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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Dec 20. 2021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뉴스레터

11월호 [신문과 방송]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 기고글





최근 내 메일함 개인 뉴스레터의 양이 언론사, 회사에서 보내는 뉴스레터보다 3배 이상 많아졌다. 관심 가는 키워드나 추천받은 뉴스레터 등을 구독했더니 어느새 매일 보는 뉴스레터만 10건을 넘겼다. 하루는 구독하는 뉴스레터를 전부 정리해볼까 싶어 엑셀 파일로 기록하다가 그만뒀다. 숫자를 세기에는 너무나 많은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주 1회 발송되는 뉴스레터는 하루에 총 15~20건, 매일 발송되는 뉴스레터는 총 10건 이상 받아보고 있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주 100건 이상의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는 셈이다. 뉴스레터들을 다 열어서 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확답할 수 없다. 눈으로만 훑어보는 뉴스레터가 대부분이고 그중에서 시간을 들여 보는 뉴스레터는 매일 5건 이하이기 때문이다.


뉴스레터를 매개로 형성된 ‘구독자 커뮤니티’


유독 내 눈길을 끄는 뉴스레터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라는 뜻의 신조어)’ 콘텐츠다. 구독료를 내고 보는 유료 뉴스레터이기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유심히 집중해서 읽어본다. ‘뉴스레터 제목을 왜 이렇게 썼을까?’, ‘이 글감과 아이디어는 어디서 가져왔을까’ 등 콘텐츠 결과물을 탐색하다 보면 어느새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와 같은 마음이 돼 생산자의 동료가 된 마냥 이 콘텐츠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에게 읽힐지도 생각해본다. 그가 만든 콘텐츠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참고한 책이나 경험 등을 관찰하고 싶은 마음에 그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콘텐츠 생산자들은 또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메일이나 SNS 계정 등을 통해 전달받고, 늘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한다. 구독자와 생산자의 소통이 원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예전보다 많아졌고, 대면으로 마주할 기회도 많다. 그래서 이런 만남은 그 콘텐츠를 애독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구독자는 콘텐츠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콘텐츠 생산자가 지치지 않고 지속해서 콘텐츠를 발행할 수 있도록 격려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는다.


내 경우에도 꾸준히 응원하는 뉴스레터 발행인들이 있다. 디지털 뉴스들을 요약해서 한눈에 읽기 쉽게 정리해주는 썸원의 <서머리앤에디트(SUMMARY&EDIT)>,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더리빙 팩토리’를 운영하는 정재경 작가의 <일간 정재경>, 서울 밖의 시선을 일상 다큐멘터리처럼 담는 김다큐의 <아웃 오브 서울(out of seoul)> 등이 있다. 그 외 무료 구독하고 있는 북레터 <에그브렉(Egg Break)>과 인터뷰 콘텐츠가 주류인 <텍스처 픽(texture.pick)>, <베터 투머로우(Better Tomorrow)>, <윌로(weelo)>, <브리크매거진(BRIQUE MAGAZINE)>, <스타트업> 등도 즐겨보는 뉴스레터로 꼽고 싶다. 이외 뉴스레터를 중심으로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퍼블리(PUBLY), 뉴닉(NEWNEEK), 폴인(fol:in), 롱블랙(Longblack) 등은 잘 알려진 미디어 플랫폼으로, 신문과 매거진 이외의 또 다른 미디어 플랫폼 분야의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개인 뉴스레터, 취향의 경계에 서다


10년 전만 해도 내가 보고 싶은 주제, 글감으로 엮은 콘텐츠들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내 취향을 찾고 좋아하는 글감들을 찾을 수 있는 매거진이 애정하는 플랫폼이자 10대 때 가장 즐겨본 매체였다. 당시 신문은 세상의 이치를 알기 위해 필수적으로 읽어야만 하는 ‘교과서’였다. 이후 학보사에 몸담고 기자라는 직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신문은 내게 법전이자 수험서였다. 기자로 짧게 활약하면서도 신문은 버릴 수 없는 내 일상의 ‘필수템’이기도 했다. 10년 넘게 신문을 구독했지만, 지난해 정기구독을 해지했다. 이제는 개인 뉴스레터의 정기구독료로 매달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신문을 접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했고 꼭 신문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매체는 다채로웠다. 무엇보다 미디어 서비스들이 다양해지면서 굳이 신문을 정기 구독하지 않아도 됐다.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뉴스를 접하고 읽을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신문, 종이 잡지 등은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커버, 표지가 있고 목차 등을 훑어보며 사전 정보를 알 수 있지만, 지금의 뉴스레터 등 구독 서비스는 예상하지 못한 콘텐츠들을 발행한다. 정말이지 콘텐츠 제작자, 창작자에게 의지한 채 구독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오늘날 콘텐츠를 구독한다는 것은 콘텐츠 자체의 물성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는 일이다. 전에는 콘텐츠 제작 매체와 그 플랫폼에 관심을 가졌다면, 현재는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 즉 사람에게 관심사가 옮겨져서 그들을 후원하고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향후 그가 어떤 콘텐츠를 발행하는지 알 수 없어도 콘텐츠 생산자의 시선과 가치를 신뢰하기에 그의 미래 콘텐츠에 투자하는 셈이다.


