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 Mar 03. 2018

다가서기

19개월의 시간

3월 2일, 지난 해 이맘때쯤도 후레지아를 한 품에 안았는듯. 내가 좋아하는 봄꽃이 가득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1.

시간은 덧없이.. 참 빠르게 흐른다.

이 곳의 삶이 벌써 1년이 지나 7개월의 시간이

흐르다니. 무더운 8월이 되면, 이곳에 정착한지도

딱 2년이 된다. (그때 되면 내 몸의 변화도 지금과 달라 어느 때보다 빠르게 느껴질지도.)


이 곳에 내려와서 ‘난 무얼 할 수 있을까’..

참 자존감이 바닥을 쳤는데.. 모든 것을 손안에 내려놓으니 기회의 땅이 되었다. 서울에서의 수많은 경험과 기억을 잠시 접어두고, 일과 관계• 일상 등 처음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은 없었다. 이 곳에 내려올 때만 말이다.


근데 막상 낯선 환경에 처하니 모든 것이 무너질 꺼같았다. 길을 잃은 미아처럼. ‘다행히 20대에 산전수전을 다 겪었으니깐. 그래 괜찮다..’ 수련의 시간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으니 편해졌다. 다행히 신원조회를 마치고 어렵게 통과한 두 곳을 고를 기회가 왔다. 그리고 그중 한 곳에 몸담은 지 2월 28일 자로 1년이 되었다. 출퇴근을 하게 되니 사람답게 사는 것 같았다.


2.

뭐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까... 아니, 그 시간을

견디는 과정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할 듯싶다.


처음 세종시에 정착하여 전업주부로 백수로 5개월.. 6개월 시간을 보내면서 내 안의 나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태어나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지만(늘 분주하게 살던 일상이 너무나 무료해서;;).. 책을 좋아하지만 책만 지속적으로 읽기도 참 힘들었다.


올해도 같은 상황인 거 같다. 출퇴근하며 매일 정확한 시간에 잠을 청하는..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체력적으로 몸에 무리를 가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에 그때보단 무료함이 덜 하다.

아빠가 올 정초에 보내주신 일출 사진. 매년 정초때마다 가족들과 연례행사처럼 고향에서 일출을 보았는데(내 고향은 일출지로 유명한 곳ㅎㅎ) 결혼한 후 갈 일출 볼 기회가 줄어든다.


아빠가 보내주신 사진을 보고 좋은 기운을 얻으라는 의미에서 ‘해품이’라고 올 초에 지었다. (남편은 태명에 관심 없는 눈치지만.) 어제 바로 정월대보름이라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이들이 있었겠지만, 난 달보다 해를 바라보고 소원을 비는 경우가 많았다.

내 이름 중 한자 이름이 해(날 일)가 3개이라 그런가.. 난 해의 기운이 좋다.


밤이 되면 글을 쓰고 책을 보는.. 활동적인 야행성 체질인데, 해품이를 품으니 저녁이 되면 잠이 쏟아진다. 3개월째 침대와 꼭 붙어있으니 이제 지치기도 한다. 점심시간에는 휴게실에서 잠을 청했고, 매일 구토를 해야 했는데.. 3월이 되니 역겨운 냄새가 덜나고 점심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대신 돼지고기와 스팸 굽는 냄새는 너무나 싫다.. 고기반찬은 피하고 낙지볶음과 미역국, 야채 카레 등은 잘 넘어간다.)


그나마 매일 입덧으로 지친 내게 한 달에 한 번! 병원 가는 날은 설렌다. 부쩍 커진 해품이도 대견하고. 세상에 빛을 내는.. 곳곳에 환한 기운을 전해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나왔으면 한다.


1월 30일..?! 아침에 사과를 깎다가 손을 베었다. 출근할 때 일어난 일이라, 지혈이 안되니 현기증이 났다. 항생제도 못 먹는 시기라 나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흔적없이!






매거진의 이전글 백일의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