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슥슥 Oct 05. 2024

찰나의 해프닝



이곳은 학교 도서관. 역시 나는 이곳만 오면 에너지가 충전이 된다. 오늘 할 일은 '투자 영상 시청 후 관리 시트 정돈하기'와 '어제 하던 디자인 업무 보완하기!' 


충분한 수면과 좋아하는 공간에 와서 기분 좋게 체력이 회복된 덕분에 한껏 들떴었는데.... 이 설렘은 잠시뿐, 도착하자마자 아찔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갑자기 학교 와이파이 연결 계정이 달라져 있던 것이다. 이용방법이 담긴 QR코드는 도서관 곳곳에 부착되어 있었지만 졸업생에겐 무용지물이었다. 도서관 홈피에 접속하는 개인 계정으론 연결이 불가했으니까.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알뜰폰을 쓰고 있는 내가 핫스팟 연결로 영상을 시청하기엔 데이터 소진이 걱정스럽고, 그렇다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엔 이곳의 분위기를 포기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오랜만에 홀로 시간을 누릴 생각에 들뜬상태로 싸 온 요깃거리를 우걱우걱 씹으며 첫 단추가 틀어져 버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실감하기도 했고. 





'오히려 좋아' 

하지만 결국 이런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인터넷 연결이 안 될 바엔 가져온 투자 책 읽으며 예행연습을 하면 될 테고, 디자인 업무야 드라이브에 올려놓은 일러스트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될 일이니까(약간의 데이터 소진은 감안해야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노트북을 켰다. 그런데 이게 웬일. 궁리 끝에 마음먹은 내 다짐이 무색하게 기존에 연결해 둔 네트워크에 연결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부채꼴 모양이 원점부터 바깥의 곡선까지 꽈악 채워진 풀가동 상태였다는 이야기다. 허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를 일이지만 뭐 어쨌든 덕분에 무탈하게 브런치에 접속 중이다. 휴대폰의 와이파이는 여전히 먹통이지만, 노트북은 문제없이 잘 가동하고 있다. 즉, 해결할 필요 없는 해프닝인 셈이다. 그럼 이제 진짜 오늘 할 일을 하러 가봐야지. :) 






작가의 이전글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 되풀이한 다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