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경영하기
김호 대표가『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에서 추천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책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로 2020년 초 항암치료를 받다 사망하기 전까지 여러 경영서를 남긴 저자이기도 한데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리스텐슨 교수의 다른 책도 모두 읽고 싶어졌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는 크리스텐슨 교수의 하버드경영대학원 강의 마지막 시간에 다루는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데 유용한 이론을 담았다. 이런 주제의 다른 책에도 나올 수 있는 내용일 수 있으나 저자의 전문 분야인 기업과 경영에 빗대어 설명하는 게 신선하다. 직장인으로서 일을 하면서는 분명 세심하게 계획하고 전략을 세우면서 더 중요한 나의 삶에 있어서는 왜 그러지 않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책에서는 인생을 크게 사회생활(career)과 관계(relationship)로 나눠 이야기한다. 밑줄 치고 싶었던 부분을 공유한다. (영문으로 읽었지만 인용은 번역본을 활용했다. 아쉽게도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자체 번역하기도 했다.)
위생 요인과 동기부여 요인
먼저 나에게 맞는 일 또는 직장을 찾는 법을 이야기하며 프레데릭 허즈버그(Frederick Herzberg)의 이론을 소개한다. 허즈버그에 따르면 일에 대한 만족감은 하나의 스펙트럼이 아니라 만족과 불만을 야기하는 별도의 기준이 있다고 주장한다. 불만을 야기하는 위생 요인(hygiene factor)에는 지위, 보상, 고용 안정, 직무 조건, 회사 정책, 감독 관행 등이 있다. 여기서 저자는 보상이 위생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니까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그 일을 좋아할 수는 없다. 그저 그 일을 싫어하지 않게 될 뿐이다. 일에 대한 만족을 가져올 수 있는 동기부여 요인(motivators)은 도전적인 일, 인정, 책임, 개인적 성장이다.
The opposite of job dissatisfaction isn't job satisfaction, but rather an absence of job dissatisfaction.
직무 불만족의 반대는 직무 만족이 아니라 직무 불만족의 부재이다.
저자는 누군가를 돕는 걸 직업으로 하고 싶다면 사회학 같은 걸 전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직장에서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누군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는다. 누군가의 하루 일과가 동기부여 요인으로 가득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If done well, management is among the most noble of professions. You are in a position where you have eight or ten hours every day from every person who works for you. You have the opportunity to frame each person's work so that, at the end of every day, your employees will go home feeling like Diana felt on her good day: living a life filled with motivators.
관리자는 제대로만 한다면 가장 고귀한 직업일 수도 있다. 직원 한 명 한 명으로부터 매일 8-10시간을 부여 받는다. 모두가 동기부여 요인으로 가득한 하루 일과를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 중 관리자로서의 보람이 가장 큰 사람으로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게 됐다. 매니저에 따라 팀원들의 회사생활은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기에..
의도적 전략(Deliberate strategy)과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
인생은 물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저자는 기존에 세운 계획을 고집하는 거야말로 실패하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기회가 왔을 때 기존 코스를 벗어나는 게 더 나은 전략일 때가 있다며 혼다가 대형 오토바이 시장을 공략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저비용 소형 오토바이 판매로 전략을 전환한 사례를 든다.
Strategy - whether in companies or in life - is created through hundreds of everyday decisions about how you spend your time. With every moment of your time, every decision about how you spend your energy and your money, you are making a statement about what really matters to you.
기업에서든 인생에서든, 전략은 시간, 에너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내리는 수많은 결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 결정들이 우리의 우선순위를 말해준다.
관계에서 행복 찾기
This may sound counterintuitive, but I deeply believe that the path to happiness in a relationship is not just about finding someone who you think is going to make you happy. Rather, the reverse is equally true: the path to happiness is about finding someone who you want to make happy, someone whose happiness is worth devoting yourself to.
