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안에 인터뷰는 사라지지만 후기는 사라지지 않지.
진한 호주식 아메리카노를 의미하는 ‘롱블랙’ Long Black에서 커피가 아닌 TEA 이야기를 담고 싶다며, 에디터님의 정성스러운 메일 제안이 와있었다. 사실 롱블랙은 진한 커피처럼 농도 짙은 기획자들의 시선으로 24시간 안에 읽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라 실제 커피 관련은 없지만, 내가 가진 이야기가 과연 커피만큼 진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까 며칠 고민을 했다.
지금 팝업 준비만으로도 부담이 컸기에 나중에 한다고 할까, 아니면 못한다고 할까 고민하다가 명분을 하나 만들었다. ‘롱블랙 회원들에게 슈퍼말차 팝업 스토어를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고민했던 일이 해야만 하는 미션으로 보였다. 내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팝업 공간이나 굿즈 협업 등 홍보를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니 의무감이 가득 차올랐다.
인터뷰 담당해주시는 정수환 에디터님을 만나 뵙기 전, 메일로 사전 질문지와 함께 꽤 긴 시간 동안 대화가 있을 것이다 하여 완벽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싶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매장 사건 사고에 팝업 작업 확인할 메일들로 당장 눈앞이 가득 차 당일 아침까지도 사전 질문지를 열어보지도 못했다. 인터뷰하러 와주시는 에디터님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으려니, 백지상태인 얼굴을 확인하고는 마스카라를 선택했고, 결국 준비 태세는 완벽하게 포기했다.
충분한 계획이 없으면 일을 잘 못한다. 그래서 일처리도 남들보다 오래 걸린다. 해야 할 일을 다이어리 노트에 한번, 애니두(Any do)에 한번, 구글 캘린더에 한번, 프로젝트 엑셀에 한번, 하나의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여러 번을 기록하며 곱씹고 시뮬레이션을 구체적으로 하는 편이다. 에디터님을 처음 뵙자마자 죄송하다는 말부터 거듭 드렸다. 준비가 미흡해서 말을 횡설수설 할 것 같다고…
그러나 인터뷰를 이끌어주시는 에디터님께서 ‘슈퍼말차 브랜드를 좋아한다며, 저와 편하게 대화하듯 해주시면 돼요’라는 말 한마디에 큰 부분을 깨달았다. ‘맞아, 내 개인이 아니라 브랜드만 생각하면 되는 거였지’ 나의 입을 통해 전한다는 착각에 나의 컨디션, 나의 옷매무새, 나의 준비 태세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착각의 프레임을 거두고 보니, 그간 브랜딩을 하며 켜켜이 쌓아 온 과정과 방향들은 이미 시뮬레이션 해둔지 오래였다. 약 3시간의 기나긴 대화 끝에 인터뷰는 끝나 있었고, 나는 정신이 맑아져 있었다. 대답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질문이 더 중요하다. 깊이 있고, 통찰력 있던 에디터님의 질문들에 머릿속에 오래 묵혀있던 빼곡한 생각들이 서류철처럼 한데 모아 매어 둔 기분이었다.
인터뷰 전략이 없었던 탓에 어쩌면 더 진솔하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는 방식에 어떤 기술이 필요 없는 것처럼 슈퍼말차도 이유 없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찰떡같이 이야기를 잘 정리해주신 롱블랙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24시간 안에 사라지는 이야기인 만큼, 그 시간 안에 롱블랙 인터뷰 후기를 생생하게 남겨 두고 싶었다. 이번 인터뷰 과정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슈퍼말차의 진한 브랜딩 이야기는 아래 롱블랙 링크에서
Hyejin Sung
Co-founder & Creative Director, HIT THE TEA
HIT THE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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