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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이빵 Jan 08. 2021

80년대로 돌아간 마카오 맥주캔

캔 뚜껑의 변천사

"Would you like to something to drink?"

"Beer, please."


때는 2017년 마카오로 향하는 '에어 마카오' 안이었다. 기내식을 먹을 때 그 나라의 맥주를 마셔보는 일을 좋아하는 나는 마카오 맥주를 주문했다. 보통은 승무원이 맥주캔을 개봉해서 건네주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은 캔과 종이컵을 서브해주셨다. 그런데 맥주캔을 따려는 순간 가만히 보니 캔을 따는 방식이 달랐다. 생각해보니 홍콩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맨 오른쪽 캔, 고리가 분리되어 있다>


어릴 적 이렇게 캔을 따고 나면 따개가 분리되는 방식의 캔을 따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반지라면서 손가락에 끼우기도 하면서 장난치기도 했었다. 모른다면 당신은 아직 청춘일 것이니..

<Pull tab 캔의 고리>


이렇게 캔을 딸 때 분리되어 고리가 떨어지는 타입을 Pull tab이라고 하는데, 탭을 당겨 열고, 마지막은 캔에서 분리되는 타입을 말한다. 80년대까지도 캔 음료는 이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이야 캔을 아무 도구 없이 맨손으로 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지만 1959년 미국의 에멀 프레이즈가 캔 고리를 잡아당겨 뚜껑을 여는 '풀 탭(Pull-Tab)' 방식을 개발하기 전 캔을 따는 일은 캔 따개를 필요로 했다.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 따로 도구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일은 매우 불편했으리라. 풀 탭 방식이 발명된 이후 많은 캔과 지금의 통조림까지 이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1966년 10월21일 경향신문 광고>



하지만 한 번 개봉하면 캔 뚜껑과 본체가 분리되는 이 방법은 캔 고리가 버려져 쓰레기 확산에 한몫을 하게 되었고, 어린이들이 호기심에 입에 넣어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해변가에는 버려진 캔 고리로 인해 베이는 일도 많이 발생했다. 분리된 캔 고리를 다시 캔 안에 넣어 버리는 방법도 제안되었지만 분리된 고리로 인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1970년 초반까지 너무 많은 풀 탭이 버려짐에 따라 알루미늄 재활용에도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뚜껑이 분리되지 않는 '스테이 온 탭(Stay-On- Tab)' 방식이 개발되었는데,  1970 년대 후반에 Daniel F. Cudzik이 발명했다. 이 덕에 5억 톤이 넘는 알루미늄 캔 뚜껑은 버려져 위험한 쓰레기가 되는 대신 캔에 붙은 채로 재활용될 수 있었다.


<캔의 변천사>


캔 고리 만 개를 모아 오면 휠체어로 바꾸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90년대 초 어떤 기업에서 버려지는 풀탭을 수거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사업 발표를 했지만 그 기업이 도산되는 바람에 휠체어 사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퍼져나간 소문으로 사람들은 캔 고리를 모으기 시작했고, 스테이 온 탭으로 바뀐 뒤에도 휠체어 교환 사건은 도시괴담처럼 남아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익광고협의회에서 광고도 냈다.


<90년대 휠체어 캔고리 공익광고>


알루미늄 1kg당 가격이 2천 원 수준인데 캔 고리 1만 개를 모으면 무게가 2kg 정도뿐이라니 차라리 캔을 모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다면 차라리 다른 방법이 좋겠다.


이렇게 지금은 스테이 온 탭이 대부분이지만 중국이나 일부 나라에서의 캔은 아직 풀 탭 방식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캄보디아에서도 풀 탭 방식의 콜라 캔이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 광저우 공항에서 멜버른 비행기를 환승했을 때는 스테이 온 탭 방식을 적용한 캔맥주를 마셨던 기억이 나는 것을 보니 점점 중국에서도 풀 탭의 캔이 줄어드는 모양이다. 생각난 김에 다시 마카오 맥주들의 최근 모습을 찾아보니 역시 스테이 온 탭 방식을 적용한 것 같았다.


<광저우 맥주>


늘 간편하게 개봉해 마시던 캔에 긴 시간 속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스며들었다는 사실. 따기만 하면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지금의 캔이 고맙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불금, 시원한 맥주 한 캔 어떨까!



참고 자료

- 물건의 탄생, 앤디 워너

- 1966년 10월 21일 경향신문 광고

- 공익광고협의회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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