모순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행복한 관계를 맺는 방법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내가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맞는 말이다. 누군가의 미소를 보는 게 행복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면 내가 더 좋다면 그 관계야말로 나에게 최고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관계지 않을까. 저자는 젊은 시절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이야기를 하며 그 일이 쉬워서, 또는 재밌어서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헌신했기에) 마음에 남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더 나아가 관계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배우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 셋을 키우는 스캇과 바바라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스캇은 저녁 식사 준비는 커녕 아침 식사 설거지도 되어 있지 않은 광경을 보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을 아내를 위해 주방을 정리하고 음식을 한다. 아이들을 먹이고 아내가 어쩌고 있는지 방으로 가보니 집안일을 해치운 데 고마워하기는 커녕 바바라는 화가 나 있었다. 하루종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집에 와서 자기를 거들떠 보지도 않을 수 있냐고.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한 스캇은 황당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바바라가 원했던 건 집안일을 해주는 게 아니라 힘들었던 하루를 위로해주는 것이었다는 걸.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특히 가족)을 위한다며 수많은 일을 한다. 그런데 종종 상대방이 진정 원했던 건 그게 아닌 경우가 수두룩하다. (어쨌든 우리집은 그렇다.)
아웃소싱의 위험
이 책에서는 아이를 양육하는 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할 테니. 지금 내 인생에 육아는 없지만 역시나 경영에 빗대어 설명하는 부분이 공감이 갔다. 저자는 기업의 능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자원, 프로세스, 우선순위 이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고 말한다. 자원(resources)이 가장 가시적이며 사람, 장비, 기술, 제품 설계, 브랜드, 정보, 현금, 파트너 및 고객과의 관계를 포함한다. 직원들은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로 만드는데 프로세스(process)는 직원들이 소통하고 조율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말한다. 제품 개발, 시장 조사, 예산 편성, 직원 계발, 보상, 자원 할당 등이 포함된다. 우선순위(priorities)는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을 정의한다. 투자 대상과 업무 처리 방식을 결정한다.
이러한 요소가 아이에게도 주어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아이를 비싼 학교에 보낼 수 있지만(자원), 아이가 스스로 능력을 키우게 해주는 것(프로세스)과는 다를 수 있다. 델(Dell)이 아수스(Asus)에 제품 제조 업무를 조금씩 아웃소싱하며 결국 스스로 제조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경우를 예로 들며 아이의 미래를 아웃소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기업에서나 가정에서나 일상의 사소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화를 만들어낸다. 직원과 아이들은 결정 하나하나를 통해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프로세스가 무엇인지를 배워나가게 된다.
한계적 사고(Marginal thinking)
넷플릭스(Netflix)가 처음 DVD 배송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그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 이면에는 한계적 사고가 있었다. 블록버스터의 기존 DVD 매장 대여 사업의 이윤이 훨씬 컸으며 배송 대여 서비스에 들어가는 한계비용 대비 한계수입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한계적 사고의 한계가 나온다. 시장이 바뀌고 소비자의 행태가 바뀔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Because failure is often at the end of a path of marginal thinking, we end up paying for the full cost of our decisions, not the marginal costs, whether we like it or not.
한계적 사고의 끝에는 실패가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그때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한계비용이 아니라 전체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하게 된다.
저자는 이 한계적 사고의 문제를 개인의 삶에 적용시킨다. 우리는 우리가 세운 원칙이나 철학에 반하는 유혹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이번 한 번만"하는 한계적 사고로 접근한다면 결국 끝에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If you give in to "just this once," based on a marginal-cost analysis, you'll regret where you end up. That's the lesson I learned: it's easier to hold to your principles 100 percent of the time than it is to hold to them 98 percent of the time.
한계비용 분석을 근거로 "이번 한 번만"이라는 유혹에 굴복한다면 후회할 것이다. 내가 세운 원칙을 100% 지키는 게 98% 지키는 것보다 쉽다는 걸 배웠다.
인생의 목적
마지막으로 삶의 목적을 정의하라고 조언한다. 기업의 목적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원하는 모습(likeness)"- 이 길의 끝에 어떤 모습이 되기를 바라는지, 둘째, 목적을 향한 "헌신(commitment)", 셋째,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기준(metrics)"다. 그 요소가 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Decide what you stand for. And then stand for it all the time.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결정하고 그것을 언제나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