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좋아하는 산책길인 남산 소월길을 다녀왔다.
지지난번에는 혼자 밤길을 걸었고, 지난번에는 주말 낮에 남편과 걸었다.
여름이 지나고 제법 선선한 밤에 아는 동생과 함께 다시 걷는 그 길은 여전히 좋았고, 쾌적했고, 아련한 마음이 들게 했다.
그리운 누군가와 걸었던 곳은 아니다.
이 길은 다시 사랑을 하고 싶은 내가, 혼자 견뎌내기 힘든 무거운 마음을 끌어안고 있던 내가, 어떻게든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싶었던 내가 혼자 걸었던 곳이다.
한동안 잊고 살았다.
뒤돌아보고 그리워하고 다시 힘을 낼 계기가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일 거다.
삶의 변수가 줄어들고, 주위에 안전막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니 애쓰지 않고서는 무언가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보거나 집착을 남기지 않게 되었다.
바라던 모습이긴 한데, 길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묘한 위안을 챙기던 그 시절의 내가 조금 더 살아있었다고 느껴진다.
매번 틀리고, 원치 않는 결과를 맞닥뜨리고, 울고, 그래도 다시 한번 힘을 내보던 내가 애처롭게 남아있다.
안전막 안 쪽에서 삶을 관망하고 예상 밖의 일이 잘 발생하지 않는 삶도 좋지만
조금 더 치열하고 뜨겁게, 아직은 조연보다는 주연이고 싶은 마음들이 길 위에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