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 써두었던 동시 기록하기
방과 후에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또 다시 한 바퀴를 돌고
조금 더 해가 기웃기웃 넘어가면 나는 그제야 골짜기 언덕을 기웃기웃 넘어간다
저 멀리 보인다, 잽싸게 뛰어가 또 다른 문을 여는 아이들의 발걸음 그림자
그리고 나는 반대편의 언덕을 넘어간다
지렁이, 무당벌레, 떼 지어 다니는 날벌레와 함께
봄이면 지렁이, 무당벌레, 떼 지어 다니는 날벌레와 함께
밭고랑을 지나 푸르슴한 무를 서리하여 갉아 먹고,
여름이 되면 지렁이, 무당벌레, 여전히 떼 지어 다니는 날벌레와 함께
비닐하우스를 지나 초르슴한 오이를 서리하여 갉아 먹고,
가을이면 지렁이, 무당벌레, 새로 들어온 잠자리 떼와 함께
논두렁을 지나 허여멀건 쌀 한 움큼 서리하여 까먹고,
겨울이 오면 지렁이와 무당벌레는 제 갈길 가고, 잠자리 떼도 아랫목에 몸 지지러 떠나니
나 홀로 흰 눈을 서리하여 날름 핥는다
겨울에 혼자 서리한다는 것은 못내 용기는 안서지만 괜찮다
흰 눈은 아무리 먹어도 계속 내리기에 티가 안난다
그래도 서리란 것은 떼 지어 도망 다니는 게 제 맛이다
2012.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