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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May 02. 2022

영원한 원격근무의 자유를 준 에어비앤비

feat. 복잡한 마음

4월 28일, 전 세계 에어비앤비 직원들이 작년 9월부터 기다리던 발표가 나왔다. 2020년 초, 코로나로 모든 사무실을 폐쇄하고 재택근무에 돌입한 이후 에어비앤비는 직원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사무실 출근 여부를 지속적으로 공지해 왔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다면 생활비가 많이 드는 대도시를 떠나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있어 2022년 9월까지는 유연한 근무 체계를 약속한 상태였다. 그리고 더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근무 체계를 발표할 날을 2022년 4월로 진작 잡아놓아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 오후 4시에 회의가 잡혀 런던에 있는 나에게는 밤 12시라 당연히 실시간으로 참가하지 않고 다음 날 녹화본을 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휴가를 내 완전히 잊고 있다 오후가 되어서야 이메일을 확인했다. 곧이어 지인들이 연락을 해왔다. 좋겠다. 부럽다. 역시 좋은 회사네. 넌 어디 가서 일할 작정이야? 이렇게 되면 다른 테크 회사도 정책을 좀 바꾸지 않을까?


1~2. 에어비앤비 뉴스룸에 올라온 공지. 앞으로의 근무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전사 회의에서 전달 받은 내용과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의 내용은 다음 다섯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사무실에 출근해도 되고 재택근무를 해도 된다.

2. 소속된 근무지의 국가 어디서나 일할 수 있으며 연봉에 영향은 없다.

3.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며 일해도 된다.

4. 워크샵 형식으로 정기적으로 팀과 만난다.

5.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하는 근무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결정의 이면에는 지난 2년간 각자 집에서 일을 하면서도 업무를 차질없이 해내고 성과를 달성했다는 데서 오는 자신감이 있다. 유연한 근무는 세계 곳곳에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장점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 중 테크 업계 사람들의 주목을 집중시킨 건 2번이다.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회사들도 생활비가 저렴한 지방도시로 이동할 경우 그에 따라 연봉을 조정하기 때문에 원성이 자자했는데 에어비앤비는 과감하게 국가당 하나의 연봉 체계를 선언한 것이다. 3번은 올 9월부터 활용할 수 있는데 170여 개국에서 1년에 최대 90일까지 근무할 수 있다. 


3~5. 2년 만에 런던 사무실 출근한 첫 날 찍은 사진. 왼쪽부터 건물 출입구, 예약한 책상, 회의실.


모두가 환영하는 발표지만 왠지 마음이 복잡하다. 2년 간 집에 쳐박혀 일하며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는 날만을 고대했고, 2월 중순 드디어 런던 사무실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뛸듯이 기뻤다. 오랜만에 나간 사무실이 어찌나 반갑던지. 사람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느 날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다음 시간대를 예약한 동료가 문을 두드릴 때의 희열. 아 회의실이 모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직 몇 분 남았는데 나오라고 문 두드리면 짜증났었지 하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출근과 재택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 아무래도 예전같은 분위기는 나지 않겠지? 매일 출근하라고 하면 좋지만은 않을 거면서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든다.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줬지만 정작 영국 영주권을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1년에 180일 이상 나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셈이다. 이렇게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줘도 심란해하는 나는 참으로 어려운 직원이구나. 어쨌든 거의 1년 가까이 준비해서 이렇게 과감한 결정을 내린 우리 회사, 자랑스럽다. 얼른 워크샵 일정을 잡아 2년 간 2차원으로만 만난 우리 팀원들 만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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