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정학습으로 지친 우리들에게
온라인 가정학습 3일차가 되어서야 아이가 과제를 모두 끝내고 제출을 했다.
아이도 엄마도 적응이 되어가나 보다.
저녁을 먹고, 아이의 과제들이 잘 배달되었는지, 담임이 과제를 체크하고 코멘트를 남겼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담임이 올려 놓은 <제출한 과제물에 교사 코멘트 확인하는 법> 동영상을 따라 구글 드라이브에 들어갔다.
아직 담임이 확인하지 못한, 아이가 보낸 모든 자료가 들어있었다. 문득 담임이 확인해야 할 과제물의 총량이 머리를 스쳤다.
오늘 과제는 총 5 종류이고, 한 학급에 27명이다. 그러면 오늘 교사가 확인해야 할 분량은 27x5??
어제는 4종류이니 27x4??
오전에 당일날 과제물 올리고, 아이들과 화상채팅하고, 오후엔 다음날 과제 만들고 영상 찍으며 간간이 구글 클래스룸에 올라온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고 코멘트 달아주고, 또 중간중간 교사들 간 소통도 해야 하고 과제 체크도 해야 한다. 교사들이 하루에 소화해야 할 과중한 업무를 생각하니 안쓰럽다.
평소 나는 아이의 교사와 상담을 할때 말한다.
“교사의 웰빙이 아이의 웰빙이고, 아이와 가정의 웰빙이 교사의 웰빙이다.”
그래서, 난 한국과 호주, 세상의 모든 교사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 넣어 성과를 내는 교육은 반대다. 그런 사회의 교육은 건강하지 못하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부작용이 나오기 쉽다. 그런데 지금은 교사도, 아이도, 부모도 어쩔 수 없는 비상 시국이다.
오후에 아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3일간의 온라인 원격 수업에 대한 진행상황과 열심히 참여해 준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들에 대한 감사의 말과 격려의 내용이었다. 뭉클했다.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몇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교사가 되려고 하지 말고, 계속 부모가 되어 달라."
"가르치는 일은 교사가 할테니, 부모는 옆에서 같이 읽고, 같이 오리고, 같이 놀아주고, 같이 음식을 만들어 달라."
“아이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말과 행동을 보여 아이가 부모의 언어와 행동을 배우게 해 달라.”
"학교의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수년간 훈련된 사람이 듯, 가정에서는 이미 부모가 수년간 훈련된 교사다."
친절하고 다정한 이곳의 교장은 참고용으로 학년별 시간표를 보내줬다.
담임에게도 이메일이 왔다.
3일 동안 아이들과 교사들의 활동을 도와주고 지원해줘서 감사하다는 말, 처음이라 모두가 조금 힘들었지만 너무 멋지게 하고 있어 자랑스럽다는 격려의 말, 학부모로부터의 피드백이나 조언은 언제든 환영한다는 제안. 확인을 마치지 못한 과제는 주말에 마무리해서 코멘트를 달아 주겠다는 약속의 말들이었다.
진심을 담아 담임에게 감사 메일을 보냈다.
나의 영어 쓰기 능력이 미진해서 감사와 신뢰의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해 안타깝다. 오늘 아이가 과제를 모두 마감할 수 있었던 것도 담임의 몫이다. 특히 오늘은 아이를 온라인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아이에게서 빌려간 만화책을 비디오 영상에 넣고 학급 아이들에게 만화책을 읽어줬다. 이틀 전 담임에게 아이가 온라인 가정학습을 힘들어한다는 나의 고민에 대한 그녀의 응답일 것이다.
이제는 얼추 감이 잡혔다.
아이와 함께 동영상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하다 보니, 호주의 교육과정과 블럭형 시간표(한국처럼 50분 수업/10분 휴식 이런 시간표가 아닌, 한 블럭은 보통 1:30분 정도이고 중간 블럭에는 30분 휴식시간이다. 보통 호주처럼 학생중심의 문제해결, 협동학습, 그룹수업, 프로젝트 수업에 적합한 방식.)와 교사들이 어떤 방법으로 교수 전달을 하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호주에서 공부를 해보지 않은 이민자 부모로서는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원격수업은 아이의 기기활용 능력과 더불어 엄마의 컴퓨터 활용능력을 책임지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덕분에 구글클래스룸과 구글드라이브를 이해하게 되었고 사용법도 상당히 익히게 됐다. 내 평생 구글 클래스룸과 드라이브를 배울 줄 누가 알았겠나.
이번 기회에 아들도 두 손 타이핑을 배웠고, 구글 플랫폼을 상당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젠 혼자서 과제를 프린트도 하고 완성을 한 후, 사진을 찍고 업로드해서 제출까지 한다. 동영상도 찍어서 올리고, 과제를 제출할 때 담임에게 ‘private comment’ 도 달기도 한다.
호주에서 교육을 받는 한 구글 플랫폼은 필수니 앞으로 학년이 올라갈 수록 더 쉽고 빠르게 사용하고 활용을 하게 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온라인 원격수업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 아이가 코로나19 가 끝나도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어쩌지?’
싶지만, 이런 불필요한 걱정을 할 여력도 없다. 온라인 원격 수업에 지친 우리들, 내일은 주말입니다. 모두들 굳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