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좋아

by 루아나

(영국인 정신 분석가) 파커는 양육 행위가 어머니에게 두가지 충동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무조건 참아내려는 충동과 밀어내려는 충동이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어쩌다 보니 한국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It's okay to not be okay)'를 보고 있었다.


주인공들도 그리고 주 배경인 OK 정신병원에도 다양한 장애를 지닌 인물들이 존재한다. 좋은 대사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 (지금까지) 가장 맘에 든 장면은 상태와 강태 두 형제의 치고 박고 던지는 몸싸움 장면이다.


자폐성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를 지닌 형 상태와 평생 형 뒷바라지를 해내느라 본인의 삶과 감정을 전혀 돌볼 여유와 방법을 몰랐던 강태가 인생 최초 육탄전을 벌였다. 그 후 동생 강태와 친구 재수와의 대화



"강태 - 형한테 맞을 때는 마음이 편했는데, 서로 치고 박고 싸우니까 속이 후련해. 재수야, 나 원래 이런 애야. 문강태는 문강태꺼."


형이랑 치고 박고 싸우는게 꿈이었다던 강태.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장애를 지닌 형의 보호자와 케어러로 살아 온 강태의 모진 삶에 본인 자신, 즉 강태는 존재하지 않았다. 파커의 말대로 '무조건 참아'내려는 역할에서 마침내 '밀어내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 구글 캡쳐


이 드라마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장애 당사자인 상태를 들러리가 아닌 중요역으로 내세웠단 점. 그리고 형제의 관계에서 장애를 지닌 형의 상태와 감정만을 다룬 게 아니라, 보호자/케어러인 강태의 마음까지 다뤄줬다는 것.


보통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보호자(보통은 부모)들의 역할은 사회가 바라는 대로 굳어지기 쉽다. 장애 아동의 기능 향상과 웰빙을 위해 삶을 통째로 바쳐 헌신하고 희생하는 방식을 숭고하고 이상적이라 내세우는 사회는 위험하다. 그런 믿음이 강한 사회에서 부모들은 무거운 부담을 느끼기 쉽고, 평범한 아이들처럼 독립이 쉽게 일어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살아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검열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기 쉬워진다. 그래서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대단하다'란 말을 반기지 않는다. 그 말은 자칫 부모나 케어러가 본인들의 본성이나 욕구를 드러냈을때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장애 당사자들의 혼란과 어려움이 절대적으로 큰 경우가 많아서, 자연적으로 그들의 욕구와 감정에 초점이 맞춰지고 상대적으로 부모의 감정과 욕구는 무시되기 쉽다. 무한정/조건없이/영원히 퍼주기만 하다 본인을 잃어버리는 사람으로 정형화되기 쉬운 돌봄자/케어러의 역할에 강태의 '알까기' 과정을 부여해 줬다는 점이 고맙다.


#싸이코지만 괜찮아 #자폐성 장애 #ASD #It's okay to not be o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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