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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jinsung Jun 02. 2022

그 날엔 호박차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그 날에 마시면 좋은 TEA

“부대표님, 오늘 어디 안좋으세요?” 오랜만에 투자자 대표님들이 사무실에 놀러 오셔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마침 식당으로 넘어오기 전에 생리통 약 한 알을 삼키고 왔는데 눈썰미 좋으신 한 대표님께 바로 들킨 기분이었다. 특히 남자 대표님들이 모여 있는 자리라 “생리통이 있어서요”라고 차마 말하지는 못하고, 결국 흔한 두통 핑계를 댔다. 기분 좋은 모임에 나의 개인적인 이슈(?)가 괜스레 방해가 될까 하여 씩씩하게 웃고 있었지만 핏기 없는 안색은 덮지 못하였나 보다.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함께 그리며 신나게 떠들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날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여자라면 피할 수 없는 그 날이다.


어릴 때부터 선천적으로 저혈압과 빈혈을 달고 살던 탓에 뜨거운 여름만 되면 길에서 픽픽 쓰러져 결석으로 가득 찬 학창 시절을 보내왔다. 생리를 시작하는 사춘기 나이가 되고, 사회생활하는 성인이 되며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그 날이 너무 싫었다. 어릴 때는 아파서 학교에 못 가면 나 혼자만 손해 보면 될 일이었지만, 회사에는 생리통 핑계로 업무 영향을 주거나, 역량 평가가 깎이는 게 싫고 억울했다.


특히나 다녔던 회사에서는 여성 직원들 중 나처럼 생리통 때문에 출근을 못한다거나 업무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왜 나만 유별나게 통증이 심한 건가 싶어 한약도 지어먹어보고, 진통제를 6시간마다 챙겨 먹으며 일해도, 결국 식은땀이 폭발하며 얼굴이 창백해지다가 병원에 실려가기 일쑤였다.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아프면 내 마음대로 쉴 수 있다는 엄청난 특혜가 주어지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아닌 고작 생리통 때문에 쉬고 싶지는 않았다. ‘예민한 거 보니 그 날인가보네’하며 농담조로 비하받을 수 있는 사회적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아 스스로의 자기 검열을 세웠던 탓이다.


지금은 나의 저질 체력에 결국 굴복하며 생리통이 심한 날들은 최대한 중요한 일정들을 잡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날이 오지 않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런 날에는 빠르게 인정하고 최대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호박차를 텀블러에 우리고 종일 마신다. 특히 늙은 호박에는 칼륨 외에도 철분과 엽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빈혈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외에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도 유명해 면역이나 혈압이 쉽게 저하될  있는 시기에 마시면 좋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늙은 호박에 들어있는 L-트립토판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은 세로토닌의  성분이기도 한데 행복 호르몬을 담당하고 있어, 호르몬 저하로 예민할  있는  날에 마시면 실제로 기분이 완화되는 심신 안정 효과를 주기도 한다.


2019년도 당시에 아이유가 광고 모델로 나오는 ‘그 날엔’ 경동제약 광고 중에 좋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약 먹기 전에 차를 마셔보라는 대사가 있었다. 약을 팔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차부터 먼저 마셔보고, 그날엔은 그 다음이어도 늦지 않다는 매우 감성 포인트를 저격하는 광고였다. 여전히 그 스토리가 마음에 남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차를 찾지 않았을까 싶다. 그 날을 겪고 있는 주변의 여자친구나 동료들이 있을 때 달콤한 초콜릿이나 사탕도 좋지만 달큰한 호박차를 선물해 준다면 마음 뿐만 아니라 몸도 따뜻해지는 위로가 될 것이다.



Hyejin Sung

Co-founder & Creative Director, HIT THE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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