내가 고른 콘텐츠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일엔 ‘내 취향’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읽고 싶은 글들만 골라 읽는다고 할지라도 사고는 편협해지지 않는다. 그만큼 원하는 가치들을 얻기 위해 내가 읽고 싶은 콘텐츠들을 끊임없이 그리고 더 많이 보고 시간을 들이기 때문이다. 기존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일을 개인 또는 신생 미디어 플랫폼이 도전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미디어 플랫폼이 가야 할 방향도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수많은 뉴스레터를 다 읽지 못하는 구독자들이 많아졌는지 구독자가 매일 1개 콘텐츠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한 뉴스레터인 롱블랙(Long black)도 있다. 폴인을 제작했던 인력들이 새로 만든 뉴스레터다. 당일에 콘텐츠를 소비하지 못하면, 다시 읽을 기회는 없다. 기존 미디어 플랫폼들이 여러 콘텐츠를 아카이빙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과 비교해 신선하다. 마치 ‘열두 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라는 동요를 연상시키듯 24시간 내 읽지 못하면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콘텐츠다.


필요에 따라 구독자를 모으는 방식도 다양하다. ‘펀딩’ 형태로 구독자를 모으거나, SNS 계정을 통해 콘텐츠를 소개할 수도 있다. 최근 뉴스레터 <스타트업>을 발행하는 ‘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 1호 성호철 기자는 텀블벅을 통해 책 발간 후원을 받았다. 그는 지난 3월부터 28명 이상의 창업가들을 만났다. 보도자료에 적힌 기업, 창업가들의 이야기가 아닌 스타트업 현장을 쫓아가 들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년간 기자로 활동한 그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대한 애정 있는 구독자들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즐긴다. 그는 “텍스트 실험에서 하필 주제가 스타트업인 건 그냥 스타트업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라며 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를 밝혔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공감해 텀블벅 펀딩에 참여했다.


앞으로도 콘텐츠 제작에 열정적인 생산자를 찾는 여행을 계속해볼 계획이다. 취향을 고려한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가 왔다는 것이다. 올드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하려는 방향에서 탄생한 신생 뉴스레터와 플랫폼의 실험이 더욱 빈번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더 많이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위 기사는 <신문과 방송> 2021년 11월호 '독자가 본 언론'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출처. 11월호 [신문과 방송]

작성자. 소네 @raison_sone

아래 링크에서 원문 읽기




 마감 후기


지난 10월에 원고 청탁을 받은 이 원고를 이제야 브런치에 담아본다.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 여러 구독 서비스 간 비교 등을 비교하여 '독자가 본 언론'이란 코너에 200자 원고지 20~30매 내외를 써달라고 청탁을 받았다. 청탁 글에는 '각종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시고 언론사에 종사하셨던 적 있으시다고 전달을 받았는데요'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말 잘 써보고 싶은데.. 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늘 발목을 잡는다.


평소 뉴스레터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언론학 석사를 졸업했으나, 기회가 되면 퍼블리와 폴인 등 국내 구독 서비스에 대한 논문을 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할 찰나, 롱블랙이 콘텐츠 미디어 시장에 나왔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고, 내가 즐겨 쓰는 플랫폼에 대해 스스럼없이 쓰게 되어 재밌었다. 무엇보다도 글에 언급되지 않은 국내 유수의 서비스들이 참 많다. 원고지면에 한계를 느꼈을 만큼..


위의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예전에는 여러 매체를 만드는 플랫폼의 회사,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는 매체에 더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 즉 사람에게 관심사가 옮겨진 것. 정말이지..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는 사회가 도래된 게 아닐까. 커뮤니티의 시작, 창작자의 첫 발.. 뉴스레터가 미디어 시장을 바꾸고 있는 건 맞는 거 같다. 마치 독립출판이 다양화가 되는 거처럼 말이다. 독립출판으로 대형 출판사의 저자가 되는 과정으로 가는 거처럼.. 뉴스레터를 통해 개인 브랜딩이나.. 다양한 플랫폼의 시작단계를 알려주고 있다.


이처럼 기존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일을 개인이 운영하는 뉴스레터나 이외 신생 플랫폼에서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다. 내 개인의 시점으로 다시 돌아보면, 올해 즐겨 쓰는 구독 서비스 중 하나는 현대카드에 제공하는 '오설록 구독 서비스'다. 3천 원가량 지불하면 오설록에서 제공하는 신제품을 일정 분기마다 마실 수 있다. 오설록 티를 즐겨마시는 터라 계절마다 어떤 티가 발송될지 기대되기도 하다. 이어 추가로 연간 구독하는 서비스는 아침 매거진이다. 연 4회 종이 매거진과 더불어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뉴스레터를 보내준다. 일명 '일영모(일요일 영감 모음집)'으로 일요일 아침에 영감 받는 아침 매거진 윤진 편집장의 다양한 색상을 만나볼 수 있다.  


좀 더 촘촘히 쓰고 싶었는데 후루룩 읽기 편하게 쓰게 되어서 아쉬운 점이 크다. 다시 언급하지만, 구독 서비스는 나중에 기회 되면 제대로 파고 싶은 마음도 든다.  '구독, 좋아요'라는 단어의 정의가 오프라인 매체에만 쓰이는 줄 알았던 나의 시대와 달리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독' 이란 정의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잡지 등에서 사용하는 월간 구독, 주간 구독이라는 것 자체가 미디어 전반에 걸쳐, 커머스 시장에도 확산되어 사용하고 있는 단어이기에...이 단어가 오래된 사전에 담겨있었지만, 시대에 따라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런 단어들을 #출근전읽기쓰기 뉴스레터의 <오늘의 단어집 펴보기> 코너에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마음도 오롯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다면, 새로운 신생플랫폼인 뉴스레터를 많이 읽어보고 직접 뉴스레터를 발행해보는 것이 아닐런지. 참고로 12월부터 매달 2회씩 정기적으로 보내는 나만의 뉴스레터의  단어는 '일벗'이었다.  단어를 꼽은 이유가 궁금하다면, 12 30 발행할 1호의  번째 단어도 궁금하시면 어래 링크 통해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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