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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Sep 14. 2021

출근길에 오르며

김지수 기자님의 <일터의 문장들>을 새겨둔 날



최근 들어 출근길이 무거웠다. 9월 초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보통의 날에 적응한 지 2주째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하루 일과 중 가장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할 시간은 바로 출근 시간이다. 휴가를 다녀오면, 주말이 지나면 나아질까 하는 바람과 달리 내 마음을 도통 알아주지 못하는 그 시간대. 오전 8시 반부터 오전 9시 반까지. 불과 1시간. 이 시간이 내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실상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6~7시 사이다. 최근에는 기력이 떨어져 자정을 넘기지 못하고 22~23시가 되면 눈꺼풀이 무거워져 침대 머리맡에 잠시 기대어 있다가 잠이 든 적도 종종 있었다. 어찌 됐든 기상시간에 따라 9시 반 출근 전의 시간은 '나만의 시간'으로 확보하기 참 좋은 시간이다. 통상 아이는 8시에 가까운 시간에 눈을 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밤 잠자는 시각이 제각각 달라도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편이다. 주말에는 예외 없이 아침 7시 기상이다), 그 시간 전에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아이가 깨어있는 순간, 나의 집중력은 무너진다.


"엄마, 우유 주세요.", "티브이 보고 싶어요" 등 여러 주문이 밀려와서 나의 발걸음을 종종걸음으로 만든다. 그렇게 보채는 아이의 부름에 모닝 리추얼은 잠시 중단되고.. 시계에 초점을 맞추면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다. 어찌 됐든 하루 중 오로지 나만의 위한 시간은 매일 아침 2시간 정도로 판명되는 셈이다. 나의 멘털이 무너지지 않은 시간을 기상하자마자 갖게 되지만, 그 이후의 출근과 등원하기 위한 이동시간은 반전이다. 아무리 열심히 리추얼에 집중하여도 이 시간대만 되면 어쩔 수 없이 분주해진다.


마음의 분주함은 덜할지라도 내 몸의 팔과 다리는 제각각 움직인다. 눈은 현관의 신발, 팔은 마스크를 찾으려는 아등바등한 손짓, 발은 겨우 양말을 신은... 균형을 맞춰야 하는 평균대의 위에 서 있는 기분이다. 더군다나 늘 나의 출근 짐은 한 아름이다. 양쪽 팔에 노트북과 소지품, 책, 아이의 여벌 옷과 신발 등 지퍼가 제대로 잠기지 못한 물건들이 넘치는 가방들을 손목과 어깨에 메고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면 이제야 준비 완료다. 마치 전투장에 나선 기사처럼 나의 갑옷은 가방들이다. 홀가분한 짐을 늘 꿈꾸지만, 이 준비물들이 없으면 어색한 출근길이다.


겨우 차의 보수석에 모두 실고 한숨을 돌리고 시동을 건다. 가끔은 하루 중 이 짧은 출근 준비시간(30분)이 건너뛴 채 공간 이동하는 바람이 늘 있다. 힘들이지 않고 마법사의 기운이 생겨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출근하는 상상. 가끔  어린이집 현관에서 엉엉 우는 아이를 뒤로 한채, 사무실에 가까스로 도착하여 기진맥진한 채로 지친 표정을 지은 내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아이도 안쓰럽지만, 내가 보는 내 모습도 비참하다. 그 비참함을 덜기 위해서 공간 이동하는 마술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잠시나마 출근하는 길에 창문을 열며 가을의 바람을 느껴보기도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나 트로트 노래를 들으며 우리들만의 노래방이 될 때도 있었다. 창문을 액자 프레임으로 삼고 그 액자에 그려진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늘, 강, 나무 등의 단어들을 나열해봤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의 상쾌한 아침 기운은 가끔 우리를 들뜨게 하기도 했다. 자연의 기운은 살아있기에 아이와 내게는 생명감을 주는 바람이었다. 버티기 어려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이켜보기엔 추억 속의 애잔한 보물상자 같은 시간이 되겠지. 시간은 흐를 테고, 나의 애잔한 지금의 모습도 30대의 젊음이겠지. 


굳이 출근과 재택 중

하나를 고르라면,

출근을 택할 것이다.


몸은 고생해도, 아이와 보내는 하루 중의 짧은 출근길 덕에 우리의 애정은 더 짙어졌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더 가까이에 알게 되며, 서로의 반응에 주시하는 아침 출근길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졸린 눈으로 운전대를 잡는 퇴근길보다는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다음 스케줄이 있다는 건 또 다른 희망과 미래를 거는 일이니깐. 집 안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확실히 밖으로 나와 몸을 움직이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스스로를 달래보기도 한다.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마음은 너무나 편하지만, 몸이 그리 편한 시간은 아닌 것 같다. 따사로운 가을빛을 맞으며 짧게라도 햇살의 기운을 느끼며 바깥 소음을 들으며 걸어보는 게 그래도 낫지 않은가.


