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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Nov 02. 2020

돈의 속성

빨리 부자가 되려면, 빨리 부자가 되려 하면 안 된다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겠다고 관련 서적을 공부하듯 읽기 시작했다.『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등의 경제 서적, 『부의 추월차선(The Millionaire Fastlane)』과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같이 부를 얻기 위한 태도와 감각을 담은 책을 읽었고, 작가의 성공과 실패담을 쓴 『킵고잉』 도 봤다. (참고로 유튜버 신사임당이 쓴『킵고잉』은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유튜브 영상은 잘 보고 있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금융 신생아로서 논하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 중 『돈의 속성』이 단연코 최고다. 단순한 경제 지식을 담거나(『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이렇게 하면 돈 벌 수 있다는 재테크 기법을 전하는(『킵고잉』) 책이 아니다. '돈'을 말하는 책이지만 '인생'을 이야기한다. 김승호 회장의 인생 철학이 담긴 글을 읽으며 역시 어느 분야에서든 경지에 오르면 수렴한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등산로를 통해 산을 오르든 산 정상에서는 만나게 되는 것처럼. 


담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 추리고 추려서 올린다.


김승호 회장은 '돈은 인격체다'고 말한다. 

돈은 감정을 가진 실체라서 사랑하되 지나치면 안 되고 품을 때 품더라도 가야 할 땐 보내줘야 하며, 절대로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 다행히 돈은 뒤끝이 없어서 과거 행동에 상관없이 오늘부터 자신을 존중해주면 모든 것을 잊고 당신을 존중해줄 것이다. 

돈에 관심이 없고 등한시한 사람으로서 뜨끔했다. 같은 맥락에서 누군가가 불행해져야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에 다니던 제욱 씨는 어느 날 자식 없는 큰아버지로부터 100억 원이라는 거금을 상속받았다. 이제 부자로 살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유서를 자세히 읽어보니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 첫째, 유산을 한 푼도 잃으면 안 된다. 둘째, 연간 물가상승률은 이익에서 제한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100억 원을 정기예금에 넣었을 때를 가정하면 연 이자가 8,00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중 세금을 제하면 6,768만 원, 거기에 물가상승 분인 4,000만 원을 제하면 2,768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 월 230만 원.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거금이라고 생각하는 100억 원도 손실 없이 일정한 소득을 만들려고 하면 생각보다 적은 돈이라는 점, 그리고..

반대로 말하면 나에게 276만 원의 정기적인 수입이 있다면 100억 원을 가진 자산가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기적이고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보통 그 액수의 100배 규모 자산의 힘과 같다.

돈 공부를 하면서 '근로소득으로는 답이 없네'라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반대로 다달이 들어오는 돈의 힘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물론 근로소득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이 책에도 나온다. 직장인이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소개하는데, 첫 번째는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임원이 되는 것(그러려면 사장의 마인드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월급을 똑똑하게 투자하는 것.


부자의 정의는 『부의 추월차선』과 비슷하다. 

결국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시골의 작은 집에 살아도 자기 집이 있고 비근로 소득이 동네 평균보다 높고 그 수입에 만족하면 이미 부자다.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의미는 두 가지다. 내 몸이 노동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도 수입이 나오고 내 정신과 생각이 자유로워서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한다. 

『부의 추월차선』에서도 수입이 아무리 많아도 본인이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입이면 부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김승호 회장은 '부의 속성'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 열심히 산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자산이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투자나 시장의 돈이 움직이는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 돈을 많이 번다고 부자가 되지도 못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을 잘 관리해야 한다. 

- 부자가 된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지킬 것이 많아져 불안하고 걱정이 많아진다. 더 큰 부자를 보면 초라해지고 가난한 사람을 보면 한숨이 난다. 가족은 돈을 쓸 때만 모이고 친척들은 갚지도 못할 돈을 빌려달라 떼를 쓴다. 

- 부는 삶의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도구가 족적을 해하지 않게 하려면 돈을 사랑하고 돈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돈이 목적이 되는 순간, 모든 가치 기준이 돈으로 바뀌고 집안의 주인이 된 돈은 결국 사람을 부리기 시작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을 사람에 적용하는 방식 또한 신선했다. 주당 시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 PER인데, 값이 높으면 주당이익보다 주가가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뜻이고 PER이 높다는 건 회사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 있다는 의미로 성장성과 지속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자신의 일이나 사업에 적용해 보라고 한다. 수입의 발생 근원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할 것인가에 따라 PER이 높아지는 것이다. 고액연봉자로 여겨지는 의사, 변호사, 연예인, 운동선수 같은 직업의 PER은 매우 낮거나 0에 가깝다고 한다. 특정인의 영향력이 사라지면 수입도 함께 사라지므로.

자신의 직업이나 사업에 PER가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PER가 높은 쪽으로 본인의 수입을 옮겨놓아야 한다. 연간 1억 원을 버는 학원 원장님은 1억이 자기 수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 만약 몇 년을 모아 오피스텔을 하나 사고 50만 원의 임대를 받게 된다면 그 50만 원이 온전한 PER이자 살아있는 진짜 자기 수입이다. 


마지막으로 김승호 회장의 투자 철학을 소개하고 싶다. 돈에 대입했을 뿐, 인생 철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머리는 시원하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두고, 배는 가득 채우지 말고 조금 부족한 듯 채우라는 말을 '두량 족난 복팔분'이라고 한다. 이 말은 나의 투자 철학이기도 하다. (...)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현장에 다녀보고 알아보고 공부해야 한다. 돈을 쓸 때는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한 후에 지출한다. 투자를 할 때는 게걸스럽게 욕심내지 않고 배가 부르기 전에 일어서는 것이 윤택한 삶을 가장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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