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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이빵 Feb 09. 2020

녹차, 보이차, 홍차는 모두 한 가족?

교토에서 만난 호지차

차(茶)를 마시는 일은 꽤나 낭만적이며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따뜻한 차가 목을 넘어가 내 안으로 떨어지고, 몸속으로 서서히 퍼질 때는 마치 모래시계에 모래가 천천히 스르르 떨어지는 것처럼 시간이 천천히 가는 기분이다.


© oriento, 출처 Unsplash


교토에는 아부리모찌를 파는 1000년 전통을 가진 '이치몬지야와스케'가 있다. 건너편에 있는 이 곳의 경쟁 점포도 그 전통이 400년 이상 되었다니, 실로 엄청나다. 예전에는 이 곳에 같은 가게들이 많았는데, 세월이 지나 모두 정리되어 두 가게만 남았다고 한다. <あぶる: 아부루>는 굽다는 뜻의 동사이고, 모찌는 떡을 의미하니 아부리모찌란 구운 떡을 일컫는다 볼 수 있겠다. 이 곳에 가면 숯불로 구운 떡에 달콤한 연유 같은 소스를 바른 콩떡을 맛볼 수 있는데, 떡이 맛있어봤자 얼마나라고 생각하고 갔다가는 큰 오산이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맛이 예술이다. 10개 단위로 판매하고 있고 가격은 500엔이다. 20개나 시켰는데도 홀라당 사라져 버렸을 만큼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교토, 이치몬지야와스케, 아부리 모찌>


초록이 우거진 이 곳에서 아부리 모찌를 먹으며 앉아있으니 신선놀음이 다 무엇인가 한다. 정신없이 먹다 보면 목이 마르기도 하고 뭐 없나 생각하는 찰나에 호지차가 나온다. 약간 물릴 수도, 질릴 수도 있는 타이밍에 호지차를 한잔 마시면 약간은 갈증이 났던 위장이 바로 새로고침 된다. 그런데 녹차, 우롱차, 보이차는 많이 들어봤는데 호지차는 생소하지 않은가?


<교토, 이치몬지야와스케, 호지차와 야부리 모찌, 그리고 리락쿠마>

호지차는 녹차를 강한 불로 볶은 차로 고소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볶으면서 떫은맛이 사라져, 녹차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맛있게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녹차를 볶았다고? 그렇다. 호지차는 녹차의 변형 형태이다. 호지차뿐만 아니라 홍차, 우롱차, 보이차 전부 단지 발효나 가공 방법의 차이라는 사실.


차는 원래 차나무 자체를 말한다. 소나무나 대나무처럼 '차'라는 이름의 나무이다. 그런데 차나무의 잎인 찻잎을 우려 마시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다 보니 찻잎 우린 물을 차라고 부르게 되었고 대추차나 유자차, 보리차등 무엇을 우린 물을 먹을 때도 차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교토 세류지, 푸르른 녹음과 함께 산책하기 좋은 곳>


발효를 거치지 않고 비교적 첫물의 차를 수확하여 만든 차가 흔히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녹차다. 녹차와 홍차의 중간 정도이며, 찻잎의 발효 도중 가열로 발효를 중지시켜 20~60% 정도의 발효도를 가지게 한 반발효차를 우롱차라고 하며 청차라고도 한다.


메주를 띄우는 것처럼 효모균을 이용한 후발효를 거친 차가 요즘 각광받고 있는 보이차다. 우롱차나 보이차는 중국의 차를 최고로 치게 된다. 녹차나 홍차나 다 같은 찻잎을 이용한다 해도 후발효에 더 적합한 찻잎이 중국이 산지이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보이차를 흔히 흑차라고 부르지만, 영어권에서는 홍차를 흑차(Black tea)라고 부르며, 흔히 홍차(Red tea)는 루이보스티 만을 일컫는다. 홍차는 찻잎 내부의 성분이 잎 자체에 들어있는 효소에 의하여 산화되어 붉은빛을 띠는 차를 뜻한다. 기후나 품종 문제로 홍차 자체는 국내에서 잘 생산되지 않으며, 커피의 관세가 8%에 인 것에 반해 홍차는 40%인 것이 우리가 국산 홍차를 비교적 접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참고로 녹차는 국내 보호를 위해 513%의 관세를 부가하고 있으니 중국의 녹차를 접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차는 한국어로도 차이지만 일본어로도 차라고 읽으며, 중국어로도 차라고 읽는다. 베트남도 짜, 쩨라고 쓰며 태국어로도 차, 중동이나 중앙아시아에서는 차이라고 부른다. 여러 언어가 다른데도 비슷한 발음으로 읽히는 것이 차의 종류는 이렇게 다양하다고 해도 차를 마시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들 같은 마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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