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샴페인! 키스! 기쁨 기쁨 기쁨!
주말동안 혼란은 계속 됐다. 테러 표적이 된 레스토랑에서 3일 전에 밥을 먹은 건 그저 우연이었다. 머리로는 그걸 알지만 마음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현장에서 살아나온 사람도 있는데 너무 호들갑 떨지 말어' 냉정을 되찾으라는 독려,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는 너무 미안해'라는 죄책감,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상영되는 '만약에 내가 3일 뒤에 거기 있었다면...' 악몽 같은 상상 등이 뒤엉켰다. 몇 시간 후 서울에선 경찰이 시민에게 물대포를 직사해 그를 삶과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 갔다. 참담과 절망이라는 커다란 돌덩이들 밑에 깔린 기분이었다.
이 거대한 혼란을 어떻게 할 줄 몰라 토요일 하루는 넋을 놓았다. 일요일 밤까지 잡지사로 보내야 할 원고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국에 있는 에디터에게 전화해 사초지종을 설명하는데 목소리가 또 떨렸다. 주책맞게 또 눈물이 났다.
시리아, 이라크에서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이나 앙카라와 베이투트 테러에는 무관심하다 유독 파리 테러만 '안전 확인' 기능과 '프로필 사진 변경' 기능을 재빠르게 제공한 페이스북도 밉고, 사고가 나자마자 냉큼 Pray for Paris 해시태그로 도배한 트위터도 미웠다. 애도도 유행이 되고 클릭 한번에 끝나는 초간편 시대인 건가 싶어서 마음이 뾰족해진 그때 <샤를리 에브도> 만화가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그림을 발견했다.
전세계 여러 친구들께. Pray for Paris 해시태그는 고마워요. 하지만 우리에게 종교가 더 필요한 게 아니에요. 우리의 믿음은 음악! 키스! 삶! 샴페인과 기쁨을 향합니다.
이 그림이 덩어리째 머리를 점령했던 혼란을 차근차근 쪼개서 생각을 풀어낼 수 있게 해줬다. 죽음과 삶이 1초 사이에 갈릴 수 있지만, 10g의 총알로 죽음에 이를만큼 삶이 허약한 것이라지만, 삶의 작은 순간이 주는 확실한 기쁨을 믿고 그 순간순간을 찬란하게 살자고 다짐할 수 있게 해줬다.
일요일부터 오늘까지 친구 파니와 일부러 더 공들여 요리를 하고, 감탄하며 커피를 마시고, 좋은 와인을 사다 마셨다. 중단했던 그림책 작가 인터뷰 원고로 돌아가서 최선을 다해 글을 썼다.
다시 삶이 굴러간다.
내가 믿는 가치를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을 고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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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인터뷰로 만났던 프랑스 그림책 작가들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다시 삶이 굴러가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클로디 퐁티 작가가 메일로 보내주신 아이들의 편지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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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클로드 퐁티가 보내온 '프랑스 아이들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