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와 무알코올 맥주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디카페인 커피가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럼 왜 커피를 마시냐고? 맛있으니까. 커피의 쌉쌀하며 고소한 맛이 좋아서다.
우리의 몸은 낮 동안 뇌 안의 아데노신의 농도가 증가하며 정점에 이르면 뇌는 이렇게 말한다.
"제발 잠을 자라!"
하지만 카페인은 졸리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하지 못하게 하여 정신을 차리게 하고 잠이 들지 못하게 한다. 유전자에 따라 카페인 분해 능력이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커피를 마시면 실제로는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불금에 고소한 치킨과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한 탄산이 느껴지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고된 한 주의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하지만 나는 취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마시는 술 한 잔은 분위기를 올려주고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조금 마시든 많이 마시든 꼭 다음날 컨디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술이 술을 불러 잔뜩 취한 사람들의 망가진 모습을 보는 것도 유쾌하지만은 않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술에 관대한 나라다.
우리 뇌의 전전두엽은 충동을 조절하고 행동을 자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알코올은 이 부분을 마비시켜 자제력이 사라지고 외향적이 되도록 만든다. 여기서 더 술을 마시게 되면 뇌의 다른 영역들도 멍한 상태가 되고 기운이 없고 몽롱해지는 것이다.
적당한 양의 술이 몸을 이완시켜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술은 본인도 모르게 잠을 계속 깨게 하여 밤새 자도 푹 쉰 느낌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술은 강력한 렘수면 억제제다. 렘수면 동안 뇌는 낮에 얻은 정보들, 즉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내 기억력을 강화시킨다. 또한 적당한 렘수면은 아침에 세로토닌을 충분히 분비시켜 수면 사이클을 정상화시키고 우울증도 예방한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거의 렘수면을 취하지 못해 몸이 무너지게 된다.
술의 후유증은 싫고, 치맥은 먹고 싶을 때의 나의 방법은 무알코올 맥주다. 당일치기 캠핑에서 술을 마시고 싶을 때 마셔도 운전을 할 수 있고, 맛있는 안주에 숙면에, 기분에 영향을 주지도 않고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다. 물론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거나 회식 자리에서까지 철저히 무알코올을 고집할 필요까지는 없다! 단지 조금이라도 음주를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들 우리는 카페인 중독이라는 말을 쓰지만 알코올 중독에 비하면 양반일지도 모르겠다. 커피는 혼자만의 즐거움이지만 술은 타인과의 관계를 망가트리기도 하고 음주운전으로 가정을 파멸시키기도 한다. 커피를 많이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후 감형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즐거운 토요일, 오늘 당신은 커피와 술을 얼마나 소비할 계획인가? 어차피 행복의 총량은 동일하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다만 미래의 행복을 끌어다 쓰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기를.
(참고 자료)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우울할 땐 뇌과학 - 앨릭스 코브
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 조동찬
이기는 몸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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