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의 책을 보며 얻은 관계의 위로
사업을 하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누군가를 마음에 들이고, 누군가를 곁에서 떠나보내는 일련의 패턴들이 잦아졌다. 처음 예상과는 달리 관계가 오래 이어지는 인연이 있는 반면, 기대와는 또 다르게 생각보다 일찍 인연이 끊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조직 내 관계의 영역에서도 사람들의 오고감을 피할 수 없다. 창업자로서 한 명 한 명 멤버들에게 마음을 크게 들이면서 공과사가 구분되지 않는 애정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멤버들 모두 오래오래 다녔으면 좋겠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을 모두에게 투영시킨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가 퇴사 의향 소식을 전할 때면 쿨한 인사보다는 아쉽고 서운한 마음에 상당히 질척거리고 혼자서 때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돌이켜보니, 어릴 적부터 모든 인연에 그러했다. 학창 시절 친한 친구들과 반이 바뀌면 부둥켜안고 울며불며 아쉬움을 달래려 쉬는 시간에 틈틈이 만나고, 편지를 나누고, 커플템으로 우정을 다잡고는 했다. 당시에 ‘우리 우정 포에버’하면서 나누었던 친구들과는 서서히 연락도 끊기고 지금 각자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그때처럼 서운해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어른도 되었으니 만나고 헤어짐에 제법 무뎌질 만도 한데 여전히 모든 인연에 쿨하지는 못하다. 다만 전에 비해 조금씩 나아진 것은 눈물은 마음으로 삼키고, 아쉽다는 말 대신 고마웠다고 말하게 된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 대신 메시지를 적어 책을 선물하고 있다. 그래서 그간 읽었던 책 중 ‘선물로 받으면 위안이 되겠다’하는 책들을 몇 권씩 사두는 편이다. 그중 이번에 여러권 구매 해둔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책에 오고 가는 인연에 대한 내용이 있다.
-누구도 우연히 오지 않는다, p176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어서 만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으며,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 삶에 왔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곁에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조만간 오래 근무했던 멤버가 곧 퇴사 예정에 있어서 선물 겸 훗날 이별에 필요할 양으로 여러 권 주문을 해두었다. 그리고 며칠 지난 오늘, 헤어짐을 위한 책 배송과 함께 최근에 만나 인연이 된 지인의 책 선물이 함께 도착해 있었다. 따듯한 메시지와 함께. 떠나는 이별을 준비하며 헐어진 나의 마음에 새로운 인연이 다가와 노란 연고를 발라주는 듯했다. 류시화 시인의 말처럼 누구도 우연하게 오는 것도 아니지만, 떠나는 것에도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니 주는 선물에도, 받은 선물에도 더욱 감사하게 된다. 오고 가는 서로 다른 이유의 책이 쌓여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Hyejin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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