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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슥슥 Feb 15. 2023

뇌 과학 책을 읽고 있다




1. 

뇌 과학 책을 읽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우울할 때의 뇌'를 분석한 책이다. 요즘 나에게 필요했다. 주기적으로 무기력 모드의 버튼이 켜져 행동이 굼떠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욕 충만 → 우울 모드 → 의욕 충만 → 다시 우울 모드. 아무리 벗어내려 해도 도돌이표처럼 이 패턴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끈질긴 악습을 끊어내려면 도대체 내 머릿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도서관에서 총 3권을 빌렸는데, 이제 두 번째 책을 읽고 나니 이제 어렴풋 짐작이 된다. 나는 여태 '우울한 뇌'가 좋아하는 조건 속에 있었다는 것을.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생각을 너무 오래 반추했고, 몸을 덜 움직였으며 수면 습관이 일정치 않았다. 주체성이 적었던 유년 시절의 경험과 유년적 요인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겨우 책 3권을 읽는다고 해서 생활환경이 바로 바뀌진 않겠지만 사고의 구조나 내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어떤 안정감을 느꼈다. 나 자신과 거리를 둔 느낌이랄까. 물론 부정적 감정과 생각에 매몰되었을 때 독서의 효과가 발휘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상황을 해석할 때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 머릿속 뇌의 문제'로 축소하여 바라볼 생각이다. 

우울에 익숙한 내 뇌와 거리 두기. 조금씩 연습해 보자. 







2. 

오전 독서를 마치고 산책을 다녀왔다. 집 근처 개운산에 마련된 운동장을 몇 바퀴 도니 어느새 8 천보가 넘어있었다.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정오의 말간 햇살까지 흡수하니 더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몸속에 들어온 맑음 덕분인지 내 삶에 대한 통제감까지 상승한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신나게 걸으며 나는 이 문장에 빠져 있었다.






 홈쇼핑 업계로 돌아가지 말자. 늦더라도 결에 맞는 일을 천천히 찾자. 

오래 고민했고 하고 싶은 것들을 깨알같이 적어두고 퇴사를 했는데, 막상 회사를 나오고 나니 오히려 욕심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놀랍게도, 충분히 자고 직접 끼니를 챙기고 읽고 싶은 책을 보다 끄적거리며 하루를 보내는 일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런 일상이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해도 괜찮다고 여겨질 정도다. 나에게 맞는 자유를 값을 치르고 구매한 거나 다름없다. 






물론 돈이 곧 힘이자 안정감을 준다는 것에는 나도 격하게 공감한다. 1년간 예산 안에서 움직인다 해도 지금처럼 여유만 누리는 생활을 고집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번 해는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오로지 돈벌이로서 버텼던 과거 직업을 힘겹게 내려놓았고, 다시 생각해도 돌아가고 싶진 않으니 당시의 수입만큼 벌겠다는 마음은 버렸다는 의미다. 






우선은 나에게 맞는 근무 조건과 흥미가 가는 업계 파악이 먼저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우선 혼자 일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 다음 달부터 출판 디자인 수업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사실 어떤 전망성을 기대하는 건 아니고 그저 글과 연동할 수 있는 분야라서 그리고 프리랜서에게는 텍스트든 이미지든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에 시도해 보기로 했다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낯선 산업에서 새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게 내가 앞으로 감수해야 할 냉혹한 현실이지만 집에서 일하고 있는 40대의 나를 상상하며 한 번 부딪쳐보려 한다. 올해는 많이 벌기보다 잘하고 싶은 영역을 발견하고 전향에 성공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읽은 뇌 과학 책에서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하나의 길을 정해 가다가 경로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다르다. 
처음에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여전히 당신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
      ㅡ <우울할 땐 뇌과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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