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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운박사 May 15. 2021

빛을 찾아서, 내 안의

드러머 이상민의 <Mylight>  내맘대로 음감회

#1


드러머 이상민의 무대를 처음 방송으로 보았을   그의 현란한 드러밍과 사운드, 이런 것도 좋았지만그런 것들의 총합만큼  마음에 강하게 떠오른 것은,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모인 자리에서 메인 무대를 책임질 정도로 믿고 맡길  있는 실력과 경지란 어떤 것일까, 하는 경외의 마음이었다. 직업인으로서, 프로페셔널로서의 부러움이었달까.

스틱이 부러져도 여유있게 다른 매력의 연주로 탈바꿈시키는, 이미 그 경지에 선 이들의 자유롭고 즐거운 무대는 범인의 눈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나의 기이한(!) 팬심은 시작되었다. 철이 없었죠, 이 나이에...TT


사실 막귀에 가까운 나의 음악적 소양과 범상한 취향으론 그가 아무리 천재 드러머라고 세간에서 말해도 이를 스스로의 감각으로 분별하고 알아차릴 수가 없었고(그냥 다 좋았다...), 본래 타악이 주는 본능적 감동에 이어, 무표정에 가깝게 연주에 무섭도록 몰입하는 그의 독특한 attitude가 주는 감동이 컸다.


코로나 직전 마지막으로 갔던 그의 공연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스윗한 미소를 넘어 다른 연주자와 합을 맞출 때 보이던 매서운(!) 눈빛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겉은 스윗인데 속엔 서슬 퍼런 커다란 검 하나가 있는 것 같았달까. 겉촉속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갔다. 시간이 흘렀고 그는 빛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11년 만의 새 음악으로!



#2

솔직히 그의 1집은, 나에겐 좀 어려웠다.  

악기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변곡점들과 우주적 조화', 일렉트로닉한 그 세계로 마음껏 헤엄치며 취하고 싶었지만 플레이버튼을 자주 누르지는 못했다..TT


자 그런데,,,

이번은 좀 심상치가 않다. 뮤직비디오와 연주 동영상까지 포진할 만큼 그는 단단히 벼리고 준비해온 것 같았다.!


 My light......

https://vibe.naver.com/video/275627


그런대 지금 그의 신곡 <My Light>는 내게 일주일간 금지곡이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일단 요즘 같은 초여름, 늦봄의 밤에 이 곡을 듣게 되면 나처럼 커피를 잘 못 마시는 사람이 샷 세 개 정도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한 것 같이 심장이 방망이질을 치기 시작하고, 아드레날린이 치솟기 시작한다.

자연히 하던 일에 집중할 수없게 되고, 눈길은 먼 곳을 항하게 되며 마음과 몸이 여기 아닌 어딘가를 막 달려갈 것 같다.

그만큼 설레고 촉촉하고 강렬하다. 막귀인 내 귀에도 200% 스며들 만큼, 좋다. 에잇, 좋아서 그렇다.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촉촉하며 서정적이다가, 파워풀한 드러밍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고

후반부에서 들리는 색소폰(맞나?)과 드럼의 막 서로 달려가는 듯한 속주는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한강 공원 종합 선물세트 같은 그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곡을 듣고 있자면 그 증상이 더 심각해진다,

굉장히 변화무쌍한 경험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다 듣고 나면 뭔가 아련한 그런 느낌이 남는다... 아마도 그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주는 느낌일듯하다.


그는 무언가, 자기에게 빛이 되어주었던 어떤 존재로 대상으로 간절하게 달려가는데, 아마 그 간절함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그의 메서드급 표정연기에 힘입어) 곡 전체에 배어있어서는 아닌지..

이런 이유로, 내 노쇠한 심장과 (쿡쿡) 번잡한 일상은 1일 1회 미만으로 그의 음악 청취를 제한하고자 한다.(절대 지켜지지 않을 선포임을 알면서 선포한다...)

 

 

#3


작곡 - 이상민

작사 - 이상민, 김재연

편곡 - 이상민, 조아름, Doc Skim


이번 싱글 앨범 재킷을 보면서 최근에 여러 번 돌려보았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생각났다.

(사실 별 관련성은 없음...)

검은 깃털(!?) 같은 것을 뚫고 다시 새 날개를 다는 듯한 이미지는 마성의 깃털에 뒤덮여 있던 하울을 떠올리게 한다.

하울이 소피를 통해 자신을,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들 속에서 다시 심장의 빛을 되찾고 행복해지듯이 이상민의 음악들도 그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존재들 속에서 더 명료해지며 따스히 빛날 것이 분명하다.


세상에 대한 믿음과 나마저 잃어버리기 쉬운 삶 속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을까? 그것이 사랑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다.또 나의 아이가 될 수 도 있고 신앙이 될 수도 있다. 그 무언가를 만나기 전에는 모든 게 희미하다. 11년이 지난 지금 음반을 낸다는 건 새로운 시작점을 알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니뮤직, 이상민님 인터뷰 중>



천재 드러머라는 아우라 속에 그의 도회적인 음악은 조금은 차갑게도 느껴졌고, 정확하고 섬세한 연주는 곁을 두지 않는 완벽주의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으나, 이번엔 마치 전교 1등만 줄곧 하던 아이가 갑자기 실은 나도 말이야, 하며 슬며시 다가와 속엣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강공원을 샅샅이 뛰어다니며(!!) 그가 찾고자 한 my light는 무엇이었을지,,,

그건 드럼이었을까.



 


#드럼

#이상민

#my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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