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C 최혜진 Jun 27. 2016

출간 소식

<명화가 내게 묻다>


올봄 내내 이 책을 만드느라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습니다. 몇 달째 온 정신과 마음이 책에 쏠려 있었기에 출간이 되면 굉장한 해방감이 느껴질 것 같았는데, 막상 책을 받고 보니 떨림과 부끄러운 감정뿐이네요.


브런치 독자분들께는 <명화가 내게 묻다>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시간이니 책 소개와 함께 이 책을 쓰는 동안 제 입 안을 맴돌던 말들을 찬찬히 풀어보겠습니다.  


미술관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은
‘교양’이 아니라 ‘관계’이고,
원하는 것은 ‘감상’이 아니라 ‘대화’였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을 떠올려보면 오지선다형 보기 중 하나의 정답을 고르기 위해 지식을 달달 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 프랑소와 밀레가 속하는 미술사조를 맞추면 4.1점을 얻었고, 중세 미술 양식의 발전 순서를 ‘카타콤-비잔틴-로마네스크-고딕’ 순서대로 잘 배열하면 3.6점을 얻는 식이었어요. 남이 짜 놓은 질문지에 정답으로만 대응하는 미술은 하나도 흥미롭지 않았어요.


그런 저에게 한 명의 사람이 왔습니다. 스물넷 늦가을에 빈센트 반 고흐의 무덤을 보기 위해 프랑스 시골 마을에 갔습니다.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의 차이가 뭔지, 왜 고흐는 표현주의의 원류이고 세잔은 입체파의 시초인지 알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빈센트라는 딱한 사내와 그의 유일한 후원자이자 동생이었던 테오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저를 그곳까지 이끌었어요.  

무덤에 찾아가 만난 건 둘 뿐이 아니었습니다. 화가의 삶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제 안의 허기, 이해와 공감을 갈구하는 마음을 마주 보게 되었어요. 고흐가 앞에 있다면 꼭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습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누군가 저를 따스하게 안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무덤 앞에서 그와 저 사이에 있는 100년이라는 시간적 거리감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저에게 미술관은 작품을 보러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새롭고 흥미롭고 매혹적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생각하고, 질문하고, 대화하게 만드는 그림의 힘
 

지난 10년 간, 여행의 행선지는 좋아하는 그림 원작의 위치에 따라 정해졌습니다. 보티첼리를 보기 위해 피렌체로, 피터 브뤼겔을 보기 위해 브뤼셀로, 뭉크를 보기 위해 오슬로로 가는 여행을 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나라 50여 개의 미술관을 돌며 깨닫게 되었어요. 정물화, 풍경화, 추상화 등 다른 장르도 많지만 유독 인물화 앞에서 제 발길이 멈춘다는 것, 제가 그림 속 인물들과 '대화'하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은 자주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그가 느끼고 있을 기분을 짐작해보라고, 그의 행동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저도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때가 있었느냐고, 그를 보면 어떤 추억이 떠오르고, 또 그 추억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그림 속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그동안 확실하다고 믿으며 살아온 것들을 시험대에 올릴 용기가 생겼습니다. 근면이 정말 선인지, 여자의 몸은 꼭 유혹적이어야 하는지, 사랑과 결혼에 대한 막연한 소망의 출처는 어딘지, 당연한 믿음들로부터 한 발 물러나 긍정과 부정의 증거를 곰곰 따져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림 속 사람들은 제가 제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있게 도와주었고, 감응하고 교감하는 영혼에 스며드는 조용한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물음은
독자가 스스로를 테마 삼아 생각을 풀어 나갈 수 있게 하려고 존재한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대답이 있을 뿐이다."

이번 책은 출간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미학이나 예술사를 전공한 것도 아닌 제가 그림 에세이 책을 낼 자격이 있는지 자문할 때마다 '자격 없음'이라는 답이 돌아오는 느낌이었거든요. 제가 책 안에 담고자 하는 것이 무언지 생각을 예민하게 벼르고 나니 비로소 고민이 정리되었습니다.


<명화가 내게 묻다>는 그림 속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발견한 저라는 사람의 내면을 담아낸 책입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우리 살면서 이런 질문도 한 번쯤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조용히 말을 거는 책입니다. 평범한 한 여자의 내면보다 화가와 그림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분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 선택은 이것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그림들을 통해 어떤 삶의 물음들을 움켜쥐게 되었는지 솔직하게 적어 내려갔습니다.


원고를 쓰는 내내 딱 한 가지만 간절히 바랐어요. 누군가 공감해주길, "나도 이런 생각해봤어요"라고 화답해주길.

그 마음이 전달된다면 저는 더 바랄 게 없을 거예요.

:)



- 책 세부 구성 미리보기 -

총 23개 질문으로 책을 엮었습니다.

'생각풀기'라는 인트로 구성으로 각 챕터의 문을 엽니다.

몸풀기 체조를 하는 것처럼 독자들의 뇌를 말랑말랑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질문들이 담겨있습니다.


주제가 되는 명화 한 점을 바라보면서

명화 속 인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과 저의 대답이 녹아있는 Q&A를 읽습니다.


주제와 연관된 에세이가 한 편씩 실려있습니다.  


에세이 본문 뒤에는

제가 독자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었던 그림들이 미니 갤러리로 소개됩니다.


다음 책 : http://goo.gl/F4Gygn 

교보문고 : http://goo.gl/YdqlV3

인터파크 : http://goo.gl/0ga8Z1

예스24 : http://goo.gl/bnZRiT

알라딘 : http://goo.gl/DLCPuV


매거진의 이전글 리어카 할머니의 몸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