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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운박사 May 29. 2023

부처님 오신 날

브라운박사의 실험실

내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부처님 오신날, 초파일의 기억은 갈비탕이다.


할머니부터 절에 다니시고, 집에도 불경책이나 조그만 부처님 상 같은 것이 있어 불교적인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지만, 정식으로 절에 가 예불을 드린 건 열 살 쯤의 5월 초파일. 같은 아파트 1층에 살던 윤성이 언니네는 소문난 불자였는데, 아마 그댁 아주머니의 권유로 갔던 것 같다.


대법당의 차가운 마루, 붉은 좌복, 웃음소리가 좋던 스님, 오공스님의 노래, 향냄새, 수박, 낯설음과 쑥스러움….그래도 마음이 편했고, 그 무렵 가본 교회, 성당과 달리 나는 혼자서도 군인가족 버스를 타고 일요일에 몇 번 절에 갔던 것 같다. 흰양말을 깔끔히 신고선 지심귀명래… 하며 일어서고 무릎 끓고 하다보면 예불이 끝나고 아줌마들 사이에 끼어 수박을 먹았다.



그때 초파일 행사가 모두 끝나고 나는 가족들과 난생처음 무슨 으리으리한 ‘가든’ 같은 곳에 가서 갈비탕을 먹었다. 드문 외식이었다. 너무 맛있어 국물이 줄어드는 게 아까워 대접 그릇에 코를 박을 정도였다. 초여름의 선선한 날씨와 뽀얀 햇살과 그늘,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의 나무들… 아인데도 그 순간이 참 평화롭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던가보다.


그때 엄마 나이가 겨우 마흔.
대접에 코를 박고 갈비탕을 먹던 두 아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연등행렬에 오빠 손을 꼭 잡고 걸으며 무엇을 빌었을까. 그때도 지금도 나를 위해 가장 간절하게 기도하는 한 사람, 맛있는 것을 넉넉히 먹이고 싶어 자신은 늘 두번째였던 한 사람..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에겐 매일이 부처님을 향해 가장 간절하게 기도하는 초파일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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