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개봉한 전편에 이어 다시 한 번 놀라운 상상력으로 우리 마음 속 감정을 표현한 인사이드 아웃2. 이번에는 사춘기를 맞이하는 라일리(Riley)가 겪는 변화를 그렸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과정을 참 실감나게 그렸는데, 예고 없이 갑자기 컨트롤 타워에 인부들이 들이닥쳐 아수라장을 만들어놓더니 마무리도 하지 않은 채 나중에 마무리하겠다며 엉망진창인 상태로 떠나버린 것. 그 후, 평소대로 콘솔을 조작하니 버튼을 아주 살짝 눌렀는데도 라일리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뭐든 크게 다가오고 오버하게 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재밌게 표현했다.
속편에는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한다.
불안(Anxiety), 부럽(Envy), 따분(Ennui), 당황(Embarrassment). 이 중 '당황'은 Embarrassment를 정확히 표현한다고 하기 어려운데 "I'm embarrassed"라고 하면 "나 당황했어"라기보단 "아 쪽팔려"에 더 가깝다. "창피함"이 좀더 가까운 표현일 것 같지만 단순 자막도 아니고 번역자가 고심 끝에 정한 거라 짐작한다.
기존에 있던 감정들인데, Disgust를 '까칠'로 번역했다는 걸 이번에 우연히 검색하다 알게 됐다(두 편 다 한국에서 보지 않아서). 마찬가지로 Disgust가 갖고 있는 혐오, 경멸의 감정과는 거리가 있는데, 한국어로 적당한 게 없어서 '까칠'로 간 것 같다. 반면 Anger를 '분노' '화'가 아닌 '버럭'으로 한 건 캐릭터라는 점에서 재밌게 잘 풀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매일밤 감정들은 그날의 기억을 정리하며 이불킥을 불러오는 잊고 싶은 기억을 의식 저편(back of mind)으로 날려버린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꼭꼭 숨기고 어느 순간 무의식에만 남아 정말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를 잘 그려냈다.) 그리고 나머지를 장기 기억(long term memory)로 보내고 기억들 중 중요한 것들을 선별해 라일리의 자아(sense of self)를 형성하는 곳을 직접 운반한다.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기억을 솎아내고 정리하는 과정을 잘 형상화한 부분이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라일리는 친한 친구들과 다른 학교로 배정되고 아이스하키 팀에 선발돼야 한다는 압박감에 심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불안'이 장악한 라일리의 머릿속은 아수라장이 된다. 결국 라일리 잘 되라고 하는 일들이지만 경기 전날 밤잠 이루지 못하고 잘못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그려보며 괴로워한다거나, 경기 중 불안감이 극도로 치솟아 패닉이 온다거나 하는 장면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와닿았다.
'기쁨'이 주도할 때 라일리의 자아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I'm a good person)'이었지만 '불안'이 장악한 후에는 '난 아직 부족해(I'm not good enough)'로 변했다.
그러다 패닉이 오고 자아가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난 착해(I'm nice), 난 못됐어(I'm mean), 난 좋은 친구야(I'm a good friend), 난 나쁜 친구야(I'm a terrible friend) 등 상반되는 자아가 수없이 교차하며 라일리가 겪는 괴로움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고통스럽게 깜박이는 라일리의 자아를 보면서 너무 안쓰러워 안아주고 싶었는데 '기쁨'이 먼저 달려가 안아주고는 다른 감정들도 우르르 와서 껴안아줘서 뭉클했다.
라일리의 자아를 찾아 떠났던 감정들이 본부로 돌아오려는 과정에서 멀리 보내버렸던 '이불킥 기억들'이 쏟아져 내리며 라일리의 자아를 함께 형성하게 되는데, 살아온 경험 하나하나가 신념(core belief)을 만들고, 그 기억들이 좋지만은 않더라도 그 모든 경험이, 신념이 모여 결국 자아가 된다는 메시지다.
1편이 '기쁨'뿐 아니라 '슬픔'도 꼭 느껴야 하는 소중한 감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면 2편에서는 사춘기를 겪는 라일리를 통해 '불안'을 느끼는 것도 정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너무 잘 표현해서 보기에 괴로울 정도였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위안 삼으며... 3편이 기대되는 인사이드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