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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Jan 23. 2017

백일의 시간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꽃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다>를 읽으며

1.

세종시에 정착한 지 벌써 5개월이 되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곳으로 내려와 살게 된 후 2016년 8월 5일 이후, 백일 동안 또 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이었다. 이제껏 부끄럽게도 여성(젠더)과 일에 대한 큰 고민이 없었지만.. 백일의 시간에서 '나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게 바로 '일'이었다.


'결혼'이 일상에 가져올 변화를 미리 짐작은 했었지만.. 이토록 내 가치관을 이리도 흔들 줄 몰랐다. 주말부부에서 함께 사는 부부로 정착하면서, 새로이 나를 만들어내야 할 시간이었다. 엄연히 이 세상에 나를 만든 부모님이 있음에도 내가 오랫동안 고수했던 생각들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려야 하는.. 타협 따위는 없는 그 백일의 시간. 치열하게 싸웠다. 처음에는 순응해야 한다 생각했지만, 그 순응은 내게 익숙지 않은 수동적인 삶의 방식이었다. 지난 30년을 살아온 생산적인 삶의 방식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가 이상한 것인가'라고 생각할 때, 객관적인 눈을 가진 선생님을 만났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명확하게 나를 대면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적극적으로 일상을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책과 함께한 시간이 길어졌다. 연고지가 아닌 이 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읽는 행위'였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기 때문에.. 그 시간을 공들이기에 심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라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매일 밤에는 책을 읽었다. 가까스로 용기 낸 생산적인 행동이었다.    


그 시간에 나를 위로한 책들은 '여성과 일'을 주제로 한 책들이었다. 그중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책이

다시 일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일을 하는 것이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 길이였으며.. 주도적으로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주체적인 삶에 맞춰 그에 맞는 능력을 키워야 했다. 자립해야 했다. 앞으로도 나를 책임질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

 

2.

이제야 툭 털어놓고 얘기하지만.. 결혼 후 재취업을 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은 유리벽에 쉴 새 없이 쉰 목소리로 말하는 기분이었다. 지난 10여 년간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이직을 하며 여성과 어머니에 대해 이리 깊이 고민해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부끄럽게도 여성학과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어찌 보면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님을 통해 그런 불편함을 느껴보지 못했기에.. 더 예민하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6월 박물관을 퇴사한 후 세종특별자치시에 터를 잡고 서른을 가까스로(?) 넘은 기혼자가 취업준비를 하려 하니 참으로 심적으로 표면적으로 장애물이 많았다.  


뉴시스에서 발췌한 기사에 따르면, 세종특별자치시는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로부터  2016 여성친화도시 인증을 받고 내년부터 53개 세부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한다.....(세종시는 2012년 대비 2015년 만 20~39세 젊은 여성이 243%나 늘어나는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여성친화 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세종시에서 여성 구직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경력단절 여성이며... 홍익대 세종 산학협력단이 지역 내 여성 구직자 610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경력단절 여성이 84.1%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대학 중퇴 이상 학력이 전체의 80.5%로 고학력 추세를 보였고, 가장 원하는 재취업 직종으로는 교육, 서비스업으로 조사됐다.


향후 세종시청이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 면밀히 봐야겠지만.. 앞으로도 여성 기혼자들이 재취업할 기회를 찾기 얼마나 어려울까.. 아래에 첨부한 기사를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어깨에 힘이 빠진다. 정말 운이 좋게도(?!) 지난해 연말 비슷한 시기에 최종면접을 본 두 곳에서 채용후보자로 선정되어.. 현재 신원조회 서류 심사기간이라 임용 대기 중이다. 어느 곳에서 일할 자기 마음의 결정을 했다만.. 그보다 앞서 나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언젠가 여성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언젠가.. 기존에 작성했던 인터뷰시리즈(열혈청년창업가) 를 이어 담고 싶다.


이와 함께 책도 같이 소개할까 한다. 올해 처음 접한 책으로..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내 손에 들어온.. 윤단우 기자님의 <꽃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다 (말하는 여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여성들에겐 돌아갈 집이 없다' 파트가 뼈저리게 와 닿은 문구였다.


3.

<아래 기사 중 와 닿은 문구>

"취업준비 하다가 페미니스트 돼요"…˙취업 미궁˙ 갇힌 여성들
무엇보다 면접장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성차별 질문들은 이씨가 마음을 돌리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이씨는 “면접에 가면 꼭 여대의 장단점 같은 것들을 물어본다”면서 “남자지원자들도 ‘결혼하면 어떻게 할 거냐’, ‘아이 계획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 일이 많냐”며 반문했다.



요즘 자주 접하는 책들.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책은 10여년전 학부때 샀던 책이었다. 제대로 읽지않고 묻혀두었다가 지금에서야 집중해서 읽게된 고마운 책이다. 내겐 2016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



바로 어제. 택배로 배달된 귀중한 선물들. 왼쪽엔 지난해 '열혈청년창업가' 인터뷰시리즈로 만났던 난다커피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말차잼과 얼그레이잼이다. 얼그레이잼이 정말 맛나다!


오른쪽엔 지난주 들렀던 #사적인서점 주인장께서 보내주신 추천책이다. 땡스북스에서 프리랜서로, 비파크에서 사적인서점으로 자리를 옮긴 정지혜 주인장과 인연이 깊다. 감사하게도 어지러웠던 순간 책을 통해 에너지를 많이 받았는데.. 그 때 책과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땡스북스에서 열린 어반라이크 독서회, 백영옥 작가님의 독서회, 비파크에서의 저자만남 등)를 통해 주인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 선물을 보낸 두 분은 젊은 여성창업가이다. 유독 올해 내가 만나고싶어한 여성창업가. 세종시에 사는 여성창업가들을 이제 마주할 때다.

민음사에서 주최하는 '밑줄긋고생각잇기' 행사에 참여하게됐다. 작년에 접했던 책인데.. 다시 읽어보려니 참 어렵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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