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처럼 든든하게 양식 채우는 방법
어느 주말, 저녁 식사를 마친 저녁 8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실로 오랜만의 휴식이다.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의무적인, 업무적인 압박감이 없는 유일한 하루. 이런 날이면 대단한 일정을 계획하기보다는 외부적인 에너지를 최대한 안 쓸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가령 현재처럼 일기를 쓴다거나, 요가를 하는 등 내면의 힘과 정신적인 에너지를 응축할 수 있는 일련의 일들.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평일에는 여러 외부 미팅이나 크고 작은 업무 이슈들에 치이다 보니, 쉴 수 있는 휴일만큼은 나 자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행동반경을 극히 제한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내 체력이 본능적으로 자기 방어를 하고자 격렬히 거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주말에 갑작스러운 외부 행사나 일정이 있어 치르고 돌아오는 날이면, 마음의 준비가 안돼서 그런지 평일보다도 에너지 소모가 더 크게 느껴진다.
쉬는 날에는 번잡한 외부 장소는 가급적 피하고, 집에서 머무를 때에도 핸드폰은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생활한다. 그리고 말없이 나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한다. 식물 화분 분갈이 작업을 한다거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보며 요리를 하는 등 일련의 마음속 독백을 읊조릴 수 있는 조용한 노동을 펼쳐 간다. 누구에게도 설명과 이해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작은 성취들, 이 시간들이 너무 귀하고 좋다.
지금은 엄마가 보내주신 고구마를 몇 개 씻어내 오븐에 돌려놓고, 차 우릴 물을 끓이고, 책을 펼쳤다. 달콤하게 퍼지는 삶은 고구마, 보리차 그리고 책.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이 행복감을 인지하고 싶어서 일기장을 꺼내 나를 기록하고 있다. 내적으로 채워진 양식이 마치 포만감 가득한 고구마를 양껏 먹은 듯 배가 부르다. 그리고 체하지 않도록 구수한 보리차로 스스로를 따뜻하게 격려하고 나면, 내일 어떤 일이 생겨도 든든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Hyejin Sung
Co-founder & Creative Director, HIT THE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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