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 Aug 01. 2021

한 때 동시통역사의 꿈을 꿨지만

7월의 새로운 리추얼 불어공부를 회고하며



2021년 7월 1일.

새로운 리추얼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불어3문장쓰기.


사실 올해 1월 1일, 새해를 맞아 이 리추얼을 시도를 해봤다. 그런데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먹고 스여일의삶에서 처음 진행한 삼십뽀 프로젝트의 삼십일간 외국어공부하기통해 디파짓(3만 5천 원의 돈을 걸고) 하니 매일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지난 주말은 몸이 좋지 않아서 사흘 정도 쉰 날도 있었지만, 습관화되니 하기 쉽다. 글쓰기 리추얼을 시작한 지 벌써 10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내니 책을 읽고 글을 다듬는 연습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특히 출근전 아침시간에 하게 되면 머리가 맑아진다. 그런 마음을 담아 몇 년 전부터 불어공부를 꾸준히 해보면 어떨지 마음에 먹고 있기만 했다.


정말이지 20대에 배운 기억은 참으로 무섭다. 스물한 살에 파리에서 1년간 에라스무스(교환학생) 자격으로 파리에서 살았던 그때, 그곳에서 파리 특파원분을 만나 기자, 일하는 엄마, 해외통신원이라는 직무를 정확하게 체득했던 기억, 취준생이 되기 전에 불어 과목으로 교생실습을 나갔던 경험 등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을 만들게 해 준 매개체는 불어였다. 2004년 불어를 처음 접한 후, 17년이 지난 지금도 불어를 잊지 못하는 건 내 몸 어디에서 이 언어가 체화되었다는 건데.. 이 체득한 언어를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히지가 않았다.


귀는 자연스레 그들이 자주는 쓰는 특유의 구어체 표현이 들렸고, 눈으로는 어려운 문법적인 표현도 정확하게 분석하려 하지 않아도 얼추 이해가 되었다. 입은 그들의 톤과 소리대로 곧잘 따라 하고 있었다. 다만 작문은 예전의 실력만큼 따라가지 않아도 꾸준히 작문 일기를 써본다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더욱이 12년 차 직장인이 되며 내 삶에 불안감은 가시고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삶을 살다 보니 놓쳤던 시간과 공부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서 애써 공부시켰던 학비가 아까워서, 배워둔 게 아까워서 어떻게든 이 언어로 내 인생의 변환기에 제2의 도약을 해보고 싶었다.


불어공부를 시작하면서 옛 추억에 잠기며 마들렌을 주문했다. 현지에서 직접 발송해서 받은 마리아쥬 홍차랑 함께. 포장지에서부터 프랑스 감성이! c’est bon!(맛있어요)


일찍이 '동시통역사'라는 꿈을 꿨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랑스로 동시통역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 갔던 최정화 동시통역사님의 인터뷰 기사를 조간신문에서 보면서 그때 꿈을 세웠다. 중학교 3학년 때 원하는 고등학교 진학하려면, 내 목표가 명확해야 했다. 그녀의 기사를 스크랩하여 독서실 책상 앞에 '목표는 세워서만 안되고 명중해야 한다'라는 문장을 쓴 포스트잇과 나란히 두고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새벽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붙었던 결과,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그녀의 전공을 따라 불어를 선택했었다. 그러나 학부에서 동시통역사의 꿈은 일찍이 접었다. 내가 도약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불어를 즐기며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또 다른 진로의 꿈도 애초 꿈을 상실케 만들기도 했다.


돌아보면 학부시절에 최대한 불어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프랑스 문화원을 의무적으로 다니며 좋아하는 잡지를 훑어보았고, 영화관 중 독립영화관으로 유명한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프랑스 영화만 쫓아보던 적도 있었다. 어찌하든 나의 관심사인 문화면에 맞추어서 프랑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키우려고 애썼다. 여러 방법을 찾아 지금의 불어공부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 르몽드, 르피가로, 프랑스앵포 등 프랑스 기사 중 문화면을 읽고, 노트 한 면에 기억에 남는 세줄(3개 문장)을 필사하거나 숙지해야 할 문구들과 모르는 단어들을 메모한다.


그냥 기사를 후루룩 읽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출근전읽기쓰기 리추얼을 하면서 필사하는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냥 글을 읽는 것과 손글씨로 글을 필사하면 시간이 켠켠이 지나가도 기억을 되새기는데 꽤 도움이 된다. 10년 전에도 이 방법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불어 스터디를 종종 구하기도 했었다. 자격증이 목표가 아닌 매일 꾸준히 불어공부를 하는 지속적인 습관을 위해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보려 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기억에 쏙쏙 남는다. 어학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현지에서 사용하는 생생한 표현과 트렌드를 읽을 수 기회도 생긴다.



