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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이빵 Feb 18. 2020

여행가서 가볍게 책 읽는 법

얼마나 가볍게요?

나는 여행을 하며 햇살과 초록 들판을 느끼며 남실바람이 불 때 책 읽는 것을 사랑한다. 집이나 출퇴근길에 읽는 책도 좋지만 경치 좋은 곳, 따뜻한 곳, 바람이 잘 부는 곳, 수영장에 둥둥 떠서 책을 읽으면 정말이지 기분이 좋다.


여행 짐을 챙길 때 가볍게 챙기라는 게 대세인 요즘, 무겁다는 것의 대명사인 책을 가져간다고?


취미가 독서라고 하면 따분한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영화 리뷰들은 수없이 올라오는 것과는 달리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은 학생 시절 쓰던 독후감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진절머리 난다는 생각이 대다수다.


외국 수영장이나 대중교통에서는 한 손으로 문고본(Paperback)을 보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일본이나 미국, 유럽 서점들에 가면 대부분 문고본이 진열되어 있다. 크기는 손바닥 만하고 한 손으로 들어도 별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가벼운 책이다.


<응? 이런 모습은 흔하진 않다.. ,출처: Unsplash>



반면 우리나라의 서점에는 대부분 양장본(Hardcover)이 많이 나와있다. 잘 떠올려지지 않는다면 '수학의 정석'을 생각해보면 된다. 책을 소비하기보다는 소장을 중시하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인문, 교양 등의 독서가 교육과 연관되어 있어 가볍게 휴대용으로 책을 소비하는 독서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문고본이 출판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가서 책을 검색하면 킨들(전자책), 양장본, 문고본 등 여러 가지 포맷이 나타난다. 같은 책이라도 문고본을 선택하면 거의 반값에 책을 구매할 수 있다.



<Hardcover(양장본)와 Paperback(문고본)을 분리판매하는 아마존>


하지만 우리나라가 인구가 6배인 미국과 2배인 일본의 출판 시장의 규모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OECD 한 달간 성인의 독서량 집계 결과 미국은 한 달에 6.6권, 일본은 6.1권, 프랑스 5.9권, 중국 2.6권의 독서량에 비해 한국은 1.3권 그쳤다.


또한 이것은 개인의 책 소비 습관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의 보급률에도 관계가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8년 기준 우리나라 도서관 숫자는 1,096개이며 인당 장서수는 2.15권이다. 그에 반해 미국은 9,057개  인당 장서수 2.4권, 일본은 3,292, 인당 장서수 3.5권으로 도서관 장서량이 우리나라 대비 훨씬 더 많다.


이처럼 한정적인 출판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선호하고 출판사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 한 가지로 밖에 출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일본판 문고본과 한국 번역 양장본 비교, 여권과 비교해보면 작다>


어쩌면 수준 높은 콘텐츠와 영상이 넘쳐나고 스마트폰 보급률 100%가 훨씬 넘는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조금은 고리타분해 보일지도 모른다. 초등학생들 장래희망이 유튜버이고,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가 증가하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해외 시상식에서 상을 휩쓰는 시대이다. 그에 반해 책은 연간 10만 권 정도 팔리면 베스트셀러 등극이다.


책은 당신만의 맞춤 놀이터다. 나만의 시선과 나만의 러닝타임으로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철저히 나만을 위한 취미라는 것이다. 1인 가구가 29.3%를 차지할 정도의 시대에 발맞춰 전자책 시장은 매우 팽창했으며 월정액으로 무제한 권수를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도 등장했다. 음원 스트리밍, 카셰어링부터 시작해서 소유의 개념이 희박해지는 시대에 발맞춰 도서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e-link 기반의 전자책 리더기>


출판 시장의 규모를 넓히려면 책을 많이 구매하는 것이 단언컨대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사람들에게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같은 프로그램을 하거나, 문화비 소득공제를 해준다고 책을 갑자기 많이 살까?


장기적으로 출판 시장을 확대시키려면 도서 접근 인구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발전된 시대에 살고 있고 전자책은 독서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전자책을 서비스하는 업체의 종류도 많아 경쟁을 시작했고 전자도서관 장서도 증가했. 가벼운 문고본이든 무거운 양장본이든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언제든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전자책 리더기는 전자책의 진입장벽을 넘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두 번째 관문일 뿐이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때로는 기차에서, 자전거를 달리다가 한강에서 책 한 권과 함께 보내는 여가 생활도 꽤 즐겁다. 이번 휴가에는 수영장에서 젖을 걱정 없는 전자책과 함께 보내는 건 어떨까?


<베트남 나트랑, The last Mrs. Parrish>


요즘 스마트폰 방수 등급은 IP68이니 말이다. 굳이 물속에 담글 필요는 없지만 들고 보는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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