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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Jan 29. 2021

런던에서 집 구하기 II

코로나 이후

2020년 3월 2일, Old Street 근처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바로 일주일 후인 3월 9일부터 에어비앤비 사무실은 문을 닫고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고 3월 16일 영국은 이동금지령(lockdown)이 내려졌다. 기본적인 식기류도 구입할 새 없이 집에 갇혀지내게 됐고 한국으로 피난을 떠난 4월 17일까지 6주 정도 마주치는 사람이라고는 건물 보안요원과 마트 직원뿐인 나날을 보냈다.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 한두 달 락다운을 피해 있자는 생각으로 떠났으나 영국행 비행기표를 미루고 또 미뤄 결국 2021년 1월 15일 귀국길에 올랐다. 


2021년 초로 귀국 일정 가닥을 잡은 뒤, 2020년 말 슬슬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한 달 반밖에 살지 못한 Old Street 집은 6개월 전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었기에 9월 초까지 빈 집에 월세를 꼬박꼬박 내야했고 7월 말 현지에 있는 한국 업체를 통해 원격으로 짐을 뺐다. 화장품과 옷 등은 한국으로 부치고 나머지는 에어비앤비 사무실에 보관해 두었다. 


1년 만에 다시 집을 구하게 됐지만 선택 기준은 아주 달랐다. 작년에는 사무실과의 거리가 가장 중요한 요건이었지만 재택근무가 확실한 올해(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모든 직원들에게 2021년 8월까지 재택근무를 보장했고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통근은 아예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오히려 걸어서 공원을 갈 수 있는 곳이 1순위 조건이었다. 마침 영국 유학길에 오른 대학 친구 유진이와 함께 집을 구하기로 했다. 


우리의 조건은:

- 걸어서 공원을 갈 수 있는 곳(마침 둘 다 Hampstead Heath를 후보로 꼽았다)

- 2 bedroom + 2 bathroom

- 월세 2,500 파운드 이하

- 1월 말 입주 목표


작년과 마찬가지로 시작은 온라인 사이트부터. 지도에서 관심 지역을 표시하고 예산과 원하는 조건을 필터로 넣어 검색했다. 감을 잡기 위해 괜찮아 보이는 집 몇 군데에 메시지를 보내 virtual viewing이 가능한지를 물어봤다. 코로나 시국이라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동영상을 찍어보내주거나 직접 집에 가서 영상통화로 보여준다. 유진이와 동영상을 보고 서로 감상을 나누면서 원하는 조건을 맞춰봤다. 그 중 동영상으로 봤을 때도 좋아보이는 집이 있어 현지에 있는 유진이가 직접 보러 가기 했다.


12월 17일, 유진이는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동네를 둘러봤고 나는 영상통화로 확인했다. 집이 마룻바닥인 게 마음에 들었고(카페트는 먼지가 많이 나고 청소하기 어렵다) 방 두 개가 비슷한 크기로 적당했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각각 방에 연결되어 있다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수압도 확인하고 난방은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봤다. 특별히 걸리는 점이 없었다.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집들 중 직접 보러 가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집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됐다. 혹시 누가 또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자 다음 날 오후에 온다고 했으니 그 전에 계약금을 걸어놓아야 했다.


계약금(월세 1주치)을 보내고 나서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Prospective tenancy form - 계약 내용을 컨펌하는 문서 작성(신분과 수입 등의 정보를 제출한다)

2. Reference check - 세입자의 신상을 확인하는 단계(고용 상태와 연봉, 은행계좌 내역을 공유하고 전 집주인의 추천서를 제출한다)

3. Rental agreement - 레퍼런스 체크를 통과하면 진짜 계약서를 쓴다. 

4. Right to Rent - 월세 계약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확인한다.(여권과 비자 또는 거주증)

5. 보증금과 월세 송금 - 계약일자 전에 보증금(월세 5주치)과 첫 달 월세를 입금해야 열쇠를 넘겨 받는다.

6. Cleaning - 현 세입자(또는 집주인)가 이사를 나가고 나면 professional cleaning을 한다.(영수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7. Inventory check - 열쇠를 넘겨주기 전, 전문 업체에서 집에 있는 가전, 가구, 각종 집기를 확인하고 상태를 점검하고 inventory report를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전달한다. 이 리포트를 바탕으로 향후에 거주하면서 문제가 생기거나 손상을 가했을 경우 보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포크 나이프 개수까지 기록이 되어 있고 수십 장의 사진이 포함된 70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받았다.


이 과정을 마치면 입주를 할 수 있게 되니 집 구하는 절차는 여기서 끝! 물론 일은 이제 시작이다. 이사는 물론이고 수도, 전기, 인터넷 연결에서부터 지자체 거주 신고, 집 보험 가입, GP(General Practitioner) 등록 등등... 할 일이 산더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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