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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경 Oct 22. 2024

남겨진 것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취미로 사주를 보는 분을 우연히 만났다. 혹시 전생도 보시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D와 나와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궁금하던 날들이었다. 전생에 끈끈한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혹시 제가 아는 분의 사주를 한번 여쭈어 봐도 될까요. 실은 이미 돌아가신 분이시기는 한데...

네. 생년월일을 알고 계신가요. 

네. 


병원에 보호자의 신분으로 여러 번 가봤기 때문에 생년월일을 알고 있었다. 태어나신 시각 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괜찮다고 했다. 


돌아가실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올해 사주가 굉장히 안 좋긴 하네요. 

그런가요. 그럼 혹시 돌아가실 운명은 아니셨던 건가요. 

그건 알 수 없지요. 


죄책감에 시달리던 날들이었다. 내가 하루만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조금만 더 다정했더라면. 한번 더 손을 잡아주었더라면. 하지만 이제 모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의 가족들은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 서울의 박 선생님과도 연락이 뜸해졌다. 매년 D의 기일이 되면 짧은 안부 문자만 주고받을 뿐이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고 많은 사람은 남겨졌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동안 관심 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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