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곤퀸, 함께하는 재미라는 것 EP.2

캐나다 워홀 도전기_47화

by 혜주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일찍 잠든 탓인지 눈이 저절로 떠졌다.
샤워를 하고, 남아 있던 물로 사 온 컵라면을 끓이려고 했다. 커피포트를 확인해 보니 너무 더러워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전날 그렇게 애를 먹었던 문을 다시 힘줘서 열고, 문 앞쪽으로 방 안에 있던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았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오모리찌개 라면을 먹었다.

진짜, 말도 안 되게 맛있었다.


숙소 뒤쪽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는데, 어제보다도 훨씬 더 추운 날씨에 구경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실 구경 가자고 말을 하고 방문을 나왔지만, 상상 이상으로 추워서 둘 다 아무 말 없이 차에 타 있었다. 우리는 비버를 볼 수 있다는 트레일로 향했다. Algonquin 입구로부터 꽤 많이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고, 30분쯤 차를 몰았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분명 가을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내리는 눈이 전혀 실감 나지 않았다. 이게 맞나 싶었다.

나는 와이퍼를 작동시키며 소리쳤다.

"이거 진짜 눈 맞아? 아직 가을 아니었어?"

그리고 핸드폰이 되지 않았다. 내비게이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표지판을 보며 찾아가야 했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무스를 보고 싶어 눈발 사이로 계속 두리번거리며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나길 바랐다. 하지만 결국 무스는 보지 못했다. 너무 추워서였을까.

그렇게 비버가 산다는 트레일에 도착했다.

어제 갔던 곳보다 평지가 많았고, 비버가 사는 곳답게 아주 커다란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호수 주위로는 마치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침엽수들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나무들이 주변의 소리를 모두 흡수하는 것 같아서,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물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고요했고, 아늑했다.

우리는 그곳에 한참을 머물렀다. 사실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다이빙을 취미로 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순간은
물속에서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고요함이 나를 감싸 안는 느낌을 받을 때였는데,

그날 그 호수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정작 비버는 보지는 못했지만, 비버의 집이 있던 그 호수는 아마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트레일을 걸으며 자연의 순간순간을 즐겼다.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 핸드폰을 보는 건 의미가 없었고,

대신 돌에 낀 이끼 냄새, 축축한 공기, 차가운 온도까지 모두 집중해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후, 우리는 카누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도착한 호수는 유리로 만들어진 곳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컴퓨터를 켰을 때 나오는 배경화면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차가운 바람이 콧속과 목구멍으로 파고들었지만,
눈앞의 풍경 덕분에 추위를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추운 날씨 탓에 카누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쉽지만, 돌아가기로 했다. 알곤퀸 입구보다 훨씬 북쪽까지 올라와 있었기에 돌아가는 길도 멀었다. 어제 못 들렀던 햄버거 가게에도 다시 들르기로 했다.


그렇게 또 두 시간 넘게 차를 몰았다. 도착한 햄버거 가게는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끝도 없이 줄을 서 있었고, 양쪽 주차장은 모두 포화 상태였다.

다행히 회전율이 좋아 차는 금방 빠졌고, 우리는 주차를 한 뒤 다리를 건너갔다.

언니와 함께 줄을 서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돌아가서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기에 햄버거 하나, 감자튀김 하나를 나눠 먹기로 했다.

안쪽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패스트푸드’ 그 자체였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햄버거보다 훨씬 초라한 모습이었다.

이걸 먹으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사고까지 나고, 커다란 다리까지 만들었단 말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햄버거를 한 입 먹자마자 더 커졌다.

굳이?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 또 두 시간을 달렸다.

가는 도중,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 우리는 방향을 틀었다.

사실 나는 캐나다에 와서 삼겹살을 구워 먹어본 적이 없었다.
워홀로 온 한국인들이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살기 때문에, 한국 식당을 자주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는 한국인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일하는 곳에서도 워홀은 나 혼자였고, 그래서 더더욱 그럴 기회가 없었다.


캐나다에서 처음 가본 삼겹살집에서 가장 반가웠던 건 테이블 위에 놓인 콜 버튼이었다.

우리는 정말 야무지게 먹었다. 한국 마트까지 들러 아이스크림도 사고 집으로 향했다.

언니를 내려주고 미시소거로 향하는 길,

나는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운전을 했다.

그 길을 달리며 미시소거에서는 다들 꽤 여유롭게 운전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토론토에는 경적에서 손을 떼는 사람들이 없었다.

내 옆차선에서 운전하던 흑인가족이 계속 차선을 넘어 나와 부딪힐 거 같아 나도 계속 경적을 울리고 창문도 내렸지만, 그 운전하는 아저씨는 꿋꿋하게 날 모르는 척하며 차선을 넘었다.

그렇게 미시소거에 들어오니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이 좋구나.'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