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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Apr 09. 2021

코로나 버킷리스트

한국은 아직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지만 미국에 사는 또래 지인들은 하나둘씩 백신을 맞으며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영국도 3천만명이 접종하며 성인 인구의 60%가 1차례 이상 맞은 상태다. 백신이 아직 개발 중일 때도 이놈의 코로나 끝나기만 하면 이거 해야지, 저거 보러 가야지, 어디 어디 가야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이젠 정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부쩍 든다.


영국은 1월에 하루 신규 확진자 수 7만명에 육박했다가 4개월 간 이동금지령(lockdown)을 버텨내 4월 들어 2천명대로 떨어졌다. 상황이 최악일 때도 1천명 정도였던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여긴 거의 종식된 분위기다. 4월 12일 락다운 완화로 비필수 업종 상점들이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 상점가에 활기가 넘친다. 사람들도 덥수룩해진 머리를 손질하러 미용실 예약을 잡느라 분주하다. 만나서 커피 한 잔 하자는 희망의 말들도 들려온다.


영국의 코로나 풍경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길거리나 공원에서 마스크 쓴 사람을 볼 수 없다. 공원 잔디밭에서 피크닉 하는 모습을 보면 코로나와는 상관없는 세상 같은 착각도 든다. 실내에서만 마스크 착용만 권장해 매장에 들어갈 때 입구 앞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마스크를 주머니에서 꺼내 쓴다. 나오면서 다시 벗어 가방에 쑤셔넣는 모습을 보면 마스크를 쓰는 이유와 사용법을 전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갔다가 지적 당하자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에게 마스크를 빌려 쓰고 다시 들어가는 사람을 봤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다.


상황이 이러하니 방역단계가 완화되면 다시 확진자 수가 오를 게 불보듯 뻔하지만 몇 달을 집에 갇혀 온라인 쇼핑만 했기에 상점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인다. 산골짜기에 살아 읍내에 나갈 장날을 기다리는 시골 처녀처럼(어떤 기분인지 전혀 모르는 서울 토박이) 들러볼 가게와 쇼핑 목록을 작성하며 행복해하고 있다. 



읍내 나들이


서점 가서 책을 손으로 넘겨보고 싶다. 온라인 서점 구경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Waterstones (우리 동네에도 있지만 괜히 피카딜리 지점 가고 싶음)

Daunt Books (역시 우리 동네에도 두 군데나 있다. 문 열면 달려가서 봐야지)

Liberia Bookshop


집에서 내려먹는 커피도 맛있지만 플랫화이트 너무 먹고 싶은데(목숨 걸고 마시는 수준) 동네에는 맛있는 데를 아직 못 찾았다.

Ozone Coffee Roasters

Kaffeine

Prufrock Coffee


락다운이 풀려도 백신 접종 전에는 마스크 벗고 식사할 용기가 나지 않으니 일단 식당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그냥 위시리스트를 적어보면..

Iberica (여기 빵을 주문하면 나오는 올리브 오일이 기가 막히다)

Bocca di Lupo (최애 이탈리안. 원하는 음식을 설명하면 메뉴판에 없어도 만들어준다. 주방이 보이는 바에 앉아 와인 한 잔 마시며 구경하고 싶다)


박물관, 미술관은 5월에 연다고 하니 조금만 더 기다리고..

Natural History Museum

Science Museum

Tate Modern


뮤지컬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일단 다음 주에 락다운이 풀리면 날씨 좋은 날을 골라 휴가 내서 볼트(Bolt) 불러 타고 시내로 갈 거다. 볼트는 에스토니아에 본사를 둔 우버(Uber)같은 서비스로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사용자층이 꽤 두텁다. 볼트에는 Bolt Protect 옵션이 있어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된 차량을 고를 수 있다. 카페에서 플랫화이트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M&Ms 가서 초콜릿도 사고 Crème 가서 쿠키도 사고 Lush 가서 이것저것 향도 맡아 보고 Prime Gelato에서 피스타치오 젤라또도 먹을란다. 운동화도 신어 보고 마음에 안 드는 식탁을 가릴 테이블 커버도 골라보자.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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