말이야.”
“넌 뭔데? 너부터 말해봐.” 여람이 묻자, 수아는, “나는
국숫집을 하고 싶어.”라고 말한다.
“국숫집?” 밧세가 놀라 묻자 수아가 웃으며 말한다.
“응. 마데라에 국숫집 있잖아. 거기 주인아저씨가 너무
재미나게 사시는 것 같은 거야. 국수도 팔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주고”
수아의 말에 다들 재미있을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이
고는 각자 그들이 하고 싶은 일, 해보고싶은 일들이 무
엇인지 생각해 본다. 생각하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이 생각나, 다들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왜 웃어?” 수아가 묻자, 여람이 말한다. “생각하다 보
니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만 고르기가 힘
들겠는데.”
밧세와 사엘이 나도 라고 말한다.
밧세가 모래 위에 누우며 말한다.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만 했는데도 기분이 좋아.”
수아도 모래 위에 누우며, “그렇지? 기분이 좋아지지?”
여람이 옆에 앉은 사엘에게 고개를 돌려 묻는다. “넌
다시 생각해 봤어?”
사엘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밧세와
수아는 모래 위에 누워 하늘을 보며, 그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상상하고, 여람과 사엘은 모래 위에 앉아, 리만
투어를 바라보며 그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상상한다.
리만투어 하늘이 석양이 지며 주황색으로 변하자, 이
들은 배가 고픈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리 집 가서 저녁 먹자. 오늘은 할머니 집사님께서
만둣국을 하신대요.”
“아. 나 만두 너무 좋아.” 사엘이 진짜 좋은지 발까지 동
동 거리는 것을 본 수아가 뭐 놀릴 게 없는지 사엘을 보
자, 사엘이 먼저, “뭐? 뭐 같고 놀리게?”라고 말하니,
수아가 싱글거리며, “뭘 놀려. 만두 먹는 네 모습이 참
좋겠구나 하는 거지.”
그 사이 말을 가져온 여람과 밧세가 티격태격하는 둘
에게 빨리 말에 타라고 재촉한다.
말 한 마리에 같이 앉은 밧세와 수아 그리고 여람과 사
엘이 드넓은 해안가를 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달리
고 그들의 얼굴에 웃음이 활짝 지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