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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Feb 28. 2021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FBI 설득의 심리학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Never Split the Difference)』는 FBI 인질 협상 담당자(hostage negotiator) 출신 크리스 보스(Chris Voss)가 터득한 협상 기술을 담은 책이다.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인질극 경험담과 그로부터 확인한 인간 심리와 협상 기술을 활용하는 법을 적었다. 


여느 자기계발서가 그렇듯, 책에서 소개한 협상 기술을 일상에서 활용하려면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건 물론이고, 사회문화적인 차이도 무시할 수 없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지만, 실제 경험을 담은 에피소드들이 재밌다. (영문으로 읽었고 번역서를 손에 넣을 수 없어 번역은 내 맘대로 쓴다.)


공감(empathy)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의견은 다르지만 입장은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고 있다는 걸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다. 


저자는 협상이나 설득이 필요한 상황에서 Accusation Audit(비난 심사)이라는 걸 추천한다. 상대가 나에 대해, 혹은 상황에 대해 갖고 있는 최악의 의견을 처음부터 공개하고 상대의 우려와 두려움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법정에서 변호사가 피고인이 기소된 혐의를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변론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과 같이 변명으로 시작하는 건 역효과를 낳는다. 


Anna는 정부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도움을 준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정부 측 조건이 바뀌며 수익이 줄어들고 하청업체에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Anna는 하청업체와의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 회의를 하면서 우리가 갑질을 하는 대기업이라고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이 계약을 따내는 데 여러분이 큰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로 불공정하게 계약 조건을 바꿨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마땅히 여러분에게 돌아가야 할 걸 빼앗는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청업체에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말할 기회를 준다. 그 과정에서 하청업체의 입장에 귀기울이고 이해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동시에 정부 측 조건이 바뀌면서 Anna의 회사도 적자의 상황에 처했다는 걸 자료를 들어 보여준다. 정부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하청업체에게 이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지 묻는다.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그들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일방적인 계약 통보가 아닌, 함께 계약을 수정하게 한 것이다. 


만석인 항공편에 탑승권을 얻고 업그레이드까지 받게 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Ryan은 중요한 계약을 따내기 위해 발티모어에서 오스틴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악천후로 결항과 지연이 이어졌고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마지막 비행기 출발 시각 30분 전에 달라스 공항의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많은 여행객의 여정이 변경됐기 때문에 이 항공기 역시 만석이었다. Ryan 바로 앞의 커플은 게이트 직원에게 화를 내다가 가버린 상황이다. 

"저 분들 화가 많이 났네요."
"연결편을 놓쳤대요. 날씨 때문에 그런 분들이 많아요."
"날씨요?" 미러링(mirroring)을 하며 공항 직원이 상황을 설명하게 한다.
"힘든 하루였겠네요."
"화난 승객이 많죠. 그 대상이 되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해합니다. 중요한 경기를 보기 위해 오스틴에 가려는 사람들이죠."
"중요한 경기요?"
"미식축구 경기 때문에 오스틴행 항공편은 전부 만석이에요."
"전부 만석이요?" 미러링과 상대의 감정을 명명(label)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야 자신의 요청을 꺼낸다.
"힘든 하루 보내고 계시네요. 저도 연결편을 놓친 상황이에요. 이 항공편도 만석인 것 같지만 혹시 누군가 제때 도착을 못해 자리가 생길 수 있을까요?"

공항 직원은 잠시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연결편 출발 시각보다 늦게 도착하게 된 승객들이 있다며 업그레이드 좌석 탑승권을 건낸다.


공감을 활용하는 방법:

- 상대방의 마지막 세 단어를 똑같이 말해준다(mirroring). 사람은 자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에게 끌린다. 상대방의 말을 되풀이함으로써 가까워질 수 있다.

- 'No(아니요)'를 이끌어내라. 사람은 '아니요'라고 말할 때 안도감과 통제력을 느낀다. 거절을 일단 듣고 그 다음에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열기 쉽다. 

- 'That's right(맞아)'과 'You're right(네 말이 맞아)'는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네 말이 맞다고 치고 그만 하자의 취지인 경우가 많아 협상이나 설득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협상의 돌파구가 되는 건 전자인 'That's right'이다. '내 말이 그 말이야!'


