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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타 Oct 06. 2020

아기 키우면서 임장다닐 시간은
어디있어요?

육아와 돌봄 사이에서 시간의 자유 찾기

내 시간의 디폴트 값은 무엇일까?


아침부터 정신없이 휘몰아치 데는 일정을 소화하고 어린이 집에 데려다 주었다. 옷 갈아입을 때부터 칭얼대기 시작하더니, 바지는 갈아 입혔는데 윗옷을 벗기자 마자 ‘어린이 집’은 가기 싫다고 울먹거린다. 안방으로 횡 하니 들어가더니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털썩 침대에 누워버린다. 이틀동안이나 

“어린이 집은 무서워서 가기 싫어” 고 말했던 터라, 원장선생님이랑 상담까지 나눴다. 다행이 어린이집에서 별일은 없었지만, 계속 되는 가정 보육과 긴급 보육의 사이에서 아이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모양이다. 집에서는 늘 제 것이었던 장난감들을 빼앗기고 빼앗는 경험들도 스트레스 였 나 보다. 

“엄마는 일하러 가야하니까,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놀고 이따가 만나자” 단호하게 말해주고 문 앞에서 헤어졌다. 가슴이 시리고 뻐근한 기분이 들어서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길까지 한숨을 몇 번이나 내쉬었다. 

겨우 집으로 돌아와, 작업하려고 의자에 앉았는데 

“어머니, 기저귀가 빠졌네요. 기저귀 가져다 주세요” 키즈노트 알림이 울린다.


아……오늘 기저귀랑 물티슈 챙겨서 가는 날이었지. 어쩐지 가방이 가볍더라니……

살림과 육아를 내 주 종목으로 맞이하게 된 순간부터, 내 삶의 시간들은 “엄마” 라는 이름으로 호출 될 때마다 연속성이 깨진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내 삶의 이벤트가 다양해졌고 휴직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멈춰버린 숙련된 노동력은 갈 길을 잃었다. 재진입 하려면 훈련이 필요했다. 준비해야할 일들이 프로젝트 수준으로 쌓여만 간다. 이제 집중해서 강의 좀 듣고, 암기도 해볼까? 싶었는데 “오늘은 코가 막히는지 점심을 거의 못 먹었어요” 라는 키즈노트 (어린이 집 알림장 어플) 알림이 울린다. 그 문장 한 줄에 죄책감이 휘몰아치고 손에 든 펜을 내려놓았다. 비염에 좋다는 작두 콩 차를 끓여줄까, 하원하자마자 소아과에 가야하나,새벽 내내 2시간단위로 깨서 울었던 이유가 코가 답답해서였나, 별 생각이 다 든다. 


24개월을 내 손으로 키워냈고, 3살이 되면 어린이 집을 보내서 나만의 시간을 되찾아 야지 계획했던 일들은 코로나 19가 삼켜버렸다. 이 몹쓸 전염병은 내게 모든 이를 의심하고 접촉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고 돌봄의 영역은 온전히 ‘엄마’인 내 몫이 되었다. 


사실 아이 문제로 짝꿍은 단 한번도 연락 받을 일이 없었다. 등 하원 알림, 어린이 집 친구들 생일선물 준비, 마스크가 작아서 귀가 당기는 것 같으니 큰 사이즈로 바꾸는게 좋겠다 라던가, 배변훈련 할 때 갈아입기 편한 레깅스 위주의 바지를 몇 벌 사두면 좋겠다 는 등의 사소한 모든 일들은 ‘나의 일’ 이다. 


일이 바쁘면 밤 12시에 들어오고, 심지어 하루 자고 다음날 늦게 온다고 하더라도 ‘아이’에 대한 문제와 걱정으로 그 노동이 미뤄지는 일은 없었다. 물론 짝꿍의 수입이 나보다 아~주 많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동으로 나눠진 분업이므로 그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온종일 ‘엄마’라는 일자리에 매여 있고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하루 5시간 동안 죽어라,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데 일상에 치여 있는 집안일이 밟혀 그마저 쉽지 않다. 아이가 하원 하는 순간부터 오롯이 아이와 나의 시간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행복했지만 쓰러지듯 잠이 들고 나면 이내 돌아오는 아침은 허무한 감정이 가득했다.


다음날, 하던 공부를 모두 중단하고 ‘지금 나의 시간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당장 해야할 일들에 급급해서 닥치는 데로 일을 처리하느라 경중을 두지 못했던 일, 생산성은 전혀 올라가지 않는 반복적인 일과, 하기 싫은 일들을 할 수밖에 없어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들을 분류했다. 그리고 시간을 2배, 3배로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조직에 근무했을 때 전 그룹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했던 인사 쟁이 였다. 그리고 노무법인에서는 근로시간을 개선하는 컨설팅을 진행했다. 그 누구보다도 시간관리와 생산성을 성과로 연결 지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육아와 돌봄 이라는 영역에서 그 누구보다 비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날 밤, 나보다 더 어린 자녀를 두고도, 곳곳을 임장 다니며 임장 후기를 기록하는 인플루언서의 블로그를 읽었다. 워킹맘이면서도 매일 책을 읽으며 서평을 남기는 블로거를 찾아 모든 포스팅을 살펴보았다. 내 기준에서는 많은 일들을 하고도,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시간을 즐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나의 육아에서 가장 힘든 것은, 아이를 돌보는 돌봄의 영역이 아니라 끊임없이 내 시간을 책임지고 자유로워지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새벽 기상을 통해 어떻게 하면 시간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김승호 회장님이 쓴 <돈의 속성>에서 부자가 되고 싶으면 돈을 쫓는게 아니라, 돈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시간 관리도 마찬가지다. 시간의 자유를 얻으려면 결국 시간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시간을 통제할 방법을 모르니, 불안해지고 조급해졌다. 조급함은 다시 불안감을 쌓아두고, 스트레스로 이어져 날카로워 지기만 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 때문에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 그것이 경제적 자유로부터 얻어지는 시간적 독립이었으면 좋겠다.아이를 키우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비밀, 나는 반드시 알아내 고야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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