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돌이빵 Apr 24. 2021

종이책과 손편지

그리고, 필름 카메라


전자책 앱 광고가 지상파에도 나오는 요즘의 신조어는 종이책이다. 전자책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에 우리는 책을 그냥 '책'이라고 불렀으니까. 이메일이나 휴대폰이 상용화되기 전 손편지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필름 카메라도 비슷한 맥락이다. 카메라에는 필름이 들어가는 게 당연했다. 원래는 (필름) 카메라였는데, 디지털카메라가 대세인 지금은 괄호 안의 글자들이 밖으로 나와 버렸다. 예전에는 인쇄된 출력물을 사진이라고 말했지만 요즘 사진이란, 디지털로 저장된 사진을 가리키는 것 처럼.



 

세계 1위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며, 인터넷 최강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를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으로 받아본다. 언제든지 가볍게 뉴스를 보고, 커뮤니티에서 타인의 생각을 읽고,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고, 넷플릭스로 수많은 미디어를 본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계속 업로드되는 글과 영상을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에서 '종이책'이란 어쩌면 '하늘 천' '땅 지'를 외던 서당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고리타분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시각각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현대에서는 작가의 생각이 정리되고, 편집자의 의견을 거치고, 많은 역경을 넘어 출판사에서 인쇄된 책이 나오는 시간이 너무 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 책은 빠르게 생산되어 가볍게 퍼지는 인터넷 세상의 것들과 다른 색깔을 가진다.


타인과 세계를 체험하지 않고 이해하는 방법은 언어뿐이고, 그들은 무척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아주 긴 언어로 표현해야 하고, 긴 언어를 순서대로 기록하고 재생하는 가장 효율적인 매체는 책이라고.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전자책은 디지털 시대의 대단한 산물은 아니다. 그저 종이책을 전자 기기로 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여 저장한 것뿐이다. 편지나 인쇄된 사진을 스캔해서 SD 메모리 카드에 저장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전자책은 책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책이란 인쇄되어 엮여 있어야 책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유도 책의 이런 이미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자책은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고 검색이 매우 빠르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쉽고 빠르게 여러 가지 책에 접근할 수 있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고 서점에 갑자기 가는 것보다는 당장 코 앞에 있는 스마트폰을 열어 전자책을 보는 것이 더 빠를 테니. 아직은 출판 시장에서 종이책의 비율이 훨씬 높지만 전자책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지금, 전자책 시장이 확장되어 빠르고 쉽게 사람들이 책과 친해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책을 한 번 슬쩍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죽은 지 수천 년이 된 저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저자는 1,000년을 건너뛰어 소리 없이 그렇지만 또렷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의 머릿속에 직접 들려준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월요일, 글밥 작가님은 '체험'과 '경험'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