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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작가 Feb 20. 2022

핸드폰. 너란 아이

핸드폰 끊기가 힘들다


아이들이 미디어를 접하게 하는 것을 그토록 질겁하고 두려워하는 이유는 결국 나에게 있는게 아닐까

부쩍 핸드폰을 보며 멍하니 한 시간, 두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무도 통제해주지 않는 어른이 된 나로서 이렇게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제지를 해야 할까. 감정적으로 죄책감만 늘어날 뿐이다. 안되는 걸 알면서 계속 그 안에서 못 빠져나오고 있는 나를 바라볼 때 내가 많이 미워진다.


그럼 왜 안될까.

일단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고, 늘 진도는 촉박한 상황임에도 그 시간을 핸드폰으로 허비해버리는 것이 싫다

그러면서도 이미 오늘 아침에도 1시간 30분을 핸드폰을 손에 두고 보내버렸다


의미없이 맘카페와 책카페를 들락날락 하는 것. 웹툰을 정주행 하는 것. 동영상을 보는 것. 그 시간 시간들이 모여 날아가버린다. 

그럼 정말 왜 안될까.

난 그 시간을 모아 소중히 쓰는 나의 모습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공부 하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성장하는 사람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 특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휴직 상태에 있을 때 이런 사람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진다. 심하게 커진다


게다가 내가 하겠다고 한 목표와 약속도 있으니깐. 그 목표를 정말 내가 의식을 가지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일을 할 때만 이런 갈망에서 조금 벗어나진다. 그때는 내가 허송세월을 보내도, 핸드폰을 하루종일 해도, 하루종일 멍하니 티비만 보는 날이 있더라도, 쉬는 날이니 괜찮아 - 돈을 버니 괜찮아 - 라는 마음이 든다


아주 오래된 감정인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절제력과 매일같이 싸우는 일은 ... 

그것이 이기는 주간, 월간, 시기도 있고 그것이 지는 시기도 분명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같이 지는 요즘같은 시기에 나는 너무 초라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유튜브도 지워보고, 네이버어플도 지워보고, 핸드폰을 바꿔볼까 생각도 해보았다. 

내가 나를 자제할 수 없을 때, 그 원망감과 실망감은 나에게 그리고 나의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쏟아지곤 한다. 이러다 아이 깨면 난 또 짜증이 나겠지. 6시에 겨우 일어나서 8시까지 책 한 장을 안 보았으니.


예전엔 이렇게 집중하는 것이 힘든지 몰랐는데 - 마음이 몸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

회사에서 핸드폰 보던 습관이 더 악화된 것 같고, 요즘같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나날들이면 더 이런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나 정말 고칠 수 있을까. 내가 나를 너무 통제하는건가. 내가 나를 너무 미워하는걸까. 어디가 타협점인지, 뭐가 맞는건지, 가늠이 안된다.


통제를 진짜 해야 하는건지, 그냥 하고 싶은대로 살면 안되는건지, 왜 그런게 죄책감이 드는건지,

통제를 해야 한다면, 방법이 무엇인지, 목표의식은 어떻게 잡고, 실행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이 두 가지를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모범생이 되길 원하고, 그 모범생이 되는 길이 요즘의 나에게는 너무 버거운 것이 아닐까.


그래도 한 번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 시작이 참 어렵다. 어려워. 어렵다. 어려워.


핸드폰 30분 이상 안 하기. 정말 어렵다. 통제력을 키우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대학생 때 고3때의 나를 그리워하듯, 셋째 임신한 지금의 나는 열심히 살았던 첫째 임신 때의, 둘째 임신 때의 나를 그리워하고, 그렇게 자꾸 예전의 나의 모습에 대한 환상 속에 살고 있나보다.


이런 스트레스는 정말 이제 그만 받고 싶은데, 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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