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강화란...
지금은 존재유무를 모르겠으나, 내가 한국 학교에 근무할때 상점제/벌점제가 있었다.
모든 교사에게 아이가 착한 일하면 파랑카드와 플러스 점수, 나쁜 짓을 하면 빨강카드와 마이너스 점수를 주도록 했다. 점수를 모아서 상을 주기도 하고 수행평가에 반영하는 과목도 있었다. 각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다.
나는 벌점 카드를 주지 않았다. 예로 내가 기분 좋은 날은 눈감아 줄 일도 아침부터 관리자에게 터지면 기분 나빠서 화가 더 났다. 그런 내가 벌점을 준다는 게 어이 없었다. 학생들의 일거수 일투족, 그것도 부정적인 행동들을 골라 잡으며 그걸 점수화 시킨다는 사실이 나의 교육관과 맞지 않았다.
다른 교사들이 나에게 불만이 많았다. 본인들은 벌점카드를 주는데, 나는 주지 않으니 나혼자만 성인군자인양 고고한 척을 다한다는 뜻이었을 게다.
학생들은 벌점카드를 주는 교사들에게 불만이 많았다. 일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학생 서로간에 고자질도 했다.
결과적으로 반교육적인 행태였다. 학생간의 경쟁과 반목을 야기하고, 학생과 교사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교사와 교사간의 불화를 불러일으켰다.
호주에서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상점제(토큰)만 존재한다.
각자가 선행이나 바람직한 행동을 해서 받은 토큰은 10개가 모이면 교장실 앞에 배치된 커다란 유리 통에 집어 넣는다. 유리통은 3개다. 유리통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보상 조건이 붙어 있다. 예를 들면, 재밌는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날(funny dress up day), 교사가 초콜렛 감추고 아이들이 찾는 날(easter egg hunting day), 점심 시간에 모두 잔디밭에서 피크닉하는 날(picnic day) 등이다.
토큰 10개가 모인 학생은 위 세가지 박스 중 본인이 원하는 항목의 통에 토큰을 넣으면 된다. 한 학기가 끝나면 전학년의 아이들은 가장 많은 토큰이 들어 있는 통의 보상을 받는다. 즉. 토큰제를 통해서 모두가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기여를 하도록 격려받고 노력의 결실을 모두 함께 축하하고 나누는 교육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이것은 호주 교육 현장의 아주 흔하고 흔한 예다.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을 비교와 경쟁을 시키지 않도록 교육활동이 계획되고 실행된다. 예를 들면 원격 수업중에도 구글클래스룸에 제출하는 모든 과제들의 코멘트도 교사가 개별적으로 private 한 상태로 각자에게 전달한다. 다른 아이들의 결과와 성취에 무관하게 본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게 수행하고 교사는 개별 학생의 발전에 맞춰서만 교육적 성취를 얘기한다.
이런 곳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축복이다. 특히 내 아이의 집중력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아주 짧아서 많은 과제들을 반 정도만 수행 할 수 있다. 담임은 아이의 반쪽짜리 결과를 격려하고 칭찬한다. 이 반정도의 성취가 내 아이에게 얼마나 도전적인 일인지를 그녀는 잘알고 있다. 대신 아이가 좀 더 성취를 늘릴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엄마인 나에게 살짝 보내준다.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려는 의지다.
positive reinforcement/empowerment(긍정적 강화)는 교사라면 누구나 아는 용어다. 교사 뿐만 아니라 아마 아동발달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용어를 모를 수 없다. 발달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요인이고, 이 아이들을 돕는 상담/치료사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 현장이 교사들의 앎을 실천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도대체 호주 아이들은 왜 이렇게 자존감이 높은 거야? 우리 눈에는 별로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한국 이민자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평생 본인이 태어난대로, 본인이 갖고 태어난 자질과 능력대로 존중받고 인정받고 격려를 받은 경험이 많지 않으니 궁금한 건 당연하다. 일생의 기준이 타인이 되어야 하는 곳, 특히 12년의 공교육과정을 거치면 대부분은 스스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언제든 나보다 나아 보이거나 출중한 사람은 나오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