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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jinsung Oct 15. 2023

카페는 누구나 쉽게 열 수 있지만, 문도 쉽게 못닫는다

뜨거운 눈물로 악전고투를 이겨낸 초보 카페 사장의 이야기

올해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의 어느 때에 한 매장에 좋지 않은 이슈들이 한꺼번에 터진 적이 있었다. 오픈 때부터 오래 근무했던 스태프들의 연속된 퇴사와 매니저와 직원들 간의 갈등, 그 일로 인한 매장 내 서비스 이슈, 인력 부재로 인한 운영 스케줄의 난항 등… 얇게 꼬여진 실이 얽히고 설키며 하나의 큰 뭉칫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총체적 난국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하나의 사건이 트리거가 된 것은 맞지만 궁극적인 본사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었을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뒤엎어 보기로 했다. 일일 근태 관리부터 중간 관리자들의 운영 QC, 전달의 소통 과정, 각 롤에 대한 업무 분배는 어떠했는지 특히 중간 보고로 전달 받았던 내용 등 외에 유형으로 파악할 수 없는 현장의 무형적인 요소들을 내 눈으로 직접 판단하고 싶었다. 스토어 슈퍼바이저 팀들이 매 정기마다 현장 지원과 디테일한 소통을 했다 해도 무엇의 부재였을까. 당시 마음이 급하여 잡혀진 미팅들을 모두 조율하고, 개인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매장에 내려갔다.


무거운 여정길 함께한 우리 슈퍼바이저팀. 주연리더님이 내 저질체력 걱정되서 챙겨주신 약과 함께.


며칠 간 한 매장에 계속 머물면서 사건이 터지고서야 발견한 일들이 많았음에 적잖이 놀랐다. 사건이 생겨서야 스태프들의 진짜 퇴사의 이유들이 달랐음을 알았던 것도 부끄러웠다. 분명히 많은 신호가 있었을텐데도 우린 왜 한쪽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일까. 중간 소통 과정에 매니저와 팀원들의 여러 오해들과 상처가 오갔고, 그게 결국 다양한 원인 제공이 되었던 탓이었다.


우리 매장은 모두 직영으로만 운영을 하기에 채용 기준도 경영자인 나를 포함해 담당팀이 꼼꼼하게 운영 경력과 전문성을 꼼꼼히 들여다 본다. 하지만, 다른 F&B 가맹 채용 시스템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서툴고, 부족한 점들 투성이었다. 특히 우리 브랜드의 미션이나 진정성에 공감해서 모인 친구들이 많기에 지원하는 연령대도 다른 카페 매장들보다 평균적으로 젊은 나이대가 많기도 하다. 그런 친구들에게 매장 책임자 역할의 이유로 모든 팀원들의 실수나 불찰을 모두 떠안는 것에 부담이 있었을 것이고, 그 부담은 결국 잘못된 표현 방식으로 함께 일하는 아래 직원들에게 상처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라고 달랐을까. 나 또한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라 하지만 여러 부담감에 누군가에게 서툰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것이다. 포용과 관대함으로 조금 더 감싸주지 못했을까하는 자책도 실로 많이 하기도 한다. 리더라고 하는 나도 이리 못나고 부족한데 매니저 경력 몇 년으로 완벽한 관리자의 역할을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상황을 해결하는 며칠 내내 원인이 일어난 직원에 대한 화가 아닌 스스로의 자책으로 잠을 제대로 못잤다.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길, 무심히도 파랗던 창밖의 하늘


그럼에도 문제는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기에 부끄러움과 잘못된 상황을 정면으로 직면하고, 직접 돌파하는 방법을 택했다. 해당 매장의 모든 근무 직원들을 한 명씩 돌아가며 입장을 듣고,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회사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장에 일어난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플랜을 공유했다. 스토어 팀 리더와 담당 슈퍼바이저들도 기나긴 대화의 과정에 모두 함께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힘에 많이 부쳤다. 서로 간 회피했던 불편한 사건들을 드러내는 과정에 명백한 업무 위반의 잘못으로 점을 관리하던 직원은 퇴사까지 하게 되었다. 근무 마지막 날, 헤어지는 친구와 단 둘이 서로 간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안아 주었는데 뭔지 모를 복잡한 감정에 그 친구도,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관리자 팀들에게 남은 운영 안정화를 맡기고 먼저 기찻길에 몸을 실기 위해 나왔는데, 역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그간에 참았던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모든 시간을 다 함께 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미안함과 그간 느꼈을 회사 운영의 불안정함,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애썼던 서로간의 흔적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창문 밖의 하늘이 너무도 광활해 보였다.


다시 돌아온 직원들을 모아 운영의 안정화를 찾기까지 몇개월이 걸렸다. 이번 기회로 채용 시스템도 새로 짜고, 근태 관리도 본사팀에서 누락되는 일 없도록 정기 관리 메뉴얼도 강화했다. 특히 점별 운영 책임의 부담이 특정 직급에 쏠리지 않도록 업무 R&R을 세분화해서 크로스 체킹이 되도록 롤 체제도 전격 변화했다. 뜨거운 한 여름의 성장통이 결실을 맺는 것인지, 해당 매장의 서비스 칭찬글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지각 제로, 컴플레인 제로’ OKR을 유지하고 있어 담당 슈퍼바이저팀, 매장팀 모두 뜨거운 눈물의 성과를 내고 있다.


스태프들의 메세지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 우리 울보팀… 그리고 옆에서 같이 우는 울보 사장


최근 읽은 책의 내용에 악전고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악전고투는 자비가 없다. 악전고투는 식은땀이다. 악전고투는 속이 끓어올라 피를 토할 것 같은 상황이다. 악전고투는 이겨내리란 보장은 없다.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게 그리 만만하면 악전고투라 하겠는가. 그러나 결국 악전고투는 위대함이 발현되는 상황이다.”


때때로 찾아오는 위기는 동시에 또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적재적소에 어려움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큰 난관으로 이어졌을 것이기에 비록 무자비할 정도로 더디고 쓴 고통이지만 이겨내야만 한다. 매장 운영은 겉보이기에 멋진 공간에서 멋진 사람들을 맞이하며 향긋하고 고귀한 장면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오픈 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다양한 경우의 일들이 존재한다.


오히려 카페 매장은 기회나 운에 따라 쉽게 열 수 있어도, 운영은 확실히 차원이 다른 미션이다. 오픈 초기와 달리 지금은 함께 운영을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든든한 팀이 있어서 홀로 외로운 짐을 짊어지지 않게 되었다. 회사에 대한 실망의 시선보다 문제 해결을 함께 책임지고자 함께 울고 웃으며 밤을 지새우는 멤버들 덕분에 결국에는 모든 역경의 마지막은 위대한 변화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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