비합리성(Irrationality)

저자는 우리가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이유를 설명하는 최고의 이론으로 'Prospect Theory(전망 이론)'를 꼽는다. Prospect Theory는 기대효용이 낮더라도 확실성이 높은 대안을 선호하는 'Certainty Effect(확실성 효과)'와 이익을 얻기 위해서보다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Loss Aversion(손실 회피)'을 말한다.


이를 기반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설득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상대의 감정을 손실에 대비하도록 한다 
- 협상이 성공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강조하는 것보다 결렬됐을 경우 입게 될 손해를 각인시킨다.

2) 상대가 먼저 제시하도록 한다 
- 명확한 시장가격이 있지 않은 경우 상대가 먼저 가격을 제안하도록 하는 게 유리하다.

3) 가격을 제안할 때는 범위를 제시한다 
- 범위를 제안하면 합리적인 인상을 줄 수 있고 범위의 저점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4) 비금전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 상대에게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혜택을 요구하거나 나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상대에게 의미가 있는 조건을 제안한다.

5) 협상에 유리한 숫자를 제시한다 
- 0으로 딱 떨어지는 숫자가 아닌 구체적인 계산에 의해 나온 듯한 숫자를 제시한다.

6) 깜짝 선물을 준비한다
- 상대방이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수 있다.


통제력(Control)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중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건 듣는 사람이다. 'Calibrated questions(교정 질문)'으로 상대방이 통제력을 가진 듯한 느낌을 주면서 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낸다. Calibrated questions는 상대가 예/아니요로 답할 수 없는 개방형 질문으로 'what(무엇을)'과 'how(어떻게)'로 시작하는 질문을 말한다. 당면한 문제를 상대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함으로써 통제권을 가졌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 What about this is important to you? (이 일의 어떤 점이 중요한가요?)
- How can I help to make this better for us? (제가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요?)
- How would you like me to proceed? (제가 어떻게 진행하길 바라시나요?)
- What is it that brought us into this situation? (무엇 때문에 이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까요?)
- How can we solve this problem?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 What's the objective? What are we trying to accomplish here? (목적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 How am I supposed to do that? (제가 그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그 밖에 나오는 협상 기술을 적어본다.


진짜 'Yes' 확인하는 법

상대방이 'Yes'라고 말한다고 항상 일이 진행되는 건 아니다. 대화를 얼른 끝내고 싶어 'Yes'라고 말하고 나중에 딴소리 하는 경우도 많다. 'Yes'에는 counterfeit(허위), confirmation(확인), commitment(약속) 세 가지의 의미가 있다. commitment의 'Yes'를 확인하기 위해 세 번 확인한다. 

상대가 동의하거나 약속을 하면 그것이 첫 번째가 된다. 두 번째로 상대가 말한 내용을 명명하거나 요약해서 “That's right”을 이끌어낸다. 세 번째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하죠?”와 같이 상대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설명하도록 유도하는, 실행과 관련된 교정 질문을 활용한다. 또는 “당신이 직면했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지금 봉착한 난관은 무엇입니까? 가장 극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와 같이 동일한 교정 질문을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식으로 풀어서 던질 수도 있다.


Ackerman bargaining(애커먼 모형)

가격 협상에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다.

1) 목표 가격을 설정한다
2) 첫 번째 제안을 목표 가격의 65%로 설정한다
3) 인상폭을 감소하며 세 번에 걸쳐 가격을 계산한다 (85%, 95%, 100%)
4) 제안가를 추가로 내놓기 전에 상대가 역제안을 하도록 공감 또는 다양한 방법으로 'No'를 말하는 기법을 활용한다
5) 최종 제안을 할 때는 딱 떨어지지 않는 구체적인 숫자를 사용한다
6) 최종 금액을 제안할 때 이게 한계라는 표시로 비금전적 항목을 덧붙인다


BATNA(배트나)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는 협상에 의한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남은 대안 중 최선을 의미하며 협상 전략에서 중요한 정보로 쓰인다. 하지만 저자는 BATNA를 염두에 두는 순간 오히려 그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낮은 목표를 잡게 된다며 목표 설정을 할 때 최선과 최악의 상황을 충분히 생각은 하지만 최선의 상황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라고 말한다. 최고 목표를 세우고 그 이하는 손실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협상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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