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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22. 2021

삶의 주체가 될 때까지

내가 없어지면 나의 우주도 멸망한다


몇 주 전 마샤님께 책을 선물해드렸다. 서점에 들러 우연히 살펴본 우지현 작가의 책 <풍덩>을 보고, 수영을 열심히 배운다는 그녀가 떠올랐다. 여러 명화들에 대한 에세이를 담긴 그 책은 수영에 관한 글들이 제법 있었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어렵게 찾은 그녀를 위한 격려차원에서 건넨 책이었다.


 그녀는 그 답례로 유튜버로 유명한 밀라 논나의 신간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를 카카오톡 기프트콘으로 선물해주었다. 예약도서라 기프트콘으로 선물을 받은 후, 보름이 걸려 책이 내 품에 왔다. 고대했던 책이었기에 바로 포장지를 뜯어 연둣빛으로 물든 잔디에서 찍은 저자의 표지 사진에 미소가 지어졌다.  "죽을 때까지 변화하고 싶어요"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출퇴근으로 지친 평일을 벗어나 조금은 한가한 마음인 주말에 이 책을 완독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요일에 가족과의 짧은 외출 길에도 이 책을 챙겼다. 아이와 동행한 분주한 일상에 이 책을 가지고 다니는 뭔가 여유로워진 느낌마저 들었다. 그녀의 많은 말 중에 가장 와닿았던 말은...



무엇보다 나를 위해 산다는

대명제를 세우라고.

나의 자식, 나의 남편 앞에 '나'라는

한 음절이 붙는 건,

내가 존재해야 자식도 남편도 있다는 뜻이라고.

내가 없어지면 나의 우주도 멸망한다고.

(p.20 페이지 중)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에 나를 내맡기지 말고,

내 마음부터 따뜻하게 달래주고 품어주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게 하는 에너지를 만들라고.

(p.22 페이지 중)


그녀의 여러 말을 함축적으로 요약해 보자면, '자신을 먼저 돌보라'는 말이었다. 우리는 타인을 돌보는 것에만 익숙하다. 누군가를 간호하고 보살피고.. '엄마'라는 역할도 그렇다. 자연스레 아이를 돌보는 게 엄마의 역할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니깐. 양육자의 삶도 있지만 개인의 삶도 있는 것도 중요하다.


예전의 엄마세대와는 지금 세대와 세상은 엄마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아이를 늘 돌보는 엄마 말고 '사회인으로서 일하는 엄마'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내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친정 엄마가 딸에게 출산 후에도 자신의 일을 계속하길 권하는 엄마들도 많다고 한다. 요즘 시대 엄마는 일도 잘해야 하고, 아이도 잘 길러야 한다. 사람인지라 모두를 잘할 수 없다. 밸런스를 맞춰 아이도 잘 키우고, 회사일도 잘하고 싶은 데 의지와 달리 그게 안 된다.


결국엔 엄마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진다. 다 잘하고 싶지만, 다 잘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좌절하고 자책하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삶을 방향이 의지대로 가는 게 아니라, 시간에 따라 혹은 일상에 젖어 마음과 다른 노선으로 걸어가게 된다. 결국에 그 흐름에 따라 가면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노선으로 걷고 싶으면 잠시 멈춰 돌아온 길을 바라본 후 다시 계획을 세워봐야 한다.


 '정말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무엇인가.'


그 길을 걷는 사람은 나 자신인데, 간혹 타인의 바람대로 걸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타인의 바람대로 내 삶이 정해지는 건 아니다. 결국엔 모두의 삶의 주체는 각자에게 있다. 그 각자의 삶은 자신의 방향키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방향키를 자꾸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을 때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질 때다.


모든 어른과 아이가

자기 인생에 마땅히 용기를 내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 말고 시작해보라.

그것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짊어지면 된다.

(p.311 페이지 중)


그래, 책에 적힌 밀라 논나의 말대로 결국 내 삶의 책임은 내가 지는 건데 가끔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때 남에게 그 비난을 쏟을 때가 있다. 전적으로 내가 불안정한 컨디션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음에도 말이다. 내가 좀 더 나은 선택과 판단으로 내 삶을 충실하게 살려면 내가 건강해지도록, 내가 더 행복해지도록 나를 아껴줘야 하는 것을 뒤로 한채. 삶의 우선순위를 자꾸만 내가 아닌 다른 것으로 우선시할 때.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아이의 삶이 우선이겠지만, 그전에 엄마 자신이 아빠 자신이 건강해야 건강한 아이를 기를 수 있다는 것도.. 망각해선 안 된다..



"인간은 결국 자기가 살아온 삶을 입는다."

"하나뿐인 나에게 예의를 갖춘다."


추천사에 김이나 작사가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밀라 논나의 여러 말보다 더 와닿았던 그 두 문장. 밀라 논나를 수식하는 이 문장들을 곱씹어보며 나 또한 내 삶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주말 동안 생각해본다. 타인의 시선에 휩쓸려 정작 나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고 하루를 살지 않았는지, 내 컨디션을 등한시하고 무리한 일정을 잡은 건 아닌지.. 지난 시간들을 거슬러 돌아보며 다시 마음을 잡아본다.


특별한 이벤트를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매일 일상에서 많이 웃고 행복하며, 일 잘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 바람대로 나를 더 소중히 생각하면 아이의 삶도 더 소중하게 느껴질 거라 믿는다. 모든 엄마들이 일상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며,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어 아이들과 화목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에서 삶의 지혜를 얻길..



덧. 

책을 읽고 너무나 좋아서 엄마(60대 중반)에게 선물을 드렸다. 좋은 책이 있으면 엄마가 생각난다. 특히 저자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엄마를 많이 연상케 했다. '술술' 읽혀서 읽기 좋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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