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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Jan 10. 2021

코로나 수도 런던으로

두 번째 시도

영국이 코로나 확산에서 세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월 8일 신규 확진자 68,053명, 사망자 1,325명으로 다시금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런던은 30명 중 1명이 감염되었다고 한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우리로 치면 비상사태에 해당하는 Major Incident(중대 사건)를 선포했다. 


안 그래도 돌아가는 게 심란하던 차에 어제(1월 8일) 영국 정부는 모든 해외입국자의 코로나 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시행일자를 모호하게 다음 주(next week)라고만 명시했다. 구글 검색결과 페이지를 수없이 새로고침하며 보다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려 했지만 기사는 제각각이었다. "next week"이라는 말만으로 1월 11일 월요일부터라고 쓴 기사에서부터, 그랜트 샵스(Grant Shapps) 영국 교통부장관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probably wednesday or thursday"라는 말을 인용하며 1월 14일이나 15일부터라고 적은 기사도 있었다. 대부분은 정부 발표 그대로 "다음 주"라고만 적었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영국이 오히려 안전한 나라에서 들어오는 해외 입국자에게 음성 확인서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었지만, 방역을 위해서는 이해할 수 있는 조치다. 문제는 72시간 이내 검사 결과를 제출하라면서 금요일에 발표하고 당장 월요일부터 적용하는 게 가능한가. 주 중반쯤부터 시행할 생각이라면 왜 명확하게 시행일자를 명시하지 않는가. 코로나 사태 이후 영국 정부와 영국인들의 대처에 헛웃음이 난 적은 셀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영국이라 '으이그~'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런데 이쯤 되니 나의 맹목적인 사랑을 어디까지 시험하려 하나 싶다.


출국(1월 11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밤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 영사관에 전화해보니 영국 정부의 발표만 확인해줄 뿐이었다. 대한항공에 문의하니 당장 월요일 출발편부터 코로나 검사 결과지를 확인한다고 답변을 들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승객을 실어날랐다가 입국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골치 아프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듯했고, 이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조치다. 


결국 출국일자를 15일 금요일로 바꿨다. 주말이라 검사를 바로 할 수도 없고, 런던 직항은 이제 주3회뿐이다. 이미 183일 이상 한국에 머무르면서 더 이상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미 1월 11일까지 낸 휴가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을 매니저에게 설명했다. 연말휴가에서 다들 복귀해 이제 일을 시작하는 시점인데 팀에게도 피해를 주게 생겼다. 눈치가 보여 아무래도 슬쩍슬쩍 일을 할 생각이다. 막판에 체크인 날짜를 변경해야 하니 에어비앤비 호스트한테도 민폐다. 


월요일이 되면 보건소와 선별진료소가 있는 안심병원에 전화를 돌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과 영문 확인서 발급이 가능한지를 문의해야 한다. 결과가 또 너무 빨리 나오면 곤란하니까. 

 

휴.. 2021년이 나의 지독한 영국 사랑에 마침표를 찍는 해가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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