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유물로 교육을 한다고요?

21세기 온라인 수업에서?

by 루아나

어릴때 친구집에 놀러 가는 게 싫었다.
나보다 잘 사는(대부분이 잘 살았다.) 친구 집에 가면, 우리집의 가난과, 부모의 낮은 계급과 열악한 조건들이 너무 또렷이 보였다.

화도 나고 자존심도 상하고 부모도 원망스러웠다.



Screen Shot 2020-05-04 at 9.04.50 am.png 구글 클래스룸의 화면을 자유자재로 바꾸어 주는 센스의 담임



이민자로 호주의 삶도 비슷하다.

담장을 넘어서기 전까진 보이지 않던 것들.
한번도 의문을 품지 않던 것들이 마구 눈에 보이고, 내가 지녔던 가치관에 계속해서 질문과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삶이다.

아마, 여행을 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잘 보인다는 이유와 비슷할 텐데, 삶의 근거지를 옮기는 일이니 더 많은 것, 더 많은 영역들이 들어온다.


요새 한국의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들이 올리는 교과서를 보면 마치 '구석기/신석기 유물'을 보는 기분이다.

초등엔 교과서가 없고 중등에도 원하는 교사만 선택하는 나라에서 살면 그렇다.


"지식/정보/앎은 생물."
이라고 생각한다. 한 영역에서도 계속해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새로운 언어를 생산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점진해 간다.
인간이 진화하는 이유다.


특히 요새 나의 주 관심사인 교육과 장애분야를 생각해보면, 5년전의 내 인식과 지금의 인식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 또 내년이 기대된다. 얼마만큼의 성장과 다른 도전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온라인 수업 정국에서 어쩔 수 없이 한국과 호주의 교육환경을 자꾸 비교하게 된다. 내가 전공한 것도, 내가 밥벌이로 평생 한일도, 내가 초등학생인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관심있는 부분이니 어쩔 수 없다. 국가를 바꾼 이유도 교육이니 교육이 내 삶의 가장 큰 축인지도 모른다.


아이 담임의 온라인 수업 진행을 보면서, 한국의 모든 학생들이 교과서에 의존한 수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분명 지금 한국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면,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이유도, 기회도 전혀 없었을 것이다. 평소 하던대로, 교과서를 신주단지는 아니어도 내가 교육하는 지표로 삼고 그에 근거해서, 조금 양심이 찔리면 간단한 학습지 한두개 마련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교과서 빼고, 학습지 빼려면 여간 빠듯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교사는 교과서만 또박또박 나가고 시험만 그 안에서 내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 교사들이 아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수시로 교육과정이 바뀌는 것이다. 한국만 자주 바뀌는 것인지, 다른 나라도 자주 바뀌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교육과정이 바뀌면 바뀐 교육과정을 이해도 못하고, 왜 바뀐지도 모르고, 교사들은 패씽했고, 교육과정이 바뀌어도 현장의 교육은 바뀌는 게 없이, 껍데기만 바꾸는 척하고 내용물은 그대로고, 교사들에게는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춘 거짓으로 가득찬 온갖 서류를 작성해 내라고 한다. 얼마나 조잡하고 조악하냐면, 전교사에게 샘플 하나 주고 각 교과에 맞게 대충 바꿔서 내라고 한다. 어릴때 납득할 수 없는 깜지숙제를 하는 기분이랄까?


뭔가 잘못되었단 것은 아는데,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를 본적이 없다가 호주에 와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걸 이제서야, 남의 나라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슬프고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Screen Shot 2020-04-30 at 7.21.16 am.png 잠옷 입은 채로 화상채팅 수업 하는 날. 언제나 활동과 교육내용과의 연계를 잊지 않는 담임


지식과 앎이 계속 진화하는 것이라면, 한국 학생들은 때지난 교과서 속의 지식만을 암기하고 요점정리를 주구장창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 살때,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한국 교사들은 시험을 교과서에서만 내요? 암기테스트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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