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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jinsung Aug 03. 2022

좋아. 계획대로 안되고 있어...(?)

무계획에 취약한 INFJ의 코로나 격리 대처 방식

계획쟁이 인프제(INFJ)에게 큰 차질이 생겼다. 코로나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코로나 양성 확진받기 이틀 전부터 두통이 좀 있었으나 크게 개의치 않고 넘어갔다. 그러나 당일 새벽부터 38도가 넘는 고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오한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가 키트 검사를 해도 음성이 나오길래 감기 몸살이겠거니 하고 집에서 머무르며 근무를 했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점점 오한과 발열 증상은 심해지고, 급기야 다음날은 안 아프던 목까지 통증이 와 신속항원검사를 하러 동네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 양성이시네요." 간호사 선생님께서 주신 확진서를 받고서야 코로나 유행이 드디어 나에게도 체감이 되기 시작했다. "아 하필 오늘..." 더현대 서울 마지막 팝업스토어 마지막 일로 철거와 이동 작업이 있는 중요한 날이었다. 아파도 팝업 끝나고 아프길 바랐건만... 계획대로 안 되는 게 또 코로나라는 변수가 있었던걸 놓치고 있었다. 멤버들에게 슬픈 소식과 함께 연거푸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격리와 동시에 코로나 증상들이 물밀듯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부대표님, 격리하면서 이번 기회에 좀 쉬세요" 연이어 있던 미팅들을 줄줄이 취소하면서 확진 소식을 전하니 주위에서 다들 이참에 푹 쉬라며 강제 휴식(?)을 하라고 하신다. '오호, 그래 이번 기회에 격리하면서 못 보던 책도 좀 보고, 집안일도 좀 하고, 셀프 네일도 좀 하고, 팔찌도 좀 만들고...' 약 먹고 나아지면 할 소소한 계획 거리들을 또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5일 간 계획했던 모든 것들을 하지 못했다.


3일 차까지는 열이 내려가지 않아서 밀접 접촉으로 함께 격리하고 있던 남편이 계속해서 온도계와 아이스팩으로 계속 간호를 해주었고, 그 후부터는 열이 좀 내리기 시작하니 또 팔 저림이 심해져 밤새 병든 병아리처럼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누워만 있었다. 바이러스가 개개인마다 취약한 부위에 더 깊게 침투한다고 하던데, 나는 평소 혈액순환 장애와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5일 차가 되어가니 이제 아픈 것이 인후통으로 가고, 어지럼증은 전보다 덜 해져서 일도 좀 하고, 일기도 이렇게 쓰기 시작했다.


며칠간 오늘 해야 할 일과 내일 해야 할 일을 계획대로 착착 진행하며 만족해하는 꿈을 계속 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약한 선풍기 바람에도 오한이 느껴져 땀만 뻘뻘 흘리고 있는 코로나 환자였다. 낮이 되어도 까마득한 방 안에 며칠 누워 있으면서 이렇게 무기력한 적은 처음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소소하게라도 할 수 있는 일 중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일들을 만들기로 했다.

첫 번째는 샤워할 때마다 새로운 어매니티 써보기. 여행 갈 때 평소 모아두었던 어메니티나 샘플러들을 쓰면서 집에서 평소 쓰지 않는 향으로 여행지를 기억하곤 하는데, 이국적인 어느 호텔에 온 듯한 기분을 내기 위해 새 제품들을 경험하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리프레쉬를 주었다.


두 번째는 매일 다른 종류의 과일 먹기. 여러 증상 중 대표적인 것이 식욕이 떨어진다는 거였는데, 신기하게도 물까지도 맛이 없어졌다. 어지럼증이 속까지 메스껍게 만들다 보니 멀 먹어도, 마셔도 식욕이 살아나지 않았다. 그래도 하루 세 번 약을 먹기 위해서는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 중에는 새콤한 과일이 유일했다. 평소라면 매일 사 먹기에는 부담되었을 테지만, 교통비 아껴서 과일 산다는 마음으로 매일 다르게 먹을 과일 종류들을 시켜 두었다. 그리고 과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레시피로 둔감해진 혀에 신선함을 주고자 애를 썼다.


세 번째는 영상보다는 책 보기. 평소 부담없이 봐왔던 유튜브 채널도 무엇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뒤쳐진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 유튜브 영상 속에는 모두가 아프지 않은 것 같이 해외여행도 곧잘 다니고, 먹기도 잘 먹고, 모두가 열성적이다. 코로나 증상 중에는 무기력함도 있다고 하는데, 그냥 내가 게으른 것 같다는 생각에 안 좋은 비교를 하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 한다는 마음으로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책들을 꺼내 읽었다. 시간의 정체로서는 아날로그가 최고다.


이제 마지막 격리 날이다. 계획적으로 아픔을 컨트롤할  있다고 생각하니 코로나가 괴롭지 않아 졌다.(코로나 증상이  해진 것일 수도...) 명상 일화에 그런 말이 있었다. '나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모기가 나를   아니라 이마를 물었다고 생각하라고...' 셴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것이 일어나는 순간 자각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집착에서 빠르게 탈출구를 생각하는 것이다.



Hyejin Sung

Co-founder & Creative Director, HIT THE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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