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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혜진 Feb 24. 2017

23 아이덴티티 SPLIT

케빈이 아니라 케이시의 이야기



소녀는 어릴 적 삼촌한테 동물놀이하면서 학대당했잖아. 숲에서.

그런데 지금 동물원에 갇힌 거야.

아버지에게 사냥을 배웠지만

자신이 사냥당하는 동물이 된 거지.

그 트라우마에서 못 빠져나오다가 이 지하 세계에 갇힌 거야.

마침내 동물(비스트)을 총으로 사냥하고

그 트라우마에서 탈출.

갇혀있던 동물원에서 나온 거야.

삼촌에게 이제 돌아가지 않을 힘이 생긴 거야.


이건 크게 보면

소녀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의 세계야.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의 세계와 마주보고 있는.  


나이트 샤말란 멋지구만.


이건 소녀가 수동적인 캐릭터의 영화가 아냐.

완전 적극적인 캐릭터.

주인공은 케빈이 아니라 케이시.  


소녀들이 괴물(짐승)의 먹이가 될 거라 했지.

동물원의 언어야. '먹이'

케이시는 삼촌의 먹이였지.

 

케이시는 괴물을 사냥함으로써 자신이 제물로 바쳐졌던 과거를 극복한다.

그 괴물은 삼촌이자 자신의 어둔 그림자, 상처이기도 해.

그 상처가 깊어진 나머지 인격이 돼.  

소녀의 상처를 알아보고 소녀를 놓아준다.

영화에서 말하는 '진화'는 변화이자 극복.

      

왜 그 장면 있잖아. 데니스가 다른 소녀의 배에 칼을 갖다대는.

나중에 봤더니 케이시의 배에 흉터가 많았잖아.

서로 다른 인물이지만 이렇게 연결되기도 하더라구.

      

케이시가 처음에 방에서 끌려나가는 친구한테 어떻게 '오줌을 싸버리라'는 말을 할 수 있었겠어.

삼촌의 세계에 갇힌 경험이 있어서야. 아버지의 부재. 이 사건도 친구의 아버지가 제거(?)되면서 시작되잖아.

소녀 둘은 어떻게 해서든 힘을 합쳐 나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지만

케이시는 벌써 체념한 듯이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말투지.

모두 경험해봤다는 거야.

이  장면으로만 한정해서 본다면 케이시의 친구들은 케이시의 또 다른 자아처럼 보이기도 해.

소녀들을 초대한 것처럼 지하 감금실 욕실엔 꽃이 있어.

케이시는 고통스러운 기억 속으로 다시 한 번 초대받은 거야.


난 이 이야기가 놀라웠던 게

케빈의 23가지 인격들이 한 사람의 몸 안에서 사회를 이룬 것처럼 보이더란 거야.

패트리샤가 헤드윅을 타이르기도 하고 겁먹은 이도 있고 앞으로 나서는 리더 배리도 있지. 기회를 엿보던 범죄자 데니스도 있어.

 

이 '패거리'들은 마침내 종교까지 갖게 돼.

제물로 소녀들까지 마련했잖아.

자신들을 보호해 줄 신이 탄생한 거야.

괴물(신)이 현실세계의 정신분석학자 플레처 박사를 죽이고 자신들을 보호해줄 거라 믿는 거야. 그 믿음 안에서 자신들의 삶을 연장하는 거야.

플레처 박사는 케빈을 치료하기 위해 그 인격들을 통합시키려 했을 거야. 그 과정에서 인격들은 아마도 죽게 되지 않을까?

각각의 인격들은 살기 위해서 자신들을 보호해 줄 신을 탄생시킨 거야.

      

그리고 그 신은

케빈이 10년 넘게 일해 온 동물원에서 보고 들은 것들로 구성돼 있어.

갇혀있는 맹수들.

그 맹수들이 먹이를 먹는 것처럼

괴물은 소녀들의 배를 뜯어먹지.


    

멋진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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