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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Oct 09. 2020

부의 추월차선

The Millionaire Fastlane


나는 내 월급이 얼마인지 며칠에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월급이 잘 들어왔나 확인하지도 않는다. 이런 얘기를 하면 처음에는 에이 설마.. 하는 반응이다. 그러다 ATM기를 써본 적이 없고(현금 인출 카드가 없다) 공인인증서가 없어 입금하려면 엄마 찬스를 써야 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황당해한다.


이런 게 부끄러운 거라는 걸, 그리고 나같은 사람을 금융 문맹이라고 부른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지금까지는 내 인생에서 우선순위가 돈이 아니라 그런 거고, 그냥 내가 돈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합리화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돈을 모르는 건 진짜 문맹의 일종이라는 걸 인정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돈 공부. 마인드셋부터 잡고자 옛날 책이지만 『부의 추월차선(The Millionaire Fastlane)』을 집어들었다. 영문 원서와 번역본을 둘 다 빌려서 봤는데 번역본에는 빠진 내용이 아주 많다. 분량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 건지 많은 사례가 빠졌고 내용 자체가 삭제된 챕터들도 꽤 있어 구글 문서로는 영문판으로 정리를 했는데 여기에는 번역본에서 발췌해서 적으려고 한다.


내용이 상당히 많은 책인데 한 줄 요약은 근로소득으로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 평생 회사만 다닌 나같은 사람에게 뼈를 때리는 말이지만 책을 읽어보면 공감이 많이 간다. 반면, 너무 백만장자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 적당히 안락한 생활이 목표인 사람에게는 써먹기 어려운 내용이다. 예를 들어, 연봉이 아무리 높더라도 자기가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부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 의사 등의 직업은 추월차선이 될 수 없다. 하루 매출 5백만원이 훌쩍 넘는 식당 주인도 매일 매장에서 일해야 한다면 마찬가지다. 부의 추월차선은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돈이 생성되는 돈나무(Money Tree)를 만드는 과정이다.


저자는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면 부자 된다는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천천히 부자 되기'는 가망이 없다고. 평생을 힘들게 일하고 70세에 부자로 은퇴하는 게 인생이냐고 말한다. 그렇다고 단번에 부자가 되는 일확천금을 노리라는 말도 아니다.


부를 얻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다.
부자가 되는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과정 즉, 도전과 위험, 노력과 희생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존재한다. 과정을 건너뛰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부는 3F - 가족(Family), 신체(Fitness), 그리고 자유(Freedom)를 말한다. (...) 부란 공동체적 삶이자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 건강, 활기, 열정, 그리고 끝없는 에너지가 곧 부다. (...) 부는 곧 자유와 선택이다. 인생을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자유다. 무엇보다 원하는 인생을 살아갈 자유다.

그리고 번역본에는 없는 부분 중에..

Wealth isn't embodied in a car but in the freedom to know that you can buy it.

부는 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차를 살 수 있다는 자유다.


저자는 부의 3F 중에서 자유(Freedom)을 강조한다. 돈이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지만 자유가 있어야 건강과 관계를 지킬 수 있고 부가 그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Money can't buy happiness, but it can make you awfully comfortable while you're being miserable.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불행할 때 편안하게 지낼 수는 있게 해준다. 이 말이 정말 와닿았다. 돈이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돈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괴로움은 면할 수 있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사업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 사업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추월차선을 탈 수 있는 사업이 충족시켜야 하는 추월차선 5계명을 제시한다. 욕구(Need), 진입(Entry), 통제(Control), 규모(Scale), 시간(Time).

절대로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하지 마라. 돈을 좇는 것을 그만두고 욕구를 좇기 시작하라. 
People negotiate with “do what you love” into an alternative, or a derivative. While derivatives of “do what you love” might yield a figment of happiness, they operate in saturated marketplaces and, more importantly, they could jeopardize your natural love for the activity.

저자는 특히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에 반기를 든다. 그 좋아하는 일이 1)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2)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경우여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걸 수입으로 연결시키려고 하는데, 어느 정도 행복을 줄 수는 있지만 보통은 이미 포화된 시장이거나(내가 좋아하는 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확률이 높으니까) 돈벌이가 되면서 그게 싫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던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과연 그게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부를 가져올 선택을 했다면 지금 오히려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었을까?


추월차선 5계명을 충족시키는 '세 개의 고속도로'는 1)인터넷 2)혁신 3)의도적인 되풀이. 혁신이라고 해서 꼭 무언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낡고 진부한 것을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것은 혁신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것을 유통해서 판매하는 단계도 중요하다. 3)의도적인 되풀이는 추월차선 5계명 중 규모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을 추월차선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컨셉이나 브랜드, 시스템을 반복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하고 있다'는 것은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처럼 보이는 터무니없는 환상일 뿐이다. 누군가는 항상 이미 그것을 하고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문제는 '당신이 더 잘할 수 있는가'다. (...)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사람은 아이디어의 주인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소유한다. (...) 실행은 노력, 희생, 절제, 인내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아이디어는 사건일 뿐이다.
아이디어를 판단하고 배심하는 궁극적 주체는 세상과 세상을 떠받드는 시장이다. (...)세상은 항상 당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말해준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고객 지원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고객을 기대 이상으로 충족시키면 단골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소문을 내는 공짜 인력을 얻는 셈이 된다. 


회사 규모를 실제보다 커보이게 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사람들은 큰 사업체로부터 우수한 고객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더 감동하게 되고 동시에 경쟁업체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먹어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행에 있어 브랜드 구축과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If you have an OK product (a weak knight), poor customer service (drunk bishops), and incompetent people (a castle full of idiots), you can survive with a powerful queen (awesome marketing).

제품, 고객 서비스, 인력 세 가지에서 남들보다 뛰어날 자신이 없다면 마케팅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설정해 튀어야 한다고 말하며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Polarize, 2) Be risque, 3) Arouse emotions, 4) Encourage interaction,

5) Be unconventional (한국어판에는 없는 내용이다). 극단적인 시각을 제시해 시선을 끌거나(특히 책이나 웹사이트 홍보용으로 추천), 수위가 높은 콘텐츠를 추가하거나, 잠재고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방법, 상식을 깨는 방법을 말한다. 관심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내가 뭘 얻어갈 수 있는지(What's In It For Me?)"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내용을 실행에 옮기는 날이 올 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고 내가 가져보지 못한 시선을 배우게 된 점에서 도움이 됐다. 금융 문맹으로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책이라 시험공부 하듯이 읽어야 했지만.. 

영문판으로 읽은 내용을 정리한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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