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연말 정산
믿기지 않는다. 올해가 겨우 하루 남았다. 정말이지 끝자락이다. 이쯤 되면 지나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한 해를 점검해보는 것'
과거에는 다이어리 마지막 페이지에 구구절절 장문으로 그 해 소감을 써놓곤 했는데, 이번해는 (MZ인척) 변화를 주었다. 생산성 앱 '노션'에 쌓아놓은 기록들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2021년
나는 노션에
무엇을 남겼나?
올해 4월부터 독서목록을 만들어 기록하기 시작했다. 독서는 좋아하지만 독서기록은 없는 나의 이상한 읽기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다이어리에 인상 깊은 문구들만 무작위로 써놓던 습관에서 벗어나 계량화 할 수 있도록 노션 앱을 활용했다.
약 9개월 간 총 55권의 책을 펼쳤고, 그중 약 60% 수준인 32권을 완독 했다. 한 달로 따지면 평균 6권 정도의 책을 선택했고 그중 3권을 끝까지 읽은 셈이다. 숫자는 쌓였지만, '꾸준했나'라는 질문에는 사실 자신이 없다. 자책에 빠져 한 달에 한 권도 완독 하지 못한 달도 있었고 이번 달처럼 갑자기 불타올라 8권을 완독 한 달도 있었으니까. (독서에서 완독이 필수적이진 않지만 도장깨기 느낌으로 완독률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독서기록을 막 시작한 단계라 사실 많이 읽었다고 볼 수 없고, 서평 쓰기에도 게을렀다. 그래서인지 올해 나의 독서는 '애피타이저'처럼 느껴진다. 지적 호기심이란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만 충실했으니까.
내년은 완독률을 좀 더 높이고, 작은 분야라도 파고들면서 독서의 (메인디쉬) 맛을 음미해보고 싶다.
처음에는 노션에 일기부터 기록했다. 그러다 티스토리와 네이버 블로그를 같이 병행하게 되었고 어느새 '기록'이 당연해졌다. 네이버 블로그는 일기와 재테크 일지를 쓰는 용도로, 티스토리는 독서 기록과 카카오뷰를 위한 포스팅으로 채워갔다. 여기에 올해 말에는 브런치까지 추가했다.
내 능력에 비해 관리하는 채널이 많다는 것을 알아도 각자 기록 목적이 다르기에 뭐 하나 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채널 욕심을 부린 탓에 (반강제적인) 글쓰기로 올해를 채웠다. 낙서처럼 마구 쓰던 별거 없는 이 삶도 돌이켜보면 시행착오가 참 많았다. 기존에 운영하던 티스토리를 버리고 네이버로 갈아탔다가 기대에 못 미쳐 좌절하기도 했고 노션 앱에 모아둔 일기의 분류가 엉망이라 글감을 찾지 못해 낙담하기도 했다. 켜켜이 글자들은 쌓았지만 문장이 되지 못하고 부실한 골격으로 남은 것 같은 기분. 올해는 이런 찜찜한 감정이 자주 들었다.
나의 기록이 의미 없는 독백처럼 느껴져 실의에 자주 빠지던 날에는 꼭 이런 문장에 시선이 멈췄다.
나의 내일은 오늘 내가 무엇을 읽고
기억하려고 했느냐에 달려있다.
내가 밤에 한 메모,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나의 메모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덧없다 느껴질 때마다 결국 '다시 문장들'에 위로받는 걸 보면 그냥 지지고 볶으며 쓰는 게 나의 운명이려니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어서야 각 채널의 방향성이 조금씩 자리 잡혀 다시 기록 중인 요즘, 쌓은 문장들이 무엇이 될지 모르겠으나 내년도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꾸준히 쓰기란 생각이 든다.
다시 노션 앱을 살폈다. 4월쯤인가 뒤늦게 적어둔 2021년도 연간 목표 4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시도를 하는 삶
찰나를 기록하는 삶
나를 잘 돌보는 삶
월급 외 수익을 달성하는 삶
왜 이렇게 추상적이고 오글거리게 목표를 썼을까 후회를 하면서도 눈알을 굴리며 한해를 되돌아봤다. 퇴근을 하고 하품을 하면서 공모주 매도 후기 포스팅을 썼던 날들과 새로운 팀의 적응이 어려워 집에 돌아와 울면서 심리학 책을 봤던 날들, 그리고 마음이 힘들 때마다 흰 백지에 감정을 토해냈던 날들이 슬그머니 떠오른다.
애초에 정량적인 목표가 아니었기에 완료 여부는 알 수 없으니 그저 위의 기억들로 내가 꿈꾸는 삶에 다가서려 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리 만족스럽진 않지만)
어찌 됐든
21년도 기록하느라 애썼고,
22년도도 마찬가지로 기록하느라 애쓰는 한해이기를 바라며 연말 회고를 마쳐본다.
(22년도 목표는 감상적으로 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