그럼에도 3년 간 아이와 동행한 출근길은 여전히 매일의 숙제거리다. 그 와중에 나의 마음을 건드린 책이 있었다. 김지수 기자님의 <일터의 문장들>. 그녀의 세 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던 것이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자존가들>을 잇는 인터뷰집인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더 오랫동안 내 눈길을 사로잡은 '일터'라는 단어들로 인해 어떻게든 구입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한다는 것과 사명을 갖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어긋나지 않게 어울리게 된 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라는 인터뷰 칼럼을 쓰며 일터의 좋은 어른들을 만나고부터였다.
 
<일터의 문장들> 프롤로그 중

 
김지수 기자님의 인터뷰집 3권, 첫번째책(왼쪽부터)은 2019년 생일선물, 두번째책(중간)은 김지수 기자님께서 2020년 USO 인터뷰 현장에 가져오셔서 선물로, 마지막책은 직구!


그녀는 여러 유수한 패션 매거진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지만, 이후 디지털 매체의 기자로서, 인터뷰어로 자리 잡은 지금의 시점이 자신의 업에 대한 기쁨을 토로하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다르지 않다는 그녀의 말은 삶이 곧 일이며, 일이 곧 삶인 사람은 행복하다고 정의 내리고 있다. 어떤 경계에 나를 두지 않고 '오로지 일하는 사람'으로 나를 정의하고 매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어쩌면 출근하는 장소가 있는 직장이나 집에서 일하는 재택업무나 '일을 한다'는 것은 신성하고 감사한 일이지도 모른다.


20대에 가장 존경하는 기자로 그녀를 손꼽았기에 아끼는 스크랩북에 그녀의 인터뷰 기사들을 가득 쌓아둔 적이 있었다. 이후 2020년 생일날 그녀의 인터뷰이가 되어 인터뷰어인 그녀를 만나 나의 이야기를 나누었다.(아래 링크 참고). 두 번째 책인 <자존가들>이 막 나올 시점이라, 서점 매대에도 아직 깔리지 않은 신간을 내 손을 내었던 그날.  현재 그녀는 나의 첫 직장에 몸담으며 인터뷰어의 삶을 지속하며, 3권의 인터뷰집을 내었다. 올해 1월 24일 프랑스 정치인 델핀 오를 마지막 인터뷰로, 반년의 시간을 지나 8월 28일 유튜버 밀라 논나를독자에게 소개했다.  여러 달의 휴직기간을 거쳐 <인터스텔라 시즌2>를 선보이는 그녀의 행보를 보며, 나 또한 나의 일터에서 기록자로서 성실히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작 나는 그녀의 이야기가 더 많이 궁금했기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더 집중적으로 읽었다. 기회되면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집도 접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올해 생일날 선물 받은 스터즈 터클의 <일> 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올해는 일에 대한 관심이 커져 관련 책들이 많아졌다. 왼쪽 책은 친구가 앞서 김지수 기자님의 첫 번째 책을 사준 친구가 올해 생일 선물로 골라주었다. 너무나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그녀와 만났던 에피소드의 글

*김지수 기자님의 연재인터뷰 <인터스텔라>


 어떤 경계에 나를 두지 않고
'오로지 일하는 사람'으로
나를 정의하고 매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어쩌면
출근하는 장소가 있는 직장이나
집에서 일하는 재택업무나
'일을 한다'는 것은
신성하고 감사한 일이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10대 중학생 때, 20대 대학생 때 존경했던 두 분이 마주했다니.. 그래서 브런치를 통해 두 분을 언급한 글들이 있었다! 두분들의 기사까지 스크랩했던. 놀라운 광경에 여러번 영상을 돌려봤다. 최정화 교수님의 랑데뷰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하고, 8월 복직 전 새로운 2막을 알려주신 김지수 기자님. 이참에 내가 존경하고 영감얻는 분들의 공통점도 찾아봐야겠다. 너무 감사한 콘텐츠고 오래도록 보물상자에 넣어두고 싶습니다.



•[최정화 교수님 언급

: 한 때 동시통역사의 꿈을 꿨지만]

(7월 새로운 리추얼 불어공부를 회고)  

https://brunch.co.kr/@hyejeongson/87


•[김지수 기자님  언급

: 나의 속도와 가치에 맞게]

(잡지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찾다)

https://brunch.co.kr/@hyejeongson/41





재택에도 여러 유형이 있었다. 오늘 재택 유형 테스트를 해보며.. 역시나 나는 '방구석을 나가고픈 오카소'!  


*재택유형 테스트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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