(사진 1)
빛이 바랜 오래된 신문.. 그래도 내 마음에 오래도록 간직해온 '보물'이다. 언제 스크랩한지도 기억이 가물가물..아마 10년전?!(다른 신문에는 2003년 9월 26일이라고 적혀있는데 노란색으로 바랜 신문지는 아마 90년대 일듯. 바이라인에 기자 이름이 한자로 써져있다!) 꿈만 좇기에 무리가 많았던 성적... 최정화 교수님의 인터뷰를 읽고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목표에 명중해야만 한다"

(사진 2) 최정화 교수님처럼 통역사가 되려면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무조건 서울에 있는 대학교여만 하고, 한국외대를 가길 소망했다. 다행히 여름방학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여 2~3개월 만에 성적이 급상승했고,  반 등수도 커트라인 안에 들게 되어 부모님과 내가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다. 최정화 교수님 덕이 컸다고 본다. 학부 전공을 불문과로 선택한 것도 존경하는 분이 공부한 학문이기에 이유 불문하고 따라간 것.
대학 입학 후 기자를 하기로 마음을 바꿨지만.. 언젠가 기자로서 교수님을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인턴기자 하고 파리 교환학생 때 파리특파원님을 뵙게 된 것도 운명적이었고. 현재 교수님은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한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계신다. 무엇보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행하고 계시기에.. 제 인생의 영원한 멘토이십니다.
p.s
사진은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교수님 기사를 오려서 일기장 앞에 붙여놓은 인증샷! 갓 대학교 입학하고 썼던 일기장이기에 더더욱 소중하다.

퇴근과 육퇴 후 심야시간에 눈비비며 불어공부했던 흔적들. 인상깊은 인증이미지를 모아보았다.  


이 리추얼을 통해  어느 매체에서 다루지 못하는 생생한 프랑스 뉴스를 내 눈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거름망없이 내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이기에 번역 없이 내가 직역하여 읽어볼 수 있다는 점도. 17년 전 처음 접한 이 언어를 굳이 번역하거나 해석하지 않아도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이제는 자연스레 넘기고 이해하고 또 다른 모국어가 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매일 짧게 20-30분만 공부해도 짜릿하다. 어찌 보면 영어를 전공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점도 든다. 누구나 공부해야 할 언어가 아니기에 나만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면에서 사회생활 12년간 B면에 맞춰 언론, 홍보 분야에서 일해왔는데, 마흔을 넘긴 시점에서는 내 전공을 살린 A면에 맞추어 업을 이어가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어에 능통하는 전공자가 많겠지만,

불어와 관련된 업을 이어가는 전공자는 없으니깐.

취미라도 전공을 살려 차별화된 이야기를 펼칠  있으니.


10개월간 글쓰기 리추얼을 하며 터득한 경험 덕에  다른 리추얼을 시작하는 것이 순탄했다. 글쓰기 리추얼을 꾸준히 이어보니 글쓰기 리추얼보다  달간 불어 공부한 리추얼의 결과가  좋았다. 사실상 외국어 리추얼의 반복이 효과가  크다는 점은 무시 못한다. 습관이라는  자체가 규칙적이고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으니 말이다. 제대로  훈련을 배우는 과정은 아직도 멀다만.. 조금이라도 내가 목표한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추니 일상에서   있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과하지 않게, 단순하고 간결하게 체득하는 . 올해 목표인 '간결한 '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충분히  결과를 얻기 위해 남은 30대를 정진해보겠다는 결심을 오늘 다져본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공론화하는게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혼자 하겠다는 다짐보다는 함께 하고싶다는 의지까지..#스여일삶 의 #삼십뽀 뽀개기!   다른 공부하는 분들을 보면서 자극받음




7월 1일 자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만들었는데, 딱 한 달이 지난 오늘 팔로우가 84명이 되었다. 통역사분들이 팔로우를 맺어주셔서 더 신기했다.  

계정 이름은 @musee_interview 다.


예술과 관련된 업을 이어가는 프랑스인들을 만나고,  훗날 그들을 인터뷰하고 싶은 마음에서 지었다. 언젠가 그들을 만날 기회가 있기 바라며 준비하는 자세로 즐기는 자세로 일상에서 불어를 접해봐야겠다.


@musee_interview 인스타그램 계정(21.8.1 인증)


(Copyright 2021. 소네.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의 리추얼